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쇄신을 이끌어나갈 새로운 대표 이사를 선임했다. 카카오는 13일 오전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사업 총괄을 맡고있는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단독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정신아 내정자는 오는 3월로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
카카오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고, IT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른 갈등과 어려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정신아 내정자를 적임자로 판단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정신아 내정자는 보스턴 컨설팅그룹과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eBay APAC HQ), 네이버를 거쳐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다. 2018년부터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맡아 AI-로봇 등의 선행 기술, 모바일 플랫폼, 게임,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의 IT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며 IT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기여해 왔다. 또, 10여 년간 VC 분야에서 성공 경험을 쌓으며 스타트업의 창업부터 성장, 유니콘까지 각 성장 단계에 대한 분석 및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웠고, 커머스/광고 등 카카오의 다양한 사업과 서비스에 대한 깊은 인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신아 내정자는 “중요한 시기에 새로운 리더십을 이어받게 되어 더없이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라며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성장만을 위한 자율경영이 아닌 적극적인 책임 경영을 실행하고, 미래 핵심사업 분야에 더욱 집중하겠다. 카카오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에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정 내정자는 앞으로 AI 기술 이니셔티브 역량을 확보하고, 규모에 맞는 시스템과 체계를 만들어 사회적 눈높이를 맞춰 나가는 과제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또 카카오 내 쇄신 TF장을 맡아 카카오의 실질적인 쇄신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 세부 과제들을 챙기게 된다.
이에 앞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은 지난 11일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열린 임직원 간담회 ‘브라이언톡’에서 2년 10개월 만에 임직원과의 대화에 나서 전방위적인 쇄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제 카카오는 근본적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 새로운 배를 건조하는 마음가짐으로 과거 10년의 관성을 버리고 원점부터 새로 설계해야 한다.”라며 “항해를 계속할 새로운 배의 용골을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설계해 나가겠다.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 소속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인 ‘크루유니언’은 13일 입장문을 통해 신임 대표이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 노조는 그동안 경영진의 불통과 책임회피, 합의파기와 노조탄압 등 문제점을 지적하며 계속해서 사측과 갈등을 빚어왔다.
노조는 최근 1년간 카카오 경영진과 크루(직원)들의 소통이 줄어들다 못해 자취를 감추게 되었으며, 주요 의사결정도 비공개적인 채널을 통해 전달되었다고 지적했다. 또 크루들과 합의했던 제도를 편법적으로 변경하였고, 인사기능을 부당하게 활용해 그동안 지켜온 원칙과 질서의 기반을 흔들었다며 최근 1년은 카카오 역사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기였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카카오 대표 교체는 인적 쇄신의 끝이 아닌 시작일 뿐이라며 아직 과제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경영진 또한 직원들과 동일한 기준과 원칙을 적용받아야 하고, 카카오의 장점이었던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진정성있는 소통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과거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사례와 같이 사퇴한 임원들에 대해 특혜가 제공된다면 쇄신과 신뢰회복은 불가능하기에 후속 인사조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며, 앞으로의 쇄신방향에 대한 크루의 참여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노조는 “대표 교체만으로 모든 것이 한 번에 변화하기는 어렵겠지만 새로운 리더십이 쇄신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 기존의 과오가 무엇이었는지 명확하게 밝히고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진정성 있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 크루 유니언도 언제나처럼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라며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한다고 덧붙혔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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