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성별근로공시제, 민간 영역까지 확대해야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4. 11.
728x90
[사진-통계청]

 

지난해 여성근로자의 수가 역대급으로 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임금 근로자 중 여성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45.7%약 100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남녀 간 임금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여성 임금 근로자는 전년 대비 28만2000명 늘어난 997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63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이며, 60년 전(57만4000명)과 비교하면 약 17.4배 늘어난 것이다. 여성 임금 근로자를 포함한 작년 전체 여성 취업자는 1246만4000 명으로, 이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성 임금 근로자의 고용 형태별로 보면 상용 근로자의 비중은 68.7%로 총 685만3000명이었다. 임시근로자가 28.1%(280만3000명), 일용근로자가 3.2%(32만명)로 그 뒤를 이었다.

 

통계청의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이행보고서 2024’에 따르면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2022년 기준 31.2%로 지난해보다 0.1%로 더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원년인 1996년부터 27년째 꼴찌다. OECD 평균(12.1%)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으로, 차이가 30% 이상 벌어진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로 성별 근로공시제에 대한 필요성이 다시금 대두되고 있다. 성별 근로공시제란 기업이 스스로 채용·근로(승진)·퇴직 등 고용 항목별 성비 및 격차를 공개해 차별 개선을 유도하는 제도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공기관(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과 지방공사·지방공단(지방공기업법) 등 모두 509곳에서 시행 중이다.

 

이미 임금근로자 가운데 많은 수가 성별 근로공시제를 민간에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미래사회 대응을 위한 양성평등 추진 전략 사업(2023∼2025)’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9∼59살 임금근로자 150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76.0%가 공공부문을 넘어 민간부문 대기업까지 성별 근로공시제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중소기업도 적용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53.3%였다.

 

이는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여성 노동력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국제적인 추세와도 일치한다. 호주는 지난해 공식적으로 ‘성별 임금 공시제도’를 도입했다. 법을 개정하여 1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여성과 남성의 임금 차이를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제니 맥앨리스터 호주 기후변화부 장관은 “여성의 임금이 저평가되면서 연간 518억 호주 달러(약 45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났다”라며 “성별 임금 격차는 호주 여성들의 재능 낭비”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요 선진국들은 성별 임금공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스웨덴은 2021년 기준 여성 임금이 남성 평균의 90.1%로 성별임금 격차가 좁혀졌다. 스웨덴은 고용주와 노조가 매년 남녀 노동자들의 임금을 조사해 분석하는 ‘기업 임금 감사제도’를 시행 중이다. 1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고 수치는 공개되지 않지만 노동자가 고충을 제기할 경우 고용주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는 평등감사관을 두고 고용주가 임금 조사를 정확히 수행했는지 감사한다.

 

영국은 2010년 평등법을 개정해 250인 이상 민간기업과 공공부문에 성별 임금격차 공개 의무를 부여했다. 기업은 자사 홈페이지에, 정부는 공정 임금 포털에 동시에 공개한다. 벨기에는 2012년 성별 임금격차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의 법(‘남녀임금격차 해소법’)을 제정한 국가다. 50인 이상 기업은 2년마다 임금 구조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 회사가 성 중립적 보상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 검토할 것을 의무화했다.

 

유럽만이 아니다. 성별 임금격차가 한국 다음인 일본 역시 성별 임금공시제도에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도쿄도는 2019년 ‘여성활약추진법’을 개정해 여성 노동자에 대한 직업 생활 기회 제공, 일과 가정의 양립에 이바지하는 고용 환경 정비 두 항목에서 한 가지 이상을 선택해 기업이 행동계획을 관할 도도부현 노동국에 신고하도록 했다. 이는 2022년 101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됐다.

 

우리나라도 지자체에서 성별 임금공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9년 최초로 ‘성평등 임금공시제도’를 실시한 지자체다. 서울시는 ‘서울시 성평등 기본 조례’를 개정하고 성평등노동정책 종합계획을 수립해 성별임금격차개선위원회를 설치하고 차별조사관이 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했다. 

 

서울시는 첫해 시 소속 투자출연기관(22개)의 직급·직종·재직연수별 남녀 임금격차를 홈페이지에 공시했고 올해는 서울시 본청·서울시립대학교·투자출연기관(26개)·민간위탁기관(19개)로 47개 기관으로 확대해 공시했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제3차 서울시 성평등임금공시(2022년 서울시 기관별 성별임금격차 현황)하고 기관별 성별임금격차 사유까지 명시하였다. 그러나 서울시가 ‘제3차 서울시 성평등임금공시’를 게시한 것 외, 현황을 조사한 47개 기관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자료가 없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소라 부위원장은 보건복지위원회 여성가족정책실 회의에서 “성별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공시로 끝날 것이 아니라, 민간 중소기업의 참여 유도를 이끌어내야 하며, 법령개정이 필요하다면 중앙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하여 서울시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과 협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조례에 공시 주기가 명확하지 않고 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시정 노력 의무를 부여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공시 결과를 발표하며 여성노동실태를 분석하려 했지만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고용법령개정과 더불어 사회근간이 바뀌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1차부터 3차에 이르기까지 대상을 늘이기위한 노력도 꾸준히 해왔다. 단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유호경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