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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4·10 총선 여당 참패, 금투세 운명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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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정책공약집 중 일부. 자료=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일각에서는 금투세가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반면, 적용 대상이 극소수인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위성정당 국민의미래는 지난 10일 실시된 제22대 총선에서 각각 90석, 18석으로 총 108석을 차지했다. 반면 범야권은 더불어민주당 161석,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 총 189석을 확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여소야대 국면에서 남은 임기를 보내는 것이 확정되면서, 그동안 추진해온 감세 및 증시 부양 정책이 표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외치며 공매도 전면 금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는데,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한 것은 금투세 폐지다. 

 

금투세는 주식·펀드·채권·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얻은 연간 수익이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을 넘으면, 초과한 소득에 대해 20~25%의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지난 2020년 여야 합의로 소득세법이 개정되면서 2023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증시 침체 등을 우려해 시행 시기가 2025년 1월 1일로 미뤄졌다.

 

국민의힘은 선거를 앞두고 발표한 정책공약집에 금투세 폐지를 포함시켰다. 국민의힘은 금투세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소액주주 증세안’”이라며, 내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를 폐지하고 현행 주식 양도세 과세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 폐지는 사실상 ‘부자감세’라며 예정대로 시행하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을 강화해 소액주주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총선이 야권의 압승으로 끝나 내년 금투세 시행이 확실시되면서,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해외주식 투자자들은 큰 타격을 받겠지만, 국내 증시 투자자들에게는 별 영향이 없을 것”, “종합부동산세 실시할 때도 말이 많았지만, 부동산 폭락은커녕 잘만 오르더라”와 같은 낙관론과 “큰 손이 빠져나가면 증시가 침체되 일반 투자자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어 폭락장이 올 수도 있다” 등 비관론으로 나뉘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투세 시행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국내 증시가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대만의 경우 지난 1989년 급하게 주식 양도소득세를 도입했다가 거래량 감소, 주가지수 급락 등의 부작용을 겪고 1년 만이 결정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대만은 과열된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해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50%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는데, 해당 조치가 발표되자 대만 가권지수(TWSE)는 한 달 만에 8789에서 5615로, 일일 거래량은 17.5억달러에서 3.7억달러로 급락했다. 결국 대만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를 폐지했고, 이후 2013년 다시 관련 법안이 통과됐으나 개인투자자들의 반발로 다시 무산됐다. 

 

반면, 금투세가 시행되더라도 증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금투세 적용 대상이 많지 않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금투세 도입 시 과세 대상은 2022년 기준 15만명, 세 부담은 약 1.5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같은 해 기준 국내 주식투자자 1440만명의 1.0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 또한 지난 2019~2021년 3년간 5대 증권사의 실현손익 금액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과세 기준인 5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거둔 투자자는 전체 투자자의 0.9%(6만7000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게다가 최근 국내 증시에서 비중을 늘리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자는 금투세를 적용받지 않는다. 

 

여기에 민주당이 공약으로 제시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 강화로 인해, 소액주주의 금투세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ISA 납입한도를 1억5000만원(연 3000만원)으로 기존 대비 1.5배 늘리고 이자·배당·투자소득을 전액 비과세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금투세의 점진적 도입을 통해 대만과 같은 실패를 피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만의 경우 증권거래세율을 0.30%에서 0.15%로 인하하는 대신 50%의 양도소득세를 유보 기간도 없이 즉시 시행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다. 반면, 일본의 경우 10년에 걸쳐 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고 비과세범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면서 주식 양도소득세 도입의 충격을 분산시켜 성공적으로 제도를 안착시켰다. 

 

국내의 경우, 금투세의 연착륙을 위해 이미 다른 국가보다 기본공제 기준(국내상장주식의 경우 5000만원)을 비교적 높게 설정한 상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2020년 발간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현황 및 쟁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장기자본이득에 대해 3만9375달러(독신), 영국은 1만2300파운드, 독일은 801유로(독신)에 대해 과세를 면제하고 있으며, 일본은 기본공제 및 면세소득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한편,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야당이 선거에서 크게 승리했고, 이미 제정된 법안을 고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며, 금투세 폐지는 부자 감세가 될 수 있다는 논란을 피해가기 어렵다”라며 “금투세 유예가 연장될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반대급부로 IRP 계좌에 대한 수혜 확대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투자자의 이탈, 사모펀드 과세 등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보다 확실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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