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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화생명 건전성 지표 하락, 이유 있었네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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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화생명

[이코리아] 한화생명이 대형 생명보험사 중 유독 낮은 건전성 지표를 기록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해외 법인 실적도 부진한 가운데 디지털 보험 전략의 핵심인 캐롯손해보험 또한 결국 실패로 귀결되면서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를 이끌고 있는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지급여력비율(킥스·K-ICS, 이하 킥스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63.7%로 집계됐다.

킥스 비율은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 나타낸 것으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한화생명의 킥스 비율은 금융당국 권고기준인 150%를 상회하고는 있지만, 전년 말 대비 20.1%포인트 하락해 삼성생명(193.5%, △25.3%포인트), 교보생명(164.2%, △29.6%포인트) 등 생보사 ‘빅3’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최근 보험사 자본규제 개편에 나서기로 하면서 한화생명의 건전성 지표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금감원은 최근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의무 준수기준으로 도입하고, 공시를 강화해 자본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험사들이 킥스 비율 관리를 위해 앞다퉈 자본성 증권 발행에 나서면서 오히려 이자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문제가 발생하자, 기본자본(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등)을 기준으로 하는 킥스 비율을 도입해 자본의 질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것.

현재 대형 보험사들의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대체로 100%를 상회하고 있지만, 한화생명은 79%로 ‘빅3’는 물론 중소형사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각각 156%, 105%로 한화생명과는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신한라이프(145%), 농협생명(95%), KB라이프(191%), 미래에셋생명(177%) 등 중·대형 생보사 중 한화생명보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낮은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생보사 건전성 지표 하락 배경으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금융당국의 무·저해지상품 해지율 가이드라인 강화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러한 요인은 모든 보험사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한화생명의 건전성 지표가 경쟁사 대비 유독 낮은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일각에서는 금리상승기였던 지난 2022년 하반기 보험사 간의 저축보험 금리 경쟁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한화생명이 확정금리 저축보험 판매에 지나치게 열을 올렸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한화생명의 건전성 우려가 확산하면서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를 이끌고 있는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김 사장은 사장 승진 이후 추진한 각종 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태다.

지난 2023년 사장 승진과 함께 최고글로벌책임자를 맡은 김 사장은 본격적으로 해외 사업을 진두지휘해왔지만, 해외법인 실적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한화생명 베트남법인의 지난해 순이익은 447억원으로 전년(471억원) 대비 5% 감소했다. 인도네시아법인 또한 6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지난 2022년 이후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김 사장이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맡으며 설립을 주도한 캐롯손해보험도 결국 실패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지난 2019년 출범한 캐롯손해보험은 한화그룹 디지털 보험 전략의 핵심으로 기대를 받았지만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실제 출범 첫해 91억원이었던 캐롯손보의 적자는 2022년 841억원까지 불어났다. 지난해 662억원으로 적자가 감소했지만 여전히 실적 부진이 계속됐고, 결국 최근 한화손보에 흡수합병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편, 한국기업평가는 “한화생명의 경우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70%대로 대형사 피어(Peer) 그룹 내 상대적 열위에 위치한다”며 “총자본 킥스 비율 자체가 경쟁사 평균 대비 낮은데다 자본성 증권 의존도도 높은 것이 주된 사유”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이 낮은 건전성 지표를 끌어올리고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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