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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형산불 예방과 진화 대책, 해외 정책 톺아보기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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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산업화 이전과 현재 기후 사이에 발생한 산불 위험 일수의 변화. 제공-그린피스]

[이코리아] 최근 발생한 경북 산불이 축구장 6만3245개 면적을 태우고 75명의 사상자를 내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준 상황에서 국내 산불 위험기간이 연장되고, 위험 지역도 늘어나 산불 규모가 더 커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형준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팀이 ‘산업화 이전 대기 상태의 지구와 현재 지구 간의 산불 위험지수(Fire Weather Index, FWI) 차이’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1년 중 산불이 위험한 날이 최대 120일 늘어났고, 전국의 산불 위험지수는 평균 10% 이상 증가했다.

산불이 일어나는 시기는 앞당겨지고 강도는 더욱 늘어났다. 김 교수는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가 전반적으로 산불 위험 강도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시작일은 앞당기고 종료일은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경남은 산불 위험지수가 20이 넘는 날이 기존 2월 마지막 주에서 첫째 주로, 전남은 4월 둘째 주(15일)에서 3월 첫째 주(4일)로 앞당겨졌다. 산불 위험기간인 3·4·10·11월 산불 위험지수가 전국적으로 평균 10% 이상 증가했음을 알 수 있었는데, 특히 충청, 전라, 경북 등 중남부 지역에서 그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의뢰한 그린피스의 심혜영 기상기후 선임연구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 건조한 기후로 산불이 대형화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라며 “단기적이고 파편적인 대응만으로는 대형화하고 반복되는 ‘기후재난형 산불’을 막을 수 없다. 근본적인 원인인 기후 위기에 통합적으로 대응하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기존의 산불 대응 방식이 아닌 대형화된 산불에 맞춰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요국의 경우, 산불의 진압보단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응에 초점을 두어 즉각적인 대피를 권고하고 있다.

[사진-호주 화재경고시스템, 출처-호주 기상청 ]

호주에서 지난 2019년 일어났던 ‘검은 여름(Black Summer)’이라는 산불은 우리나라 면적보다 넓은 ‘1800만 헥타르’를 태우며 약 30억 마리 이상의 동물 피해, 10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켰다.

2020년 12월 호주는 재난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3단계 호주 재난경보 시스템(Australian Warning Systems)을 도입했다. 재난경보 시스템은 홍수, 화재, 사이클론, 불볕더위 등 다양한 유형의 위험 경고를 통합하도록 설계됐다. 여기에는 사람들의 생명, 재산 또는 사업장 등에 대한 피해 위험도에 따라 경고 등급을 제공하는 단계별 시스템이 있다.

첫 단계는 노란색인 ‘권고(Advice)’단계로 위험이 시작됐다는 뜻이지만 당장의 대피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 단계는 ‘주시 및 행동(Watch and Act)’단계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세 번째 단계는 ‘긴급 경보(Emergency Alert)’이고, 이는 당신이 위험에 처해 있고 행동을 늦추는 것은 본인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22년에는 특별히 화재 위험 등급을 단순화하며, 국가적으로 일관된 단계적 시스템을 도입했다. 화재 위험 등급 시스템의 첫 번째 단계는 ‘보통’으로 이는 ‘계획하고 준비할 때(Plan and prepare)’라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 단계는 ‘높음’으로, ‘행동할 준비를 하세요(Prepare to act)’를 뜻한다. ‘극심(Extreme)’ 단계에선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즉시 행동해야 하고, ‘재난 수준(Catastrophic)’ 단계에선 생존을 위해 산불 위험 지역을 떠나야 한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산불 연소와 급속한 확산 가능성이 있을 때, 주민, 소방관 및 토지 관리 기관에 알리기 위해 적신호 경보를 발령하기도 한다. 소방 기관들은 기상청의 경보에 맞춰 인력과 장비 자원을 대폭 변경하여 대응하고, 주민들은 24시간 이내에 해당 지역에서 산불이 빠르게 확산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서둘러 대피한다.

얼마 전 LA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수십만 명에게 강제 대피령이 내려졌던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화재 예방을 위해 전력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 공공전력위원회는 송전선 발화 산불을 예방할 목적으로 산불 발생 위험이 클 때 화재가 예상되는 지역의 전력을 차단하기도 한다.

강호상 서울대 교수(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는 한겨레에서 “최근 발생하는 대형산불은 사실상 사람에 의해서 진화되기 어려운 수준이다. 헬기 진화도 초반에 동원해야 하는 것으로, 1만㏊ 이상 퍼졌을 땐 사실상 진화가 불가능하다. 앞으론 이런 초대형 산불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산불 대응 체계 자체를 대형산불에 맞게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맞춰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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