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마린솔루션이 약 25조원(잠정 합계치)의 올해 최대 청약증거금을 모집하고 오는 8일 상장을 앞두고 있다. HD현대 주식을 보유한 개미들은 상장이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크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 2017년 현대중공업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때 선박 유지보수(AS) 사업부를 떼어내 물적분할한 HD현대 자회사다. 선박 유지보수에 필요한 부품과 기자재를 조달해 교체하는 선박 조선소 배관 설계(AM) 사업을 운영한다. 최대주주는 62%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지주사인 HD현대다.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상장으로 HD현대의 주가가 떨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회사의 실적이 자회사에도 기록되고 모회사에도 한 번 더 기록되는 더블카운팅으로 실적이 부풀려져 모회사는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주가가 내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LG화학의 경우 배터리 사업부를 떼내어 LG에너지솔루션을 만들어 코스피에 상장했다 주주들이 피해를 본 사례가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발표 후 LG화학에 대한 증권사들의 목표주가는 20% 안팎 하향조정 되었다. HD현대주주들은 이달들어 HD현대 주가가 5% 넘게 빠지고 있다고 말한다.
금융당국은 쪼개기 상장으로 일반주주들의 피해가 나타나자 지난 2022년 규제를 강화햤다. 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하려는 경우 한국거래소가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 노력을 심사하고 미흡하면 상장을 제한하도록 했다. 또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도록 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 등 회사의 M&A시 이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대해 자신의 주식을 매수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HD현대 주주들 사이에선 쪼개기 상장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규제는 없을 듯 하다. HD현대마린은 규제 기간인 5년이 아닌 7년 전에 물적 분할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을 분할했던 것과는 다르게, HD현대에서 처음부터 큰 사업부를 떼서 나온 것이 아니라 조그마한 단계에서 기업을 분할했던 것으로 같은 맥락으론 볼 수 없을 듯 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물적분할이 일반적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물적분할과 모자기업 동시상장의 주요 이슈’ 보고서에서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물적분할 공시는 유가증권시장에서 단기적으로 부정적 뉴스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자기자본의 시장가치-장부가치 비율로 측정한 물적분할 기업의 기업가치는 중장기적으로 유의하게 개선되고 있으며 업종 평균 기업가치와 비교해도 향상됨으로써 물적분할이 일반적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들 역시 모자기업 동시상장을 명시적으로 규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신규상장하는 기업들의 소유구조를 조사해 보면 매년 평균 14개의 상장기업이 기존 상장기업의 자회사로 추정되며 이들 회사의 모회사 보유 지분율은 평균 49.3%에 이르고 있다.
다만,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모자기업 동시상장에 대해 명시적인 규제 조항을 두고 있는 편이다. 싱가포르 거래소는 상장규정을 통해 동시상장 자회사의 상장 신청 시 자산 및 영업범위의 중복성 심사를 통과해야만 상장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거래소는 2022년부터 모자기업의 경우 지배관계를 중단해야만 상장신청이 가능하도록 규제 수준을 강화하였다.
HD현대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상장은 모회사인 HD현대의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요소로 판단하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선박은 인도 후 약 25~30년의 사용연령 기간동안 신조금액과 유사한 수준의 유지·보수 비용이 소요되므로 선박 AS사업은 신조 못지 않게 중요한 사업영역이다. 그러나 조선회사는 신조 위주의 KPI를 적용하여 운영하므로 선박 AS사업은 현대중공업 내부 사업부로 존속하는 경우 큰 두각을 보이기 어려웠다.”라며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을 통해 양적/질적 성장을 실현한다면 HD현대마린솔루션의 AS사업 경쟁력 강화는 HD현대 조선·해양 사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HD한국조선해양 예하 계열회사의 신규 수주 확대 등 영업 역량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했다.
이어 관계자는 주가하락을 우려하는 주주들에 대해서도 “HD현대마린솔루션의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경우, HD현대 지주사 보유지분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져 HD현대 지주 주가의 부양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HD현대마린솔루션은 배당금의 지급을 통해 HD현대 주주에게 이해를 공유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이러한 정책은 유지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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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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