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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DLF→라임→홍콩ELS... 반복된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 논란, 해법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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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 투기자본감시센터와 홍콩지수 ELS 피해자 모임 회원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시중은행 등 홍콩지수 ELS 손실 관련 고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의 여파로 은행권이 어수선한 가운데, 고위험 상품 불완전판매 사태가 반복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은행의 내부통제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고위험 상품 판매 금지 조치까지 논의가 확장되는 모양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13일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KB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의 대표사례 1개씩을 정해 구체적인 배상 비율을 정할 예정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3월 홍콩 ELS 손실 사태 관련 배상기준안을 발표하고 구체적인 배상비율 차감 요인을 설명한 바 있다. 이후 홍콩 ELS 판매은행이 금감원의 배상기준안에 따른 자율배상에 나섰지만, 배상비율을 두고 투자자와 은행 간에 의견 차이가 커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으로부터 홍콩 ELS 관련 배상금을 지급받은 투자자는 지난달 26일 기준 50명에 불과했다. 은행권에서 판매된 홍콩 ELS 계좌만 약 24만개가 넘는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과의 합의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배상비율을 두고 투자자와 금융당국의 눈치를 모두 봐야 하는 만큼, 13일 분조위 결과가 나온 뒤에야 배상 논의가 어느 정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 과도한 성과주의가 불완전판매 근본원인? 은행 성과평가 체계 개선 시급

 

홍콩 ELS 손실 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 대한 구제 노력만큼, 동일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논의도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국내 은행권은 지난 2008년 키코(KIKO) 사태, 2019~2020년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 및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 등 고위험 상품 판매로 인한 논란에 거듭 휩싸여왔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은행권을 향한 비판 여론이 크게 확산했지만, 정작 재발 방지를 위한 확실한 대책 마련은 미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의 과도한 성과주의와 평가체계가 불완전판매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시중은행 고위험상품 판매자와의 심층면담 결과를 발표하며 “(은행의 고위험상품) 불완전판매의 구조적 요인은 내부통제 부실과 인사관리의 부조화”라고 강조했다.

 

실제 면담에 참여한 시중은행 직원들은 고위험 상품 판매 과정에서 KPI(핵심성과지표) 압박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의 인사관리 제도는 판매 실적 압박을 받는 판매자가 상품이 지닌 위험성을 축소 설명하도록 유인한다”라며 “현재의 불완전판매 문제는 은행원에게 고도의 도덕성과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기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장 또한 “은행이 ELS상품을 판매하는 이유는 고객에게 높은 수익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정된 고객 자산의 매매 회전률을 높여서 더 많은 판매 수수료를 얻기 위해서”라며 “성과주의에 매물된 경영진은 위험을 잘 알고 있음에도 KPI나 인사상 불이익 암시 등으로 직원들에게 고위험 선취 상품의 판매를 강요했다”고 말했다.

 

◇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 금지, 손쉬운 해법 실효성도 적다?

 

다만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를 아예 금지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여한 강경훈 동국대학교 교수는 “금융상품은 결국 위험을 수익으로 보상해주는 것인데 손실 규모가 매우 클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이 많이 낮아 보이는 상품을 새로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다”라며 ELS 판매 금지의 실효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은행들이 예·적금만 취급하게 되면 증권사 등 판매채널에 접근성이 낮은 금융소비자 불만이 커질 수 있고, 전체 금융산업의 발전도 저해될 것이 우려된다”라며, 오히려 정부의 규제와 처벌을 강화해 은행의 자율적인 통제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불완전판매가 드러나면 은행의 존립에 위협이 될 정도로 엄벌을 내린다면 앞으로 또 있을지 모르는 유사 사례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을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

 

최원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 또한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를 일방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고위험 상품 판매를 금지할 경우 은행 수익구조가 지나치게 이자이익에 집중될 우려가 있다는 것.

 

최 부위원장은 “KPI 평가 기준을 판매 건수 및 가입금액에서 고객수익률 중심으로 전환하고, 고위험 상품 판매 수수료 의존을 탈피해 장기적인 비이자수익 창출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금감원, 고위험 상품 관련 실태평가 강화 

 

한편,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적극적인 소비자 보호를 유도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4일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2주기를 맞아 평가 대상으로 지정된 74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개선사항을 설명했다.

금감원은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시행되는 2주기 실태평가에서는 내부통제기준 ‘마련’보다 ‘운영’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미 대부분의 금융사가 기본적인 금융소비자 보호 체계를 갖춘 만큼, ‘마련’과 ‘운영’을 별도의 평가항목으로 구분해 ‘운영’의 평가 비중을 상향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금감원은 홍콩 ELS와 같은 원금 비보장 상품에 대한 실태평가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민원건수 평가 시 원금 비보장상품 불완전판매 민원은 1.5배의 가중치를 부여하고, 원금 비보장상품에 대한 소비자보호 장치 관련 평가 항목도 별도로 신설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번 제도개선으로 금융회사가 원금 비보장상품에 대해 보다 더 강화된 소비자보호 장치를 마련‧운영하도록 유도해, 최근 문제가 된 홍콩 H지수 연계 ELS 사태와 같은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반복된 고위험 상품 불완전판매 논란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금융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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