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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잠 못 드는 한국인...수면 건강 돕는 슬립테크 주목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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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수면장애가 만성질환과 제2형당뇨형에 미치는 영향,출처-녹스헬쓰]

 

불면증 환자들 사이에서 ‘슬리포노믹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슬리포노믹스란 수면(Sleep)과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로, 각종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이 숙면에 도움이 되는 제품에 투자하는 소비 현상이다.

 

최근 세계수면학회가 정한 ‘세계 수면의 날’(3월 15일)을 맞아 수면기업 레즈메드가 17개국 약 3만6천여 명을 대상으로 수면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수면 만족도가 세계 평균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응답자의 평균 수면 시간은 6.78시간으로, 세계 평균인 6.8시간과 비슷했다. 그러나 수면의 양과 질이 각각 ‘만족스럽다’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38%, 36%로 세계 평균인 50%, 49%에 비해 상당히 낮았다.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로는 개인적 불안(35%), 불면증(32%), 호흡 곤란(15%) 등이 꼽혔다.

 

숙면의 중요함을 인증하는 연구결과는 다양하다. 호주 국립대 연구팀은 평균연령 54세 중년 2만9545명의 뇌 스캔 기록과 수면 습관 정보를 들여다본 결과, 하루 수면시간이 6시간 이하일 경우, 적정 수면시간인 7~8시간을 자는 사람에 비해 뇌 용적이 적고 기억력과 반응 시간 등 인지 능력이 떨어졌다.

 

스웨덴 연구팀은 하루 5시간을 채 못 자는 사람의 말초동맥 질환 발병 위험이 2배가량 높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을 봤을 때도 수면시간이 7시간 이하인 사람이 14%, 10시간 이상인 사람이 10% 높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숙면을 통해 건강 관리에 힘쓰고자 하는 사람이 늘면서 관련 산업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슬리포노믹스 시장은 2026년 4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슬리포노믹스 시장 규모는 2011년 4,800억 원에서 2021년 3조 원으로 10년간 6배 이상 성장세를 보인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 기술 발달에 따라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수면 건강에 보탬이 되는 기기 등 슬립테크(SleepTech)에 대한 관심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선보인 슬립테크 전용관에선 반지, 헤어밴드, 마스크, 안대 등 수면 건강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가 30종 이상 출품돼 눈길을 모았다.

 

국내 병원에서도 실제 앱을 통해 불면증을 처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진-솜즈(Somzz),출처-에임메드]

 

‘솜즈(Somzz)’는 국내 1호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DTx)다. 올해 1월부터 상급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환자 대상 정식 처방이이 이뤄지고 있다. 솜즈는 만성 불면증 환자를 위한 표준치료법인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법(CBT-I)을 모바일 앱으로 구현한 디지털 치료기기로 지난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솜즈 개발사인 에임메드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 고대안암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도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 심의 등 관련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고 실제 처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DTx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불면증 환자가 의사 처방에 따라 스마트폰 등에 DTX 앱을 깔고 6주간 수면 습관 교육, 행동 중재 등을 집에서 진행하면서 치료하는 개념이다. 직접 병원에 방문해서 받는 기존 인지행동치료보다 시간·비용이 절약되고, 의사가 환자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사진-솜리스트,출처-녹스헬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유일한 처방용 디지털 치료제인 ‘솜리스트(Somryst)’ 앱은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국제적인 수면건강기업인 녹스헬쓰에 지난해 5월 인수됐다.

 

솜리스트는 스마트폰 앱 기반의 9주짜리 프로그램으로, 불면증 인지행동요법의 수면 통합과 제한, 인지 재구성 및 자극 통제라는 3가지 기전으로 작동한다. 소프트웨어 역시 불면증 인지행동요법의 핵심 요소인 불면증의 개요, 수면 제한, 자극 조절, 인지 재구성, 수면 위성과 재발 방지 등을 기반으로 한 6개의 순차적 모듈로 구성돼 있다. 보험청(CMS)으로부터 보험코드도 부여 받았다.

 

2022년 미국 페어 테라퓨틱스 의학부 펠리시아 포마(Felicia Forma) 연구팀은 솜리스트(Somryst)의 효과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솜리스트를 사용한 환자들은 9주 후 평균 불면증 심각도 지수(ISI) 점수가 37.2% 낮아진 12점으로 떨어졌다. 9주 후 환자 4명 중 한 명 이상(26.6%)은 ISI 점수가 경도불면증 단계인 8 미만으로 떨어져 크게 완화됐다. 또 중증 불면증을 겪는 환자의 비율도 전체의 31.5%에서 7.3%로 줄었다. 그 결과, 응급실 방문은 치료 전에 비해 53% 감소, 입원은 21%, 병원 외래 방문은 13% 줄었다. 수면보조제 치료 환자 수도 치료 전 52.4%에서 치료 후 42.7%로 18.5% 감소했다.

 

펠리시아 연구팀은 코모도 헬스(the Komodo Health)와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CMS)로 부터 입원 및 외래 방문을 확인해, 디지털 치료제 사용 전후 24개월에 걸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2년 추정 비용 절감액은 51만678달러(환자 당 2059달러)였으며, 이는 주로 입원 및 응급실 방문 감소에 따른 것이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불면증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불면증 치료 앱은 인내심을 갖고 장기적인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보기 어렵지만, 근본 문제점을 찾고 이를 풀어가는 데는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디지털치료기기 사용 후기들을 보면 경구용 약물 역시 개인적인 차이가 발생하는 것처럼 디지털치료기기 역시 개인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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