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1분기 국내 주식시장에서 역대 최고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한 가운데, 개인투자자와는 정반대의 투자패턴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1분기 국내 상장주식을 15조8300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순매수액 규모(10조5010억원)보다 1.5배 큰 것으로, 금감원이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98년 이후 최고치다.
월별로 보면, 1월에는 3조3530억원을 순매수하는데 그쳤으나,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2월 7조3750억원으로 규모가 크게 늘었고, 지난달에도 5조102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5개월 연속 순매수를 지속했다. 지난달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는 4조2150억원, 코스닥시장에서는 8870억원을 순매수해 코스피 대형주 쏠림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확대되는 이유로는 금리인하 기대감과 ‘밸류업’ 효과가 꼽힌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미국 경기의 연착륙 등이 가정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강세 흐름을 보이며 외국인 매수세가 작년 11월 이후 5개월째 지속되고 있다”라며 “대내적으로는 작년 11월 초 공매도 금지 정책과 올해 1월 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이 정책 모멘텀으로 작용하며 외국인 매수세를 더욱 강화시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투자패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반도체’ 집중 현상이다. 실제 1분기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반도체 관련주만 3개가 포함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외국인이 가장 많이 매수한 국내 주식은 삼성전자(5조5025억원)였으며, SK하이닉스(1조7556억원)와 삼성전자 우선주(1조544억원)도 각각 3위와 5위를 차지했다. 반도체 관련주 3개에 쏠린 자금만 약 8조원으로 전체 순매수액의 절반이 넘는다.
밸류업 효과에 힘입어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에 대한 매수세도 확대됐다. 1분기 외국인 순매수 순위 상위권에는 현대차(2조1409억원, 2위), 기아(3984억원, 9위) 등 자동차주와 지주사인 삼성물산(1조934억원, 4위), KB금융(6650억원, 6위), 삼성생명(3623억원, 10위), 우리금융지주(3418억원, 11위), 하나금융지주(2726억원, 14위) 등 금융주 등 PBR이 1배 미만인 대표적 저PBR 종목이 다수 자리했다.
주목할 점은 1분기 외국인과 개인투자자의 투자패턴이 정반대로 엇갈렸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네이버(1조5129억원)였으며, 그 뒤는 삼성SDI(6788억원), 엔켐(4293억원), JYP엔터테인먼트(3829억원), LG화학(3492억원), 포스코홀딩스(3453억원), SK이노베이션(3410억원), 에이피알(3307억원), 한화솔루션(2315억원), 오리온(2223억원) 등의 순이었다.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상위권은 2차전지 관련주를 중심으로 대부분 PBR 1배가 넘은 종목으로 채워졌다. 이 가운데 LG화학, 삼성SDI, 네이버, 포스코홀딩스, 오리온, JYP엔터테인먼트 등은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상위 종목 1~6위에 해당한다. 반면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매도한 주식은 삼성전자(△3조1056억원), 현대차(△2조3988억원), 삼성전자 우선주(△1조66억원), 삼성물산(△8706억원), SK하이닉스(△5017억원) 등으로 모두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종목들이다.
수익률로 비교해보면 외국인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대비 올해 1분기말 주가가 상승했으며,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64.3%), 삼성생명(33.6%) 등은 3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반면,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1분기 들어 주가가 상승한 것은 2차전지용 전해액 제조업체인 엔켐(185.5%) 뿐으로 나머지 종목은 모두 주가가 하락했다.
한편, 외국인의 국내 증시 투자가 급격하게 불어난 만큼, 차익실현에 나설 경우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수개월 국내 증시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대체로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계 자금”이라며 “보통 영국을 포함한 유럽계 자금은 헤지펀드 성격의 자금이나 단기 트레이딩 성격이 자금 성향이 강해 시황 변화에 따라 유출입 변동성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 연구원은 이어 “외국인이 코스피를 월 5조원 이상 순매수한 과거 사례들을 살펴보면, 그 다음 달까지 상당 자금이 추가로 유입되며 증시가 추가 상승했으나 다다음 달부터는 자금 유입 규모가 크게 줄고 증시 상승세도 뚜렷하게 둔화되는 양상을 보인 바 있다”라며 “이는 2010년 이후 5번의 사례를 평균화한 것이기는 하나 4월부터 외국인의 자금 유입 규모가 둔화되고 증시 상승 탄력도 둔화될 가능성을 일정 부분 시사해 주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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