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장이 커지면서 내년 HBM(고대역폭메모리)이 전체 D램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6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HBM의 전체 D램 비트(bit) 용량 비중은 2023년 2%에서 2024년 5%로 증가하여 2025년에는 1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가치 측면에서 HBM은 2024년부터 전체 D램 시장 가치의 20% 이상을 차지해 2025년에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전체 D램의 8%였던 HBM 매출은 올해 21%로 늘어나고, 내년 3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HBM 판매 단가는 내년에 최대 10%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렌드포스는 “HBM의 판매 단가는 기존 D램의 몇 배, DDR5에 비해 5배에 높다”며 "이러한 가격 책정은 단일 장치 HBM 용량을 증가시키는 AI 칩 기술과 결합해 D램 시장에서 용량과 시장 가치 모두 HBM의 점유율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올해 HBM 수요 성장률은 200%에 육박할 것이며, 내년에는 2배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HBM 가격 협상이 이미 올해 2분기에 시작됐다”며 “D램의 전체 생산 능력이 제한돼 있어 공급업체들은 미리 가격을 5∼10% 인상했으며 이는 HBM2E, HBM3, HBM3E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는 HBM 구매자가 AI 수요 전망에 대해 높은 신뢰도를 유지하고 지속적인 가격 인상을 수용할 의향이 있어서라는 분석이다. 현재 HBM3E의 실리콘관통전극(TSV)의 수율이 40~60%에 불과해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점도 한 요인이라고 트렌드포스 측은 짚었다.
주요 공급업체 모두 HBM3E에 대한 고객 자격을 통과한 것은 아니어서 구매자는 안정적이고 품질이 좋은 공급품을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받아들이게 됐다는 설명이다.
트렌드포스는 “향후 Gb(기가비트) 당 가격은 D램 공급업체의 신뢰성과 공급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이는 ASP(평균판매가격)의 차이를 발생시켜 결과적으로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국내 반도체업계의 HBM 생산 현황은 어떨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는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HBM 생산기지를 확장하거나 총수들이 해외 반도체 기업을 찾는 등 물량과 기술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제품인 'HBM3E'가 주요 전장이 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도 “2025년을 앞두고 주요 AI 솔루션 업체의 입장에서는 HBM 사양 요구사항이 HBM3E로 크게 변화할 것이며, 12Hi 스택 제품이 증가할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는 칩당 HBM 용량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주력 제품 수요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2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AI 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 간담회에서 “현재 당사 HBM은 생산 측면에서 보면, 올해 이미 솔드아웃(Sold-out, 완판)인데, 내년 역시 거의 솔드아웃됐다”고 말했다.
이어 “HBM 기술 측면에서 보면, 당사는 시장 리더십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세계 최고 성능 HBM3E 12단 제품의 샘플을 5월에 제공하고, 3분기 양산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컨퍼런스 콜에서 공통적으로 고용량 eSSD 수요 동향을 확인했다. 기존 AI 서버 내에서의 메모리 수요는 D램(HBM)으로 한정됐으나 낸드플래시(eSSD)까지 확장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D램 내 고부가 제품인 HBM과 유사하게 낸드 내 고용량 eSSD의 수익성 기여 강도가 강할 것”이라면서 “QLC 기반 서버향 고용량 제품을 글로벌 유일하게 공급 중인 SK하이닉스(Solidigm)의 수혜 부각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4월 중 HBM3E 8단 양산을 시작했고 2분기 중 12단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1분기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당사의 HBM 공급 규모는 비트 기준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려가고 있고 고객사와 이미 공급 협의가 완료됐다”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2배 이상 계획하고 있으며 해당 물량에 대해 고객사와 원활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8년간 HBM 매출이 100억 달러라고 밝히자 SK하이닉스는 150억 달러라고 밝히는 등 장외 신경전도 치열하다.
현재 양사간 HBM 기술격차는 1년 정도로 추정되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12단 양산에 나서면 3개월로 격차가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HBM3E가 올해 3분기부터 출하 증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2분기 HBM3E 최종 품질 승인 이후 3분기부터 HBM3E 출하 증가가 예상되고 올해 HBM3E 출하 비중은 전체 HBM 출하량의 70%를 상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부터는 HBM, eSSD 등 AI 메모리 수요 증가와 더불어 레거시 DRAM과 서버 SSD 수요 개선도 예상된다”면서 “특히 2024년 삼성전자 HBM 출하량은 엔비디아, AMD 등 북미 GPU 업체들과 공급 협의가 완료된 물량 기준으로만 전년대비 3배 증가하고, 2025년에도 전년대비 최소 2배 이상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연구원은 7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현재 HBM 공급업체는 마이크론을 포함해 3개뿐으로 다른 기업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시장이다. 현재로서는 수요가 워낙 늘어나다보니 공급과잉까지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HBM이 워낙 단가가 세다 보니 D램 시장에서 올해 20%까지 비중이 차지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서는 (매출 측면에서) 추세적으로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반도체가 항상 초기제품이 나왔을 때 가격이 가장 비싸다. HBM이 D램이지만 주문형 제품이라 가격이 쉽게 큰 폭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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