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3일 이후 KRX 은행 지수 및 코스피 변동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이코리아]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지난해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계엄 사태 이후 계속된 정치적 불확실성의 여파가 유독 은행주에 더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은행 지수는 지난 24일 기준 883.37로 연초(833.88) 대비 5.93% 상승했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에서 회복하는 모양새지만, 국내 증시의 전반적 회복세에 비하면 반등 속도가 더딘 편이다. 실제 같은 기간 코스피는 2398.94에서 2632.07로 9.72% 상승했다. 올해 은행주 수익률이 코스피를 4%포인트 가량 하회한 셈이다.
기간을 계엄 사태 이후로 넓히면 차이가 더 뚜렷하다. KRX 은행 지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 3일(969.26) 대비 8.9%나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는 5.9% 상승했다. 계엄 사태 이후 수익률을 비교하면 은행주가 코스피를 14%포인트나 밑돌고 있다는 것. 국내 증시가 계엄·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고 있는 동안, 은행주는 여전히 계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은행주 매도에 나서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24일까지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 주식을 8763억원 순매도했다. 특히 KB금융이 4693억원으로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가장 컸고 그 뒤는 신한지주 3223억원, 하나금융 861억원 등의 순이었다. 우리금융은 유일하게 15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 매도 규모에 따라 은행주 주가 향방도 엇갈렸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내다 판 KB금융 주가의 경우 연초 대비 1.9% 하락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다음으로 매도 규모가 컸던 신한지주 주가는 연초 대비 1.8% 상승했고,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10%, 10.7% 상승했다.
다만 계엄 이후로 기간을 넓히면 4대 금융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였다. KB금융이 –19.8%로 주가가 가장 크게 하락했으며, 그 뒤는 신한 –13.8%, 하나 –5.3%, 우리 –1.6%의 순이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사는 전년 대비 10%가량 증가한 16조4205억원의 연간 순이익을 거두며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주가 하락 폭이 가장 큰 KB금융은 금융지주 최초로 연간 순이익 5조원을 돌파했고, 신한·하나금융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전년 대비 23.1% 증가한 3조86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4대 금융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호실적도 계엄 사태 이후 계속된 은행주 부진을 끝내지는 못했다. 은행주는 정부 정책이나 규제 등 정치적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다른 산업에 비해 계엄 이후 계속된 국정 혼란으로부터 더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증권가 또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은행주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일본 은행주는 닛케이를 21.6% 초과 상승하고, 유럽 은행주도 지수를 16% 넘게 초과 상승했으며, 미국 은행주도 S&P500을 2% 넘게 초과 상승했다”며 “반면 한국 은행주만 코스피를 5% 이상 초과 하락 중인데, 이는 공통적으로 작용했던 관세 전쟁발 경기 우려 외에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국내 은행주에 더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은행주 부진이 계엄·탄핵이라는 외생변수에 의한 현상인 만큼,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반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 연구원은 “시간이 지나면 불확실성은 약화될 여지가 높다”며 “공매도 재개 이벤트도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될 경우 은행주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요인이 아니며 1분기 실적 발표일을 기점으로 밸류업 모멘텀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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