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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빅테크 금융권 진출 가속화, 규제체계 마련 시급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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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의 대출 비교 서비스 화면. 사진=카카오페이

 

빅테크의 금융권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들의 시장지배력을 견제할 규제 장치에 대한 고민은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유럽 등 주요국에서는 이미 빅테크의 금융플랫폼에 의한 독과점을 예방하기 위해 규제체계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지난달 7일부터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 Act·DMA)을 본격 시행했다. 지난 2022년 제정된 DMA는 빅테크가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DMA는 알파벳(구글), 아마존, 애플, 바이트댄스(틱톡), 메타(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6개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하고, 이들이 자사 서비스 사용을 강제·우대하거나 타 업체의 사용자 정보 접근을 막는 등 불공정행위를 하면 전 세계 연간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EU가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이들의 시장지배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유럽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현황 및 감독 강화 추세’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의 유럽 내 매출은 2018년 624억 달러에서 2023년 943억달러로 증가했고, 메타는 같은 기간 134억 달러에서 309억 달러, 구글(유럽·중동·아프리카)은 447억 달러에서 91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홍 연구원은 “이는 유럽 지역에서 상당 부분의 유럽인이 미국 기업의 검색 엔진을 사용하고 미국 기업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쇼핑하고, 미국 기업의 소셜미디어를 사용한다는 의미”라며 “유럽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의 목적은 소수의 거대 플랫폼 기업이 디지털 시장을 독점하지 않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디지털 시장을 구축하는데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럽의 빅테크 규제는 이제 금융서비스로 향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유럽은행관리국(EBA), 유럽보험연금감독청(EIOPA), 유럽증권시장청(ESMA) 등 유럽 감독당국은 역내에서 빅테크가 제공하는 금융서비스 현황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빅테크가 제공하는 금융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위험요인을 미리 파악하겠다는 의도다. 

 

실제 유럽에서는 빅테크 자회사 5개가 전자화폐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급결제와 신용은 각각 2개, 보험 중개 및 사업은 5개 기업에서 제공 중이다. 증권 부문에서 빅테크 자회사는 아직 없다. 이처럼 유럽 금융시장에 대한 빅테크의 영향력은 아직 제한적인 수준이지만, 불공정경쟁 및 사이버 보안 위험, 개인정보 오용 등의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유럽 감독당국은 선제적으로 감독체계 구축 및 모니터링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의 보험 비교 서비스 화면. 자료=네이버파이낸셜

 

국내의 경우 이미 빅테크는 금융시장에서 자기 영역을 크게 늘려나가고 있다. 특히 간편결제 시장의 경우 빅테크의 영향력은 기존 금융사를 넘어선 상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이용금액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전자금융업자(48.9%)였으며, 금융회사 비중은 25.6%로 휴대폰 제조사와 같았다. 카드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또한 핀테크 및 휴대폰 제조사 비중이 67.7%였으며, 카드사 비중은 32.3%에 불과했다.  

 

금융소비자 편의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다양한 금융상품에 대한 비교·추천 서비스도 강화되고 있다. 실제 빅테크는 대출, 예·적금, 보험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비교해 개인에게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주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3’의 온라인 대출 중개 서비스 취급액은 2019년 1207억원에서 2022년 17조4468억원으로 급증했으며, 관련 수수료 수익도 같은 기간 13억원에서 1767억원으로 늘어났다. 

 

반면, 빅테크 금융서비스에 대한 규제체계 논의는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국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월 유럽의 DMA와 유사한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해 ▲이용자의 타사 플랫폼 이용 방해 ▲입점 업체에 다른 유통채널보다 유리한 거래조건 요구 ▲자사 상품 및 서비스 우대 ▲끼워팔기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기준을 세부적으로 어떻게 정할 것인지, ‘사전 지정’ 방식으로 인한 빅테크의 경영활동 위축 및 혁신동력 저해 우려 등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한편, 홍 연구위원은 “국내에서도 DMA와 유사한 내용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실정에 적합한 규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며 “규제 도입의 시기와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결정하는 부분, 현재 국내 플랫폼 시장 상황 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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