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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인공냉매 HFCs의 역설…사람은 식히고 지구는 달군다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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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솔루션은 12일 서울 광화문 HJ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사람은 식히고 지구는 달군다? 인공냉매 HFCs가 불러온 기후위기의 역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코리아] 냉장고, 에어컨, 데이터센터의 냉각 시스템 등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수소불화탄소’(HFCs)가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1만 2400배 강력한 온실 효과를 유발함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감축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후솔루션은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HJ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의 ‘사람은 식히고 지구는 달군다? 인공냉매 HFCs가 불러온 기후위기의 역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그동안 간과돼 온 HFCs 배출 문제를 조명하고, 측정 및 관리 체계 개선 방안을 제안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HFCs는 에어컨,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 가동에도 사용되며,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15%씩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가 냉매가 포함된 냉동공조기기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항공 산업 전체 배출량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하지만 HFCs는 오랫동안 오존층 파괴지수가 낮다는 이유로 친환경 물질로 인식되었고, 그 결과 기후위기 대응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못했다.

국제사회는 2016년 HFCs 감축을 목표로 한 ‘키갈리 개정서’를 채택했고, 이에 따라 한국도 2045년까지 HFCs 생산 및 소비량을 2020~2022년 평균 대비 80% 감축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 5위의 냉동공조기기 생산국으로서 HFCs 감축 책임이 크지만, 대응은 다소 늦은 편이다. 2023년에야 키갈리 개정서를 비준했으며, 이는 같은 ‘개발도상국’ 그룹에 속하는 중국보다 2년 늦은 수준이다. 반면, 유럽연합(EU)은 개정서 비준 10년 전부터 HFCs 감축을 추진해 2009년 이후 지속적인 소비 감소를 이루고 있다.

한국의 HFCs 배출량은 2018년 대비 2022년 기준 약 40%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국내 총 온실가스 배출량이 7.6%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또한 2021년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산정 기준이 갱신되면서 HFCs 배출량이 기존 추정치보다 4배 증가한 2000만 톤(CO₂eq)으로 재산정됐으며, 이는 국내 농축수산업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국내 HFCs와 산업부문 산정 범주당 온실가스 배출량 비교(2007~2022년). 자료=기후솔루션

HFCs는 냉매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장기간 배출되므로, 전체 생애주기에서 발생할 잠재배출량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이를 관리하는 체계가 부족하며, 국내에서 회수·폐기되는 냉매 비율은 전체 유통량의 1%에 불과하다. 또한, 법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어서 많은 제품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한편, HFCs 대체물질로 ‘수소불화올레핀’(HFOs)가 거론되지만, 유독성 및 환경오염 가능성 때문에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보고서는 HFCs의 실질적인 감축을 위해 △HFCs를 HFOs가 아닌 자연냉매로 전환할 것 △’전주기 냉매관리 체계’(LRM, Lifecycle Refrigerant Management)를 도입할 것 △HFCs가 속한 불소계열 온실가스(F-gas)를 통합 관리할 법 제정을 검토할 것 △HFCs 국가 온실가스 통계를 고도화할 것 등을 제언했다. 특히 전주기 냉매관리 체계를 도입할 경우, 키갈리 개정서 이행과는 별도로 390억 톤의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시급성이 높은 과제로 주목받고 있다.

보고서의 저자인 기후솔루션 메탄·HFCs팀 박범철 연구원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냉장고·에어컨 등 냉동공조기기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고, 이는 다시 HFCs 배출로 이어져 기후위기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냉매 원료인 HFCs가 정작 지구 온도는 높이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HFCs가 7대 온실가스 중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통해 냉동공조업계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HFCs 감축 및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HFCs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자연냉매가 주목받고 있다. 자연냉매는 암모니아(NH₃), 이산화탄소(CO₂), 탄화수소 등 자연에서 유래한 물질로, 오존층 파괴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적으며, 에너지 효율성이 뛰어나고 생산 비용도 저렴하다. 이미 상업, 주거, 수송용 냉동공조, 히트펌프,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츠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자연냉매 시장 규모는 약 15억 9000만 달러로 평가되었으며, 2024년에는 17억 1000만 달러, 2032년에는 28억 1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4년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6.5%를 나타내며, 자연냉매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임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국내에서도 태화인더스트리, 한국마이콤 등이 자연냉매를 활용한 시스템을 도입하며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세업체가 대부분인 국내 냉매 제조업체들이 자연냉매로 전환하기 위해선 설비 교체 비용 부담이 큰 만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냉매는 인간에게는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나서 지속가능한 냉매 솔루션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냉매의 역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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