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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SK 이사회 기업인·교수로 꽉 채운 이유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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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이코리아] SK그룹이 기업인과 교수 출신의 사외이사를 선호하며 이사회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이사회 중심 경영 기조와 그룹 차원의 전문성 강화 노력이 맞물린 전략으로 풀이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6일 열리는 SK㈜ 주주총회에서는 이관영 전 고려대 연구부총장과 정종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사외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최태원 회장은 대표이사에 재선임되며 3년 임기의 책임경영을 이어간다. 사내이사는 이성형 전 사장을 대신해 강동수 PM(Portfolio Management) 부문장이 맡게 된다.

SK㈜는 SK이노베이션, SK스퀘어,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바이오팜 등을 지배하는 SK그룹의 지주회사다. SK그룹은 ‘이사회 중심 독립 경영’을 기반으로 한 ‘트리니티(삼위일체)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개별 기업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도 그룹의 전략적 방향성을 공유하는 구조다.

이관영 사외이사 후보는 에너지·화학 분야의 전문가로, 해외 학술지에 350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하며 연구 역량을 인정받아 과학기술훈장을 받은 바 있다. 고려대 대학원 원장, 연구부총장, 한국에너지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그는 SK㈜의 정유, 배터리,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종호 사외이사 후보는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 국제협력본부장, 중국연구소장 등을 역임한 국제관계 전문가다. 2017년부터 6년간 SK가스의 사외이사를 맡았던 경력이 있어 SK그룹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높아진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고, SK㈜의 글로벌 사업전략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역할을 할 전망이다.

또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은 감사위원으로 선임된다. 김 부회장은 매일유업 대표에 오르며 강도 높은 경영 혁신을 추진해 기업의 실적을 개선한 경험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리스크 관리 역량, 외부 인사의 독립적 시각, SK 사업과의 연계성 등을 고려한 인사 결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들도 기업인 및 교수 출신 사외이사를 대거 영입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공성도 전 GE에너지코리아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SKC는 정현욱 전 램리서치코리아 전무를, SK바이오팜은 김용진 서울대 의대 교수와 조경선 신한DS 상임고문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조경선 고문은 신한DS 대표와 신한은행 부행장을 역임한 금융 전문가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겸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 계열사들도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를 다수 선임하고 있다. SK가스는 정영채 메리츠증권 고문을 사외이사로 추천했으며, 그는 NH투자증권 대표를 지낸 금융투자 전문가다. SK케미칼은 박태진 전 JP모건 한국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며,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의경 성균관대 제약산업학과 교수와 박선현 서울대 경영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SK그룹은 국내 주요 그룹 중 사외이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SK그룹의 사외이사 수는 총 87명으로 국내 그룹 중 최다다. 또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조사에 의하면, 국내 30대 그룹이 추천한 신규 사외이사 중 재계 출신이 급증했으며, 특히 SK그룹 계열사들은 강도 높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금융투자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SK그룹은 최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SK 제조 솔루션데이’를 개최하며 디지털 전환(DT)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는 2022년부터 국내 기업 최초로 이사회 구성원의 경험과 전문성, 지식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를 공개하며 투명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주선 연세대 경영대학원 연구교수(기업&경제연구소장)은 11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미국에서는 대부분 기업 CEO들이 다른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 경영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사외이사 선임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관료 출신들이 사외이사로 등용되기도 하지만, SK는 이러한 관행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외부 기업인 출신이 이사회에 합류하는 것은 기업 간 협력의 기회를 넓히고,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분야에서는 기업들이 아직 충분한 내부 전문가를 양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보유한 교수진을 이사회에 영입하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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