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태영 농협은행장이 지난 3월 26일 광화문금융센터를 방문해 내부통제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NH농협은행
[이코리아] 지난해 반복된 금융사고로 곤욕을 치른 NH농협은행이 올해 수장을 교체하고 내부통제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올해 들어 디지털 내부통제 고도화, 내부통제 인프라 강화 및 취약점 전면 재정비, 조직문화 혁신 등 내부통제 쇄신을 위해 다양한 과제를 추진 중이다.
우선 농협은행은 실효성 논란이 있었던 ‘순회감사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순회감사 제도는 퇴직자를 채용해 2~3개 영업점에 대한 감사 및 모니터링을 수행하도록 한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는 지난해 적발된 명동·회현지점의 120억원 횡령사고와 관련해 담당 순회감사자가 106건의 대출을 모두 ‘정상’으로 판단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농협은행은 수기 방식의 순회감사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디지털 상시감시 체제를 구축해 이를 대체하는 한편, ‘자점감사 모니터링반’을 신설하고 여신 등 위험도가 높은 자점감사 항목은 본부가 직접 관리하도록 했다.
내부통제 관련 인력도 크게 늘릴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올해 준법감시인 인력을 기존 61명에서 122명으로 2배 충원하기로 했다. 내부통제 전담 조직 또한 기존 7개 팀에 사고예방과 책무관리 전담조직, 특별 모니터링팀 등 3개를 추가해 총 10개 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 규정도 강화했다. 농협은행은 관할 사무소(지점)에서 10억원 이상 규모의 금융사고가 2회 이상 발생할 경우 해당 지역 본부장에게 직권정지·대기발령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또한 은행 영업점장은 사고 발생 즉시 직권정지·대기발령 처분을 받게 된다.
또한 농협은행은 연내 내부통제 전문가 인증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자점감사, 금융사고 사례, 여신 절차, 윤리행동지침 등 다양한 항목에 대한 역량을 평가해 내부통제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금융사고 대응에 활용한다는 취지다.
농협은행이 이처럼 내부통제 강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지난해 대형 금융사고가 다수 발생해 곤란을 겪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협은행에서는 지난해 총 90건, 649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고가 발생했다. 내부 직원이 브로커·차주 등과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통해 감정평가액을 부풀리거나 복수의 허위 차주 명의로 분할해 대출 승인을 받는 등의 방식으로 내부통제 감시망을 회피한 것.
반복된 금융사고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결국 이석용 전 농협은행장은 물론 이석준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까지 연임을 포기해야 했다. 새로 취임한 이찬우 지주 회장과 강태영 행장이 한목소리로 내부통제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월 4일 취임한 이 회장은 취임사에서 “고객의 신뢰없는 금융산업은 모래성일 뿐이며 농협금융도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체계를 시스템에 의해 관리될 수 있도록 재정비하고 내부통제가 실효성있게 작동될 수 있도록 점검하고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새 수장의 취임 일성이 무색하게 농협은행에서는 최근 20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또다시 적발된 상태다. 농협은행은 지난 3일 ‘외부인에 의한 과다대출’로 204억9310만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대출상담사가 다세대 주택 감정가를 부풀려 과다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한 것.
다행인 점은 농협은행이 자체감사를 통해 부당대출 정황을 발견했다는 것. 농협은행은 추가 감사를 통해 구체적인 손실금액을 산출하는 한편, 해당 대출상담사를 수사기관에 고소할 방침이다.
한편, 지난 12일 취임 100일을 맞은 강태영 행장은 지난 1월 취임사에서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업무관행에서 벗어나 규정과 원칙에 충실한 사업추진으로 고객이 우리를 믿고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업무 재설계를 통해 모든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하고 취약점을 전면 재정비해 내부통제 강화와 금융사고 제로화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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