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폐현수막 재활용 등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일각에서는 폐현수막의 재활용에 힘쓸 것이 아니라 폐현수막이 나오지 않게 선거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환경부의 ‘2020~2022년 전국 선거용 폐현수막 발생량’ 자료에 따르면 선거마다 평균1469.2 톤(t)의 폐현수막이 발생하고 있다. 21대 총선에서는 1739.5t, 20대 대선에서 1110.7t, 8대 지방선거에서 1557.4t의 폐현수막이 발생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각 지자체에서 수거한 현수막을 장바구니, 마대 등으로 재활용하거나 친환경 소재 현수막 제작을 확대할 수 있도록 총 15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2022년에도 전국 21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폐현수막 재활용 지원사업을 추진(1.5억원 지원)하여 마대・장바구니・모래주머니 등 152,709개, 고체연료 225톤을 제작한 바 있다.
폐현수막 재활용 지원사업을 통해 서울 중구는 수거한 폐현수막 1,720장을 재활용하여 공유우산 430개를 제작한 후, 관내 주민센터・복지관 등 15개 공공기관에 비치하여, 시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전라남도는 주민・시민단체 등이 직접 폐현수막을 재활용해 만든 해양 쓰레기 수거용 자루로 환경정비 운동을 펼쳤다.
환경부는 폐현수막 재활용 기업 현황과 폐현수막으로 제작 가능한 물품목록·생산 일정 등을 지자체에 안내하여 지자체와 기업 간 연계를 도울 예정이다. 환경부 담당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환경부와 연계된 '새활용기업'이나 사회적 기업들을 통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라며 "현재 명단을 추리고 있으며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폐현수막 재활용 계획은 실제 폐현수막을 활용하는 기업에게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실제 정당의 폐현수로 만들 수 있는 물건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업사이클링 대표 기업 중 하나인 터치포굿의 박지현 대표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인물의 얼굴이 크고, 비방이 있는 정치 현수막을 재활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라며 “현수막을 꼭 사용해야 하는 상황도 있지만, 마치 현수막이 재활용이 가능하니 아낌없이 써도 된다는 듯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부분들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현수막 발생량 9220t 가운데 33.5%인 3093t만 재활용 가능했다. 2020년 총선은 그보다 낮은 23.4%, 2022년 대선의 경우도 24.5%에 불과하다. 결국 폐현수막의 약 70% 이상은 선거에 나온 후보자 얼굴 때문에 장바구니나 에코백 등으로 재활용하기 쉽지 않아 소각·매립되는 것이다. 폐현수막의 소각 시에는 t당 평균 40만 원의 비용이 소요되고, 온실가스와 유해물질이 배출돼 환경오염 문제를 한층 더 심화시킨다.
이에 선거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불필요한 현수막을 막기위해 선거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국에서는 거리 현수막이나 벽보를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데 우리나라만 변하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60~70년대의 정치 문화를 껴안고 있다”라고 말한다.
현수막, 실제 선거에서 효과적이지 않다는 결과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시장조사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한 ‘지방선거 캠페인 홍보효과 조사’에서 현수막은 선거 참여에 가장 적은 영향을 준 매체로 지목됐다.
유럽에서는 거리에 현수막을 거는 것에 대한 부정적이다. 도시의 경관을 해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로 쓰는 홍보수단이 선거 부스이다. 독일에서는 선거 부스에서 정당 로고가 새겨진 볼펜이나 사탕, 풍선 등 홍보물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한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선거 홍보에 관한 세부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수막은 물론 선거 벽보도 잘 이용하지 않는다. 선거운동원이 주도하는 홍보 방식이 아닌 유권자들이 직접 지지하는 후보를 알리는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후보자 지지 스티커를 승용차에 부착하거나 집 앞마당에 간판을 세운다. 이는 기간에 대한 제한 없이 상시로 이뤄진다.
온라인 선거운동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독일의 경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활용한다. 특히 독일 정치권은 이미 10년 전부터 온라인에서 정책 홍보, 활동 보고, 자료 배포 등을 하면서 온라인 선거운동이 일반화했다. 선거운동에 대한 금지 규정이 없는 스위스, 스웨덴 등도 SNS를 통한 선거운동을 광범위하게 허용하고 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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