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픽사베이
[이코리아] AI 열풍이 지속되며 의료분야의 AI 도입 역시 빨라지고 있다. 삼정 KPMG가 지난해 6월 내놓은 'AI로 촉발된 헬스케어 산업의 대전환' 보고서는 AI 기술이 방대한 양의 의료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분석 및 해석함으로써 의료 서비스의 전 주기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2017년 14억 3,300만 달러였던 글로벌 AI 헬스케어 시장의 규모는 2030년에는 1,817억 9,0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AI 헬스케어 시장의 경우 특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AI 헬스케어 시장이 글로벌 및 아시아 시장보다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2023년 3억 7,700만 달러에서 2030년 66억 7,200만 달러로 연평균 50.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한국 AI 헬스케어 산업의 급격한 성장을 이끄는 주 요인으로 ▲압도적인 5G 통신망 기술력 ▲의료 빅데이터의 방대한 축적 ▲의료기기 기업들의 기술적 성장 등을 꼽았다. 특히 한국은 5G 가입자 비중에서 세계 2위를 기록하며, 의료 AI 서비스의 데이터 전송과 실시간 분석 환경이 다른 국가 대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이 보유한 방대한 의료데이터는 AI 학습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으며, 의료영상 분석 AI 기술의 특허출원 증가 속도에서도 세계 2위를 기록하는 등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일선 병원의 도입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은 지난 1월 AI 기반 CT 분석 솔루션 ‘딥캐치(DeepCatch)’를 건강증진센터에 도입했으며 전북 익산병원은 최근 AI 기반 최신 CT(전산화단층촬영)장비 'CT5300'을 도입했다. 일산병원은 지난해 권역 내 공공의료기관 간의 데이터를 연계하는 AI 기반 응급의료 네트워크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은 AI 메타휴먼 안내 키오스크를 도입해 접수 등 행정 업무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AI가 도입되고 있다.
해외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주요 기술기업들이 앞다투어 AI 기반 의료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오라클은 AI를 활용한 암 조기 진단과 맞춤형 백신 개발을 예고했으며, 구글은 자사의 AI 모델 '제미나이' 기반의 '메드-제미나이'를 공개했다. 또 미국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에 AI제품이 도입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AI가 의사보다 뛰어난 결과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AI 기반 폐암검진 솔루션 에이뷰(AVIEW) LCS가 최근 유럽 암 학회지(European Journal of Cancer)에 게제한 논문에 따르면 AVIEW LCS는 100㎣보다 큰 결절을 잘못 찾을 가능성이 영상의학 전문의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환자의 안전이나 개인정보보호 등의 우려로 AI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의 비영리 환자 안전 기관 ECRI(Emergency Care Research Institute)는 최근 발표한 ‘2025년 환자 안전 위협 요인’ 보고서에서 AI를 의료 분야에서 가장 큰 위협 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AI가 의료진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도구로 설계되었음에도, 실제로는 AI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의사들이 AI의 진단 결과를 맹목적으로 신뢰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커스 샤바커(Marcus Schabacker) ECRI CEO는 "AI 도구가 지원(Supporting)에서 의사 결정(Decision-making) 도구로 너무 쉽게 변하고 있으며, 의료진이 AI의 판단을 절대적으로 신뢰할 경우 심각한 오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우려는 AI를 활용한 온라인 의료 서비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는 AI 기반 정신 건강 상담 서비스의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HB1806)이 최근 하원을 통과했다. 법안 발의자인 밥 모건(Bob Morgan) 하원의원은 “환자들이 AI 챗봇과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AI는 인간 상담사가 갖춘 윤리적 판단 능력이나 감정적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어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기반 의료 정보 제공의 신뢰성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챗봇 ‘코파일럿’이 제공한 의료 조언 중 22%가 환자에게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잘못된 정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독일과 벨기에의 연구진들이 내놓은 연구결과(Artificial intelligence-powered chatbots in search engines: a cross-sectional study on the quality and risks of drug information for patients)에 따르면 코파일럿의 의료 정보는 54%만이 과학적 합의에 부합하며, 39%는 오류가 포함된 정보였고, 22%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잘못된 조언이었다. 전문가들은 AI 챗봇을 통해 제공되는 건강 정보가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의료 전문가의 개입 없이 AI를 신뢰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AI의 데이터 편향성 문제도 꾸준히 지적된다. 미국 미네소타대학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병원의 65%가 AI 기반 예측 모델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 중 61%만이 모델의 정확성을 검토하며, 44%만이 데이터 편향성 여부를 점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I 의료 모델이 백인 남성을 중심으로 개발될 경우, 라틴계 및 아시아계 환자에게는 오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산소포화도 측정기(Oximeter)의 인종 편향 문제가 거론된다. 기존 의료 장비가 어두운 피부를 가진 환자에게 낮은 정확도를 보이는 것처럼, AI 의료 모델 역시 특정 인종이나 집단을 기준으로 개발되면 공정성과 정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국내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023년 3월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이 추진될 당시 시민단체 보건의료단체연합은 IBM의 ‘왓슨’ 인공지능이 오진을 내리거나 영국의 AI 의료 챗봇 ‘바빌론’이 불충분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환자들에게 전달하는 등 보건 및 의료 분야에 AI를 무분별하게 적용할 시 폐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미국에서 보험사가 인공지능을 활용해 환자들의 의료 보장을 줄여 이익을 창출 하는데 사용하는 등 악용하는 사례도 생겨났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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