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이커머스업체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가 국내 소비자에게 불공정한 약관을 적용해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알리는 현재 국내 전자상거래 2위 업체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빠른 성장세을 보이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기관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2024년 2월 알리익스프레스 앱의 사용자는 818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갱신했다. 전년 동월 사용자 355만명과 비교하면 130% 증가한 수치다.
그런데 알리의 약관이 이용자들이 약관을 찾거나 알아볼 수 없도록 홈페이지 하단에 영문으로 표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약관법을 다수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CUCS)는 “알리가 부당하고 불공정한 독소조항들로 가득한 약관을 이용자들에게 적용하며 일체의 모든 책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약관은 다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사전에 마련한 규정이다. 그러다보니 소비자의 계약 내용을 결정한 자유가 박탈되어 있다. 이에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을 두어 계약에 대한 내용을 통제하고 있다.
이는 역외적용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아도 실무상 넷플릭스와 같은 외국 사업자들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또 약관법 위반시 약관의 명시, 설명, 교부의무 위반자에 대한 과태료, 시정명령 위반자에 대한 형사처벌등을 규정하고 있다.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한 경우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다.
「약관법」에 따르면 신의성실의 원리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약관조항은 무효다.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나 고객이 계약의 거래형태 등에 비추어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 고객의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은 불공정한 것으로 추정한다. 사업자의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지연손해금 등의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조항, 고객의 해제권 또는 해지권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조항 등은 무효이다.
CUCS는 “알리의 이용약관이 영문으로 표기돼 이용자들의 확인이 어려원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한글 번역본은 「약관법」이 규정한대로 문장이 표준화·체계화된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고,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부호, 색채, 굵고 큰 문자 등으로 명확하게 표시하여 알아보기 쉽게 작성해야 함에도 전혀 그러한 형식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약관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업자는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한글로 작성하고, 표준화·체계화된 용어를 사용하며,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부호, 색채, 굵고 큰 문자 등으로 명확하게 표시하여 알아보기 쉽게 약관을 작성하도록 약관의 작성 및 설명의무 등의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다.
알리의 약관에는 이용자권리를 침해하는 다수의 독소조항도 보인다. 전체 이용약관 내용의 대부분이 알리의 책임을 배제하고 이용자들에게 전가해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내용들이다. 그 중에서도 약관의 적용과 수락, 회원의 책임·개인정보의 무한정 사용 승인, 알리의 무책임한 이용자 보호 규정, 상품구매에 따른 무한 책임, 알리의 면책 조항, 책임 제한 규정 등이 그 대표적인 독소조항들이다.
약관 적용과 수락의 조항의 경우 알리는 사이트에 관련 개정 및 재 명시된 약관을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알리 서비스 또는 사이트에 계속 접속하거나 사용함으로써 수정 및 재 명시된 약관이 적용된다는데 동의한다로 돼 있다.
특히, 알리는 구매에 따른 위험을 소비자에 전가해 모두 감수하도록 하고 있다. 약관의 7-2조항을 보면 “사용자는 허위로 행동하는 사람들과 거래할 위험이 있음을 인지해야 하고, 인터넷상의 사용자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Aliexpress.com는 각 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으며 확인하지도 않는다”고 돼있다.
알리는 거래에서 발생하는 분쟁에 대해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규정을 약관에 두고 있다. 약관 7-6에서 “이용자는 상품구매로 인한 분쟁이 있는 경우 해당 사용자는 해당 분쟁 또는 거래로 인해 또는 이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모든 청구, 요구, 조치, 절차, 비용, 지출 및 손해로부터 Aliexpress.com을 면책하고 면책하는데 동의한다”로 돼 있다.
소비자들이 알리에서 상품을 구매해 분쟁이 발생해도 약관에 동의하면, 알리의 면책에 동의한 것으로 되어 모든 책임이 이용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국내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8년~2023년까지 6년간 한국소비자원의 알리익스프레스 관련 소비자상담 및 피해구제 접수가 총 1181건에 달하며, 지난 1월 한달 동안에만도 212건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2018년~2024년 1월까지 알리익스프레스 관련 소비자상담 수준을 넘어 사업자의 부당행위에 대한 피해구제를 접수한 건수는 총 69건에 피해구제 금액만도 569만 7893만원이나 되었다. 알리익스프레스 피해구제 접수 내역을 피해유형별로 분류해 보면, 계약불이행이 26건(37.7%)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청약 철회 23건(33.3%), 품질 10건(14.5%) 등의 순이다.
CUCS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조사를 진행하다 보니 알리 및 테무와 같은 해외 이커머스의 이용약관이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 자세히 알게 되었다”면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 알리의 약관법 위반여부와 독소조항에 대해 자료가 정리되는 대로 공정위에 신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 3월 알리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모니터링하고, 전자상거래법상 위반 혐의는 없는지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가 중국 플랫폼 업체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약관법에 대한 위반 여부에 대한 부분까지 조사에 착수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공정위 담당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알리의 약관이 약관법의 적용을 받는 것은 맞다”면서도 “조사여부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답변하기 어다”고 말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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