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인식 기술 발달 등으로 인해 생체정보 활용이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 침해에 대한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기기를 착용한 상태로 운동하거나 자고 일어나면 생체 데이터가 축적된다. 운동 시 신체의 상태라든지 수면 패턴이나 수면 시 호흡, 심장박동 등이 측정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개인의 병명이나 스트레스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실제 한 외국 대학에서는 수면 데이터를 통해 스트레스와의 상관관계를 증명해 냈다. 로라 블룸필드 미국 버몬트대 수학·통계학과 교수 연구팀은 수면 데이터와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인 스트레스’의 상관성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스트레스 점수와 총 수면 시간, 휴식 중 심박수, 심박수 변동성, 호흡수 사이에 ‘일관된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면 시간이 한 시간씩 늘어날 때마다 보통에서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보고할 확률은 38% 줄었다. 자는 동안 발생하는 심박수의 분당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스트레스 위험률은 3.6% 증가했다. 수면 시 측정한 데이터로 스트레스 수준을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은 생체 데이터는 물론 신경 데이터에까지 관여하고 있다. 뉴럴링크는 팔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가 각종 기기를 제어할 수 있도록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를 뇌에 이식하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지난 2월 일론 머스크는 “뉴럴링크의 브레인 칩을 이식한 최초의 인간 환자가 완전히 회복된 것으로 보이며 자기 생각을 사용해 컴퓨터 마우스를 제어할 수 있다”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경 데이터가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해독하거나 뇌전증이 있는지와 같은 개인의 정신 건강에 대한 민감한 사실을 배우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생체 데이터는 물론 신경 데이터까지 보호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뉴욕타임스(NYT)는 콜로라도주에서 「개인정보 보호법」이 정의하는 ‘민감한 데이터’의 범위를 뇌, 척수, 전신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신경 네트워크에서 생성되는 생물학적 데이터와 ‘신경 데이터’로 확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고 전했다. 이는 상업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지문, 얼굴 이미지 및 기타 민감한 생체 인식 데이터에 대해 부여된 것과 같은 보호를 생물학적 및 신경 데이터에도 적용토록 한 것이다.
NYT에 따르면 과학 단체인 뉴로라이트 재단의 법률 고문이자 공동 설립자인 재러드 겐저는 “연방 보건법의 보호를 받는 임상 환경의 의료 기기에서 얻은 민감한 환자 데이터와는 달리 소비자 신경 기술을 둘러싼 데이터는 대부분 규제되지 않는다”라며 “그 허점은 기업들이 때때로 기한 없이 매우 민감한 뇌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보를 제3자에게 공유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신경데이터까진 아니더라도 생체정보 및 안면인식 규제 금지를 위한 법안이 다수 발의되어 있다. 주 차원에서는 일리노이주가 2008년 미국 최초로 생체정보 관련 법률을 제정하였고, 텍사스주, 워싱턴주, 메인주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일리노이주에선 민간기업이 생체인식 식별자 또는 생체인식정보를 수집 거래 등을 하려면 정보주체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다. 과실로 인한 손해는 달 1000달러, 고의적인 손해에는 5000 달러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유럽은 지난 3월부터 AI를 활용한 생체 정보 수집이 엄격히 제한되고, 개인의 특성과 행동을 데이터화해 점수를 매기는 ‘사회적 점수 평가(소셜 스코어링)’를 금지한다. 세계 첫 ‘AI 규제법(AI Act)’을 통과됐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는 생체정보 관련 법적 기반은 미흡한 편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은 생체정보라는 용어를 사용하거나 개념을 정의하고 있지 않다. 다만, 시행령에서 민감정보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2월 개인정보위원회는 2024년 주요 정책 추진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개인정보가 안전한 인공지능 시대를 연다며 제시한 ‘6대 프라이버시 가이드라인’에선 생체정보 보호에 관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생체정보 보호에 대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강은수 조사관은 ‘생체정보의 안전한 활용을 위한 입법 과제’에서 “생체정보 활용이 급증하고 안면인식 기술 등으로 인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할 위험성이 커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생체정보의 보호를 강화하고 법적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생체정보 관련 사항을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헌법학회 역시 ‘생체정보 보호 강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연구’에서 “생체인식정보의 처리에 관한 규율은 일반개인정보와는 다른 특수성과 복잡성을 가지고 있어 단순히 일반법인 「개인정보 보호법」에 관련 조항을 몇 개 추가하는 정도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별도의 법률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을 의견을 제시한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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