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오스템 임플란트 본사, 출처-오스템임플란트]
[이코리아] 고령화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망률 감소와 장수 추세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의 2024년 세계인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80억 인구 중에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0.3%로, 1974년(5.5%)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업으로서는 지난해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의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 고령 친화 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의 확대를 전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친화산업은 고령자의 요구와 필요에 부응하는 상품 및 서비스를 공급하는 산업을 뜻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친화용품 제조업의 2022년 총매출액은 전년 대비 9.9% 증가한 4조 4500억 원을 기록하며 연간 10%대의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고령친화산업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합하여 총 9개의 영역으로 분류된다. ▲의약품 ▲식품 ▲화장품 ▲의료기기 ▲용품 ▲요양 ▲주거 ▲여가 ▲금융이다.
고령화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산업은 임플란트 산업이다. 작년 치과용 의료기기 생산 규모는 3조 4,930억 원으로, 매년 14.9%의 가파른 성장세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임플란트 수출국으로, 뛰어난 기술로 치과용 임플란트의 수출도 이끌고 있다. 2023년에는 수출액 7억 8,800만 달러(약 1조 1,460억 원)를 기록해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으며, 2024년 3분기까지의 연간 수출액이 6억 5,300만 달러(약 9,500억 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7.4%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월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치과 행사인 UAE 국제 치과 컨퍼런스 및 아랍 치과 전시회(AEEDC) 2025에서 우리나라 업계는 총 4706만 달러의 계약 추진액을 기록하며 전년도 성과(2,105만 5,000달러) 대비 123.5% 증가한 수치로, 중동 시장에서의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국내 임플란트 산업의 시장점유율 1위, 세계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하는 오스템임플란트는 치과용 임플란트와 재료를 제작하는 사업부가 전체 매출의 80.5%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작년 3분기까지 해외 매출이 6673억 원으로 국내 매출(3171억 원)의 두 배 이상일 정도로 수출국마다 법인을 설립해 적극적으로 해외 산업을 확장 중이다.
메가젠임플란트는 작년 상반기부터 새롭게 2위에 등극한 기업으로, 오스템임플란트보다는 임플란트 자체에 초점을 두고 있는 기업이다. 2023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1050억 원의 매출을 보였던 메가젠임플란트는 수출 호조로 2024년 상반기 매출 2072억 원이라는 두 배에 가까운 성장을 보여줬다.
그 밖에도 고령 친화 산업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의 발달과 비대면 서비스의 확대 등으로 첨단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노인을 위한 응급 알림시스템, 스마트 돌봄 플러그, AI 돌봄 로봇 등의 기술은 국내 돌봄 서비스에 이미 활용 중이다. 이전의 고령 친화 산업이 질병 치료 및 재활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개인화·소형화된 측정 및 일상생활 모니터링 등 예방 및 건강관리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기업은 고령친화산업을 성장 기회로 삼으려는 준비가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고령친화업체는 영세한 규모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한 업체의 일부 사업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사업체당 매출액과 자본금 규모는 각각 5억 원 미만(60.9%)‧1억 원 미만(51.7%)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종사자의 경우 10인 미만이 80.0%를 차지해 여전히 중소기업 중심의 다품종 소량생산이 중심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선 고령친화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로 고령친화산업에 대한 정보 부족과 정부 차원의 육성 부재를 원인으로 꼽는다.
반면에 해외 주요국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고령친화산업을 지원·육성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유럽연합은 건강 노화와 관련한 R&D 프로젝트 추진 등 고령친화산업에 대한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고령자의 건강, 웰빙 등을 위한 ICT 연구 및 제품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독일은 고령 연구 과제와 관련한 연구·개발에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주요 분야로는 고령자를 위한 제품 개발, 의·약학 분야, 고령자의 독립적 삶 구현을 위한 서비스 등이 해당한다. 고령화를 경제 성장의 기회 요인으로 여기고 고령 친화 산업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독일은 양로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어 2030년까지 양로 산업 규모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00년 전국 고령공작위원회에서 ‘고령 사업 발전을 위한 제10차 5개년 계획’을 통해 노년 산업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고령 친화 산업 정책의 개념을 제시했다. 중국은 노인 서비스 시설, 노인 돌봄, 경로 우대 등의 정책을 활용하며 노인 서비스 산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 중인 고령인구에 맞서 노인용품 연구개발을 강화하는 등 고령 친화 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일본은 1995년 「고령사회 대책 기본법」을 제정함으로써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고, 2000년에는 ‘개호보험’이라 불리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해 고령 친화 산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개호보험은 고령자를 대상으로 주택 개조 비용을 지원해주므로 주택 개조에 대한 수요도 많이 늘어 관련 시장 또한 확대되었다. 2015년부터는 로봇과 ICT 기술을 활용한 요양기기의 개발 및 보급을 위한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민관에 연구·개발을 지원한다. 특히 요양 로봇 도입을 위해 광역자치단체에 지역의료 요양 종합확보 기금을 설치하고 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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