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CT

디지털 전환, 의류산업 생태계 바꾼다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 15.
728x90

섬유패션 디지털전환 세미나에 참가한 업계 종사자들.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제4차산업혁명을 선도할 다양한 기반기술로 기업의 조직, 비즈니스 모델 및 산업 생태계를 혁신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험난한 과정을 의미한다.

 

디지털전환은 과거부터 진행되는 전사적 자원관리(ERP)나 제조실행시스템(MES)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ERP나 MES도 기업의 운영 효율성을 상당히 높여주었으나, 디지털전환은 고객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탄생시키도 한다. 지난달 17일 코엑스 스타트업 브런치에서는 섬유패션 산업에서의 디지털전환에 대한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이글에서는 비교적 느리게 움직이는 섬유업계에서 마저 불어닥치는 디지털전환의 새로운 바람에 대하여 살펴본다.

인공지능이 분석하는 의류의 속성.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섬유업계에서의 디지털 전환은 이미지 인식부터 시작된다. 최근의 검색엔진은 다양한 이미지 검색기능을 제공한다. 이미지 검색은 유사한 패턴을 효과적으로 검색, 정리해주고 있는데, 최근의 태깅기술은 이미지가 원피스인지, 바지인지, 윗옷인지를 효과적으로 분석해 낸다. 필자도 다른 전시회에서 의복 인식 기술을 체험해보았는데 비록 정확하지는 않지만, 인공지능은 착용한 옷의 종류를 파악하고 브랜드까지도 추정했다.

필자가 AI로 생성한 1970년대 스타일의 겨울의류.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최근의 인공지능은 그림을 인식하는 것을 넘어서 매우 정교한 그림을 직접 그려낸다. 인공지능이 이미지를 만드는 대표적인 방법은 두 개의 신경망을 경쟁시키는 것이다. 하나의 신경망은 생성을 전담하고 또 다른 신경만은 그린 그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만을 판별한다. 생성에 동원된 인공지능은 판별하는 인공지능에 퇴짜를 맞으면서 더욱 정교한 이미지를 생성하려고 노력한다. 판별기는 생성된 이미지가 진짜인지를 파악하는 기준을 점점 강화하면서 두 개의 기계가 서로 학습하는 과정을 거치며 그림이 정교해진다. 

 

누구든지 그림을 그려주는 인공지능을 직접 체험해보려면 Dall-E나 CLIP 또는 Midjourney 등을 사용해보면 된다. 일란성 쌍둥이가 아니면 80억 인류의 얼굴은 대부분이 다르다. 얼굴을 형성하는 DNA는 비교적 변이가 자유롭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제 인공지능은 민족이나 거주지 등을 지정하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DNA를 참고하여 가상의 인류를 만들어낸다.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에서 가끔 사람의 눈동자가 사진처럼 정교하지 않지만, 단순히 의복을 디자인하기에는 이미 충분한 수준이다.

 

우리들은 인공지능에게 ‘웃는 고양이’나, ‘사과로 만든 로봇’과 같이 매우 추상적인 주문을 내릴 수 있다. 이제 디자이너가 '따뜻한 느낌이 드는 70년대 스타일의 의복'을 디자인해달라고 하면 인공지능은 매우 빠른 시간에 이를 처리한다.

 

과거에는 훌륭한 미술적 안목을 가진 디자이너가 의류를 디자인해주었으나 머지않아 흘륭한 '광고카피'를 만들었던 카피라이터가 디자인에게 적극 참여하게 된다. 미술가는 화룡정점 즉 마지막 눈을 찍는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의류업계에서 디지털전환이 논의되는 또 다른 분야는 트랜드의 분석과 예측기술이다. 인공지능은 매일 전세계 여러 곳에서 방대하게 개최되는 패션쇼, 매달 발간되는 잡지, 실시간으로 신상품이 올라오는 온라인쇼핑몰과 SNS를 분석하며 필요한 자료를 정리하여 인간이 알기 쉽도록 시각화해준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구매패턴 등을 정확히 분석하여 앞으로 유행할 의복의 패턴을 알려주기도 한다.

 

우리들이 옷을 입는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한다. 다수의 사람들은 잘 입는 옷과 거의 입지 않는 옷을 나누어 정리하는데, 만약 우리가 셔츠는 셔츠대로 바지는 바지대로 정리해보면 이미 너무나 많은 옷들을 가지고 있음에 깜짝 놀라게 된다. 인공지능은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옷장을 통째로 분석하고 날씨와 만날 상대방을 분석하면서 착용할 옷을 추천하고 불필요한 옷들을 폐기하거나 효율적으로 교환하게 한다.

 

인공지능은 성별, 연령별, 직업별, 거주지로 차이가 나는 의류에 대하여 인구통계학적인 분석도 가능하다. 방문할 장소를 분석하여 내용에 기반한 추천도 가능하며 같이 가는 사람들을 분석하여 너무 튀지 않는 의상을 추천하기도 한다. 특히 같은 종류의 의류라도 인공지능이 신체 체형에 따라 재가공한 의류의 디자인은 확연히 달라진다.

 

인공지능은 더 나아가 특정 스타일을 선호하는 소비자집단을 대표하는 가상인물인 ‘스타일 페르소나’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기업이 원하는 스타일 페르소나의 생성에 사용되는 정보는 위에서 언급한 인구통계적 정보뿐아니라, 현세대의 취향이나 가치관, 라이프스타일 등 심리적 정보까지도 반영하게 된다. 

 

특정 스타일의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은 소비자 특성을 더욱 쉽게 이해하기 위하여 스타일 페르소나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제품을 홍보하는 기업은 스타일 페르소나를 이용하여 타깃 소비자들에게 빠르고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디지털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변화하는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기회를 창출하고 싶다면 소속된 집단에서 즉각 도입이 가능한 디지털 전환이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 소개] 여정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안양대 평생교육원 강사, 국회사무처 비서관 등을 지냈다.

 

 

여정현 필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