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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현장] MG손보 가입자들, "보험계약 유지 해법 찾아달라" 호소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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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문 MG손해보험 가입자단체 대표가 16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입장문을 읽고 있다. 사진=임해원 기자

[이코리아] MG손해보험의 매각이 무산된 이후 후속 조치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면서, 보험 가입자들의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MG손해보험 가입자들은 16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기존 조건 그대로 보험계약을 유지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이다. 계약 조건이 바뀌지 않은 채로 안전하게 유지되는 것”이라며 “유리한 조건을 따지거나, 특별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지금까지 지켜온 보험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정책을 주도할 영향력도 없고, 이 복잡한 구조를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위치에도 있지 않다”며 “금융당국이 조율과 판단의 주체이자 이 갈등을 풀어낼 중심이 되어, 법과 제도가 국민을 보호하는 장치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현명하고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는 지난달 MG손해보험 매각이 무산된 이후 아직 처리 방식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앞서 예보는 지난해 12월 메리츠화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매각 절차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MG손보 노조의 강한 반발로 실사가 진행되지 못하자 결국 메리츠화재가 지난달 13일 인수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예보는 매각 무산 시 ▲재매각 ▲청·파산 ▲타 보험사로의 계약이전 등의 정리 대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우선 재매각의 경우, 지난 2022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꾸준히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돼온 MG손보를 인수할 새로운 후보를 단기간 내 다시 찾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보험사 건전성 지표가 전반적으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인수 부담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인수 후에도 MG손보 경영정상화를 위해 쏟아부어야 할 자금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최악의 시나리오는 보험계약자들에게 예금보험금을 지급하고 청·파산을 하는 것이다. 예금자보호법상 보험계약자는 5000만원까지만 해약환급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데, MG손보의 보험계약자 약 124만명 중 5000만원 초과 상품 계약자는 법인 9112곳, 개인 2358명 등 총 1만1470명으로 계약 규모는 총 1756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무해지 보험 가입자들은 청·파산 시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 무해지 보험은 저렴한 보험료와 넓은 보장 범위가 장점이지만, 해약 시 환급금이 적거나 아예 없다는 단점도 있다. 만약 MG손보가 청산될 경우 무해지 보험 가입자들은 사실상 별다른 보상을 받기 어렵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MG손보의 무·저해지 보험 판매금액은 전체 개인보험 판매금액의 약 30% 수준이다.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나 유병자·고령자 등도 다른 보험사에서 같은 조건으로 보험에 재가입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날 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대부분 고령자와 무해지 보험 가입자들이었다. 한 집회 참가자는 “지난 2007년 실비보험에 가입한 뒤 18년간 성실히 보험금을 내왔는데, 갑자기 보험이 사라질 수 있다니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라며 “남편이 몸이 불편한데 나까지 아프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우울증까지 겪고 있다”고 말했다.

MG손해보험 가입자들이 16일 오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임해원 기자

청·파산 시 MG손보 가입자들의 피해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융당국과 예보로서도 재매각이 어렵다면 다른 대형 보험사로 계약을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이다. 문제는 다른 보험사가 MG손보의 기존 계약을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느냐다.

MG손보는 과거 빠른 성장을 위해 공격적으로 보장이 많은 보험상품을 판매해 부실한 상품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험사 건전성 지표가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 또한 보험사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MG손보의 계약을 이전받는다면, 대형 보험사라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보험가입자가 받을 보상을 축소하는 방식의 ‘감액이전’이 대안으로 논의된다. 감액이전은 보험계약을 다른 보험사로 이전하면서 보장 범위를 일부 축소해 보험사의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MG손보 가입자들은 기존 조건의 변경 없이 보험계약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만큼, 감액이전이 결정될 경우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한편, 지난달 24일부터 1인 시위를 이어오고 있는 민경문 MG손보 가입자단체 대표는 “계약이전이든 재매각이든 현재의 보험계약이 온전히 유지되는 것만이 가입자들의 바람”이라며 “오늘 집회 이후에도 보험계약 유지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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