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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케이뱅크, IPO 재도전 서두르는 숨은 이유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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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케이뱅크

[이코리아] 기업공개(IPO) 재추진에 나선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실적 개선에 힘입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반면, 수익구조 다각화 및 업비트와의 재계약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달 12일 이사회를 열고 IPO 재추진 안건을 결의했다. 케이뱅크가 IPO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IPO를 선언하고 같은 해 9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으나, 증시 불황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기업가치가 저평가될 위험이 커지자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이후 케이뱅크는 지난해 다시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하며 IPO 재도전에 나섰으나, 같은 해 10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하며 상장을 연기했다가 올해 1월 결국 철회를 결정했다.

케이뱅크가 상장 철회 후 두 달 만에 다시 IPO 재도전에 나선 것은 최근 실적 개선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두 번의 IPO를 모두 철회한 것은 증시 침체로 기업가치 저평가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뱅크는 지난해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희망공모가 범위를 9500원~1만2000원으로 제시했으나, 수요예측이 부진해 공모가를 하단 아래인 8500원까지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 경우 기업가치는 당초 기대했던 ‘5조원 이상’이 아닌 3조5000억원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이번에는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순이익은 1281억원으로 전년(128억원) 대비 10배나 불어났다. 고객 수 또한 1274만명으로 전년 대비 321만명이나 불어났고, 여·수신 모두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BIS(국제결제은행) 총자본비율과 및 보통주자본비율(CET1) 또한 각각 지난해 말 기준 14.67%, 13.52%를 기록해 건전성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말 자본비율이 전분기 대비 개선된 은행은 케이뱅크와 토스뱅크, 전북은행 등 3개뿐이다.

케이뱅크가 IPO 재도전을 서두르는 다른 이유는 대주주인 BC카드 재무적 부담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1년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MBK파트너스·베인캐피탈·JS프라이빗에쿼티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7250억원을 투자받았는데, 여기에는 IPO를 조건으로 하는 동반매각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 및 풋옵션이 포함됐다.

만약 케이뱅크가 내년 7월까지 IPO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BC카드는 FI와 함께 제3자에게 보유지분을 매각하거나 콜옵션 행사를 통해 FI 보유지분을 되사들여야 한다. IPO 실패로 투자금을 반환하게 된다면 최근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 BC카드에 심각한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케이뱅크가 세 번째 IPO 도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최근 케이뱅크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가계대출 중심의 이자이익 확대가 앞으로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케이뱅크는 전세·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시장에 진출한 이후 정부의 대환대출 활성화 정책에 수혜를 받으며 이자이익을 크게 늘렸다. 지난해 케이뱅크가 거둔 이자이익은 4815억원으로 비이자이익(613억원)의 6배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있는 만큼, 가계대출 중심의 성장 전략이 더 이상 통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는 기업대출에 역량을 집중해 수익구조를 다각화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케이뱅크는 지난달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부동산담보 후순위 대환대출을 출시하며 기업대출을 2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김민찬 케이뱅크 코퍼레이트 그룹장은 “총량 규제로 인해 개인대출을 많이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 기업대출 공급을 늘려도 자본적인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반복해서 제기되는 ‘업비트 의존’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케이뱅크의 초기 성장에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의 제휴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업비트와의 제휴 계약은 올해 10월 말 만료된다. 최근 금융당국이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기로 한 만큼, 업비트가 기업 고객을 다수 확보한 시중은행으로 제휴 은행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 케이뱅크로서는 업비트와의 계약 연장을 끌어내거나, 업비트가 없어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을 시장에 입증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케이뱅크는 아직 IPO와 관련해 구체적인 일정을 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IPO 삼수에 나서는 케이뱅크가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증시에 입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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