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자동차보험과 용종보험을 대상으로 시작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펫보험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대형 보험사와 플랫폼 간의 수수료 분쟁으로 서비스 활성화가 지연됐던 자동차보험 시장의 사례와는 달리, 새로운 시장에서는 흥행에 성공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분기 내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출시를 위해 보험사 및 핀테크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가장 먼저 서비스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카카오페이는 이미 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빅5’ 손해보험사와 킥오프 회의를 열고 논의를 시작한 상태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핀테크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을 통해 여러 보험회사의 온라인 보험상품(CM)을 비교해주고, 적합한 보험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로, 올해 1월 자동차보험과 용종보험을 대상으로 처음 운영되기 시작했다. 특히 시장 규모가 큰 자동차보험의 경우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7개 핀테크사를 비롯해 온라인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10개 손보사가 모두 참여해 기대를 모았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다양한 보험상품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해 보험사와 금융소비자 간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에 가장 적합한 상품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도입됐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취지를 살리기 위해 향후 펫보험을 비롯해 여행자보험, 저축성보험, 실손보험 등으로 서비스 적용 대상을 확장할 예정이다.
펫보험은 아직 규모는 작지만 향후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KB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2022년 말 기준 552만 가구로 2020년 말(536만 가구) 대비 2.8% 늘어났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반려동물 입양이 꾸준히 증가해 반려가구가 전체 가구의 약 4분의 1(25.7%)을 차지할 정도까지 늘어난 것.
반면 펫보험 가입률은 현저하기 낮은 수준이다. KB경영연구소가 20~69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펫보험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반려가구는 89%였으나 실제 가입한 경우는 11.9%에 불과했다. 지난 3월 기준 펫보험을 판매하는 10개 손보사가 보유한 보험계약 건수는 약 11만 건으로, 반려동물 개체 수(799만 마리,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 추정치) 대비 1.4%에 그쳤다.
반려가구의 증가세와 낮은 펫보험 가입률을 고려할 때, 다양한 보험상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의 출시는 시장이 크게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실제 흥행에 성공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지난 1월 출시된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의 경우 흥행 성적이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출시 후 한 달간(1월 19일~2월 19일) 12만명이 이용했으나 실제 체결된 계약 건수는 6100여건에 불과했다. 온라인(CM) 채널을 통한 자동차보험 갱신이 주당 평균 14만건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의 이용률은 미미한 셈이다.
자동차보험 비교·추천서비스의 흥행 실패 이유로는 보험사와 핀테크사 간의 수수료 갈등이 꼽힌다. 핀테크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을 통해 자동차보험 계약이 체결되면, 보험사는 핀테크사에 3%대의 수수료를 지급하게 된다.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중소형 보험사들은 대부분 해당 수수료를 자체 부담하며 소비자에게 기존 CM채널과 같은 보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빅4’ 손보사들은 자체 판매채널과 달리 플랫폼에서는 3%의 수수료율에 부가세까지 더한 별도의 요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미 과점체제가 형성된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굳이 핀테크사의 영향력을 키워줄 이유가 없기 때문.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빅4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은 85.3%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증가했다.
만약 펫보험 시장에서도 보험사와 핀테크사가 수수료율 등을 두고 갈등을 지속할 경우, 흥행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와 손보사들은 담보구성과 가입기간, 수수료율 등을 두고 아직 논의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형사 중심의 과점체제가 형성된 자동차보험과 달리 펫보험은 새로 개척해야 할 시장인 만큼 상황이 다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이미 자체 판매채널을 통해 고객 유입이 계속되고 있어 플랫폼에 의존할 필요가 크지 않았지만, 가입률이 1% 수준인 펫보험의 경우 플랫폼을 통한 고객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한편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반려가구 중 “펫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26.9%에 불과해 아직 펫보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곧 출시될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시장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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