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주주총회 개최일 분포.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이코리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과 주주환원이 금융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주주총회가 특정 날짜에 집중돼 주주들의 참여가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주주총회 개최일을 분석한 결과, 전체 상장사 811개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207개(25.5%)의 기업이 지난달 26일 주총을 개최한 것으로 집계됐다. 26일 외에도 28일(154개), 31일(105개), 25일(91개) 등 특정 날짜에 주주총회가 몰려, 4일간 주주총회를 연 기업이 557개(68.7%)로 전체 상장사의 3분의 2가 넘는다.
이처럼 주주총회가 특정 날짜에 집중되면 주주들의 원활한 참여와 의결권 행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주주총회 날짜를 분산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8년 주주총회 분산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가 주주총회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날짜를 미리 지정해 상장사가 이를 피해 주총을 개최하도록 유도했다. 또한 집중일로 지정된 날 주총을 개최하려는 기업은 의무적으로 사유를 신고하도록 했다.
하지만 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 도입 이후에도 좀처럼 주총 쏠림 현상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슈퍼 주총데이’, ‘주총위크’ 같은 표현이 여전히 관행처럼 사용되는 것 또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일본도 한국과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결산일로부터 4~5개월 후 주총을 여는 미국·유럽 등과 달리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결산일로부터 3개월 내 주총을 개최해야 해서 일정이 촉박한 편이다. 우리나라의 사업보고서에 해당하는 유가증권보고서를 주주총회 전 제출하는 일본 기업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달 31일 발간한 ‘일본의 주주총회 분산 개최에 관한 논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결산 상장사 2297개 중 주주총회 전 유가증권보고서를 제출한 곳은 1.4%에 불과했다. 또한 약 70%의 기업의 주주총회가 6월 25일~6월 27일 사흘 이내에 집중됐다.
일본 정부는 주총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각종 법령 개정 및 완화책 등을 통해 주주총회 분산 및 유가증권보고서 사전 제출을 유도해왔다. 특히 지난 2019년에는 회사법을 개정해 주주총회 3주 전 또는 소집 통지 발송일 중 빠른 날 자사 웹사이트에 주주총회 관련 자료를 게시하도록 하고, 유가증권보고서를 제출한 경우 해당 의무를 면제해주는 조치를 도입했다.
이러한 조치에도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자 일본 금융청은 지난해 12월 관계부처 및 도쿄증권거래소, 신탁협회, 경제단체연합회, 공인회계사협회, 애널리스트협회 등이 참여하는 ‘주주총회 환경정비 협의회’를 구성하고 논의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금융청은 의결권행사 기준일과 결산일을 분리해 주주총회를 뒤로 미루거나 앞당기는 방식으로 주총 기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중복된 내용이 많은 유가증권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하나로 합쳐 기업의 부담을 경감하고, 주총 전 보고서를 제출한 기업에 대해서는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국내에서도 주총 분산 자율준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에게는 불성실공시 법인 지정 시 벌점을 감경하고, 공시 우수법인 선정 시 가점을 부여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감경 수준이 미미해 기업의 주총 분산 개최를 유도하기에는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고서를 작성한 여밀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도) 주주총회가 특정시기에 집중되고 사업보고서가 주총 1주 전 공시되는 경우가 많아, 주주가 기업 안건을 분석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일본과 유사하다”며 “일본 금융청의 이번 개혁은 일본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중요한 시도로 평가되며 국내와 유사한 관행을 고려할 때 일본의 사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 연구원은 이어 “일본이 고려하고 있는 방안에서 의결권 및 배당기준일은 우리나라에도 2020년 상법개정을 통해 가능한 사항이며 결산일 변경도 기업의 정관에 의해 결정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기업이 주주총회 개최일을 자율적으로 분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한 기업의 부담 완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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