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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단독] ESG 투자 앞세우는 공적연기금, ESG 전문가는 부재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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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과 투자는 글로벌 추세다.  기업과  금융기관은 물론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기금의 경우 더더욱  ‘ESG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인력이다.  ‘ESG투자’를  실행할 공적연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에   ESG 관련 전문가가 거의 부재하다는 점이다.

 

ESG투자는 ESG경영과 다르다. ESG투자는 ESG경영을 잘하는 기업이나 실물자산을 선별해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ESG 투자 요소는 담배 회사에 대한 투자 기피에서 깨끗한 물 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까지 매우 다양하다. ESG투자 전문가는 이러한 것들을 망라하여 투자가치가 있는 것을 분석할 줄 아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공적연기금의 대표격인 국민연금은 2015년 「국민연금법」을 개정하면서 ‘기금을 관리·운영하는 경우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 증대를 위해 투자 대상과 관련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는 책임투자 근거 조항을 마련했다. 이어 2016년 기금운용지침 내 책임투자 관련 조항을 신설하고,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원칙)를 도입한 뒤 2019년에는 책임투자팀을 수탁자책임실로 확대 개편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연 2회,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1000여 개 상장사와 비상장사에 대해 정기적으로 ESG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지분율 1% 또는 보유 비중 0.5% 이상, 해외의 경우 보유 비중 0.3% 이상인 상장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는데, 기금이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곤란할 경우,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에 요청하거나 수탁위가 요구하는 투자 건의 경우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에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한다.

 

그런데 국민연금 수책위원으로 활동하는 8명 가운데 교수가 2명, 변호사가 2명, 기관소속이 2명, 연구원이 2명이다. 이 가운데 ESG투자에 대한 실무경험을 갖추고 있는 위원은 단 1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국민연금 수책위원은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사용자단체를 대표해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상근 전문위원 1명, 비상근위원 1명을 추천하고, 근로자단체 대표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서 상근위원 1명과 비상근 1명을 추천한다. 그리고 지역가입자 대표로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상근과 비상근 각 1명씩 추천하도록 돼 있다. 여기에 전문가단체가 3명을 위촉해 9인체제로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현재는 전문가단체가 추천한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사임하면서 8인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전세계100대연기금 중 3위인 국민연금기금, 출처-비쥬얼캐피탈리스트]

 

문제는 1000조원을 돌파한 국민연금기금의 8명의 수책위원 중 자산운용, 책임투자를 실제 경험한 현장전문가는 없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침에 따라 금융, 경영, 경제, 책임투자 등에서 5년 이상 경력있는 전문가를 수책위원으로 위촉하고 있지만, 현재 수책위원 가운데 자산운용이나 투자현장에서 직접 일했던 경험이 있는 분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국민연금기금 뿐 아니다. <이코리아>가 사학연금, 공무원연금공단에 직접 확인해 본 결과, 여기서도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의 위원 중 ESG 투자전문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위원 중에 시장전문가로 기업의 ESG펀드 인증 평가업무를 하셨던 분도 있다”면서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가 투자에 관한 부분 뿐 아니라 시장 및 사회 전반적인 부분을 다 고려해 논의하는 곳이므로 충분히 전문적인 역할을 다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상황과 다르게 캐나다의 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위원들이 ESG 기업컨설팅, 자산운용 등 ESG투자 전문가들로 채워져 있다. 위원회 11명 가운데 연차가 설명돼 있지 않은 2명을 제외하고는 적게는 15년에서 많게는 45년까지 관련업계에서 종사한 전문가들이다.

 

위원회 구성원의 차이는 장기적인 수익률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3~2022년까지 10년간 CPPI의 평균 수익률은 10.01%인데 비해, 국민연금 수익률은 4.70%에 그쳤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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