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이스라엘 간 군사적 충돌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수출입 상황과 시장 대응 방안 등을 점검했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 전시 각료 5명이 이란의 폭격 대응 방안으로 이란 공습에 대한 보복에 찬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회동에서는 상당수의 각료가 보복에 찬성했지만, 대응 시기와 강도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고 결국 별다른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한 직후, 이스라엘 전시 내각이 보복 공격 안건을 철회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 측은 이스라엘을 대상으로 ‘진실의 약속 작전’을 개시한다면서 탄도·순항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이는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래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첫 직접 공격으로 대리전만을 고수했던 이전과 비교하면 전쟁 양상이 한층 더 격화됐음을 알 수 있다
이란은 이번 공격과 관련해,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관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당해 혁명수비대 사령관들이 살해된 데 대한 보복이라면서, 라이시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적국인 이스라엘에 교훈을 주었다”며 성과를 강조했다.
한편 이란은 이스라엘의 대응이 없다면 추가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튀르키예를 통해 밝혔다.
튀르키예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이 이번 공습과 관련해 통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이 피단 장관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작전은 종료됐고 이란이 공격받지 않는 한 새로운 군사작전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란의 UN대표부는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은 '종료된 것'으로 간주한다”면서 추가 공격이 없을 것이란 입장을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또한 공습 전에 미국에 사전 통보해 미국과 충돌할 의지가 없음을 밝혔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보복공격을 감행한 것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대신 국제 사회 내지는 후폭풍을 의식해 정부 및 군시설만 타겟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스라엘이 이란에 보복에 대해 얼마나 맞불을 놓을지가 확전 여부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등 이른바 ‘중동 리스크’에 따라 정부가 수출입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강경성 1차관 주재로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수출품목담당관과 제5차 수출 비상대책반 회의를 열고, 현지 시간으로 지난 13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해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데 따라 수출입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강 차관은 “대중동 수출 비중은 크지 않지만, 유가와 물류비 상승을 통해 우리 수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면밀한 상황 점검이 필요하다”며 “현재까지 우리 물품의 선적과 인도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동 수출은 지난해 기준 우리 수출의 3%를 차지한다.
산업부는 이번 사태가 지난해 있었던 이른바 ‘홍해 사태’와 맞물려 우리 기업들의 물류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며, 코트라와 무역보험공사, 무역협회 등과 구성한 민관 합동 ‘수출 비상대책반’을 중심으로 비상 계획을 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황별로 수출 바우처 물류비를 확대하거나, 중소기업 전용 적재 공간 추가 지원, 피해 발생 기업에 대한 무역금융 특별 지원 등을 시행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도 이날 오전 김주현 위원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이란-이스라엘 간 군사적 충돌에 따른 시장 영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분쟁 당사국인 이란과 이스라엘에 대한 국내 금융회사의 익스포져(위험노출액)가 크지 않고 금융권의 외화 조달 여건도 양호한 상황으로 이번 중동 사태가 단기적으로 국내 금융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익스포져는 이란이 약 100만 달러, 이스라엘이 2억9000만 달러 수준이다.
다만, 향후 중동 사태 전개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고 사태가 악화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만큼 이번 사태의 진행 상황과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금융당국은 밝혔다.
금융당국은 또 시장 불안이 발생할 경우 이미 가동 중인 94조 원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적극 대응하고 추가 조치가 필요한 경우 관계부처와의 공조를 통해 추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편, 이스라엘-이란 사태에 시장 전문가들은 확전 우려가 커졌다면서도, 당장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게 보는 것이 주류이다. 다만 양측 모두 확전을 차단하는 모양새이나 예단보다는 시나리오별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 본토를 대상으로 한 이란의 직접 공격은 분명 의의가 깊다. 에너지와 안전 자산인 금에는 단기 상방 변동성을 줄 명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이란 모두 확전을 지양한다는 점에서 결론을 내리기보다 1)기존 간헐적 대리전 지속 2)대리전 격화 3)전면전 돌입 등과 같은 시나리오별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당사는 전면전보다 시나리오 중 1안을 중심으로 대응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위험이 너무 장기화돼서 유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 지금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인한 증시 조정은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작년에도 그랬듯이 지정학적 리스크는 분명 위험 요인이다. 단순히 위험자산을 피하고자 하는 행태를 야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물 경제에 수요 확대를 수반하지 않는 인플레 압력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당장 미국도 조정 받은 판국에 이로 인한 국내 증시 조정도 불가피 할 듯 하다”고 우려했다.
강 연구원은 또 “다만 이러한 리스크를 제외하면 증시의 상방도 여전히 열려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면서 “이 위험이 너무 장기화돼서 유가를 더 크게 들어올리지만 않는다고 하면 지금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인한 증시 조정은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KB증권도 극단적인 경우만 아니라면 증시 조정폭이 기존의 전망(-10% 내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4월 전략’에서 제시한 ‘조정폭(비교적 얕은 조정, -10% 이내)’ 전망을 유지한다. 당시 제시한 조정폭은 지금과 같은 사태(이스라엘-이란 충돌)나 유사한 충격이 발생하는 경우를 고려하며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유가가 급등한 상태를 오랫동안 지속하여 경기사이클이 꺾이고 기업이익도 무너진다면, 그땐 주식시장 전망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경우만 아니라면, 증시 조정폭은 기존의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또 이와 관련해 “업종으론 5월 말 우주항공청 출범과 관련 정책 출시라는 모멘텀도 존재하는 ‘우주/국방’에 관심을 유지한다”고 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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