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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슈퍼사이클 맞은 전력기기 업체, "주가 상승에도 저평가" 근거는?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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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일렉트릭이 영국 웨일즈 북부에 위치한 트로스피니드 변전소(Trawsfynydd Substation)까지 변압기를 운송하는 장면. 출처=HD현대일렉트릭 공식 유튜브채널 갈무리
 

최근 주식시장에서 전력 인프라주가 상승세다. 미국 인공지능(AI) 모멘텀에 반도체 생산 공장, 데이터 센터가 우후죽순 늘면서 전선·전력 업계가 '슈퍼사이클'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27일 기준 종가(29만3500원)가 5일 전의 종가보다 11.60% 올랐다. LS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도 같은 기준 이날 종가가 각각 6.86%, 3.13% 상승했다. 

 

이들 3사의 주가는 올해 들어 크게 올랐다.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은 6개월 전보다 각각 244.89%, 197.76%, 112.38% 급등했다. 

 

주가 상승의 이유로는 미국, 일본, 한국 등 세계 각국에서 AI 반도체 생산 공장과 데이터 센터 확충에 나서면서 전기를 공급하는 전선, 변압기 등 설비 수요도 늘고 있어서다.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전력 가동이 필수라, 송전선 연결 없이는 건물을 지어도 무용지물이다. 여기에 20~30년 전에 설치한 전력기기 교체 수요가 더해지면서 변압기는 지금 주문해도 5년을 기다려야 제품을 받을 정도로 ‘없어서 못 파는’ 시장이 됐다. 

 

AI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데이터센터 시장이 성장하면서 실제로 지난해 2분기를 기점으로 국내외 전력기기업체들이 공통적으로 데이터센터향 전력기기 신규주문이 증가한다는 언급이 있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실적발표에서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이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배전 전력기기에서 수요가 나왔다면, 최근에는 고압 전력기기까지 확산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LS일렉트릭도 “KT, 카카오 등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이 증가하면서 데이터센터향 수주가 증가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AI 열풍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북미 지역의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 모멘텀도 맞물리면서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이 본격적인 호황을 맞을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먼저 HD현대일렉트릭은 수익성 확대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등 고부가가치 분야 위주로 수주를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1분기 매출액(8010억원, +41% YOY), 영업이익(1288억원, +178% YOY) 모두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특히 제조업 리쇼어링, 데이터센터 등 미국 전기 수요 추가 확대 모멘텀에 따라 반전-송전 단계에서의 신재생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구글, 메타를 포함한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납품 관련 문의가 실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S일렉트릭은 변압기 시장 공략을 위해 M&A를 결정했다. 회사는 23일 이사회 이후 부산과 울산에 생산설비를 갖고 있는 KOC전기의 지분 51%를 인수하는 내용을 공시했다. 초고압변압기뿐만 아니라 선박용 특수변압기도 제작하는 업체로 2023년 연간 매출액 935억원, 영업이익 81억원, 순이익 59억원이다. 지분 취득에 소요되는 금액은 591억원으로 외부 차입 없이 보유 자사주 29만9000주를 모회사에 매각하여 조달했다.

 

LS일렉트릭은 국내 중소 변압기 업체 KOC 지분 51%를 매입해 경영권을 가져올 예정이다. 또 KOC전기 인수 이후 추가 제조 설비를 추진해 내년 말까지 총 생산능력을 2배 넘게 늘릴 계획이다. 

 

그밖에 효성중공업은 북미를 넘어 유럽과 중남미 등 수출 시장을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도 “주가가 올들어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다. 북미에서 빅테크 기업이 AI 데이터센터를 잇따라 새로 짓는 등 전력 수요 전망치가 꾸준히 상향 조정되고 있는데다 이들 업체들이 아직까지 적극적인 캐파 확장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급자 우위 시장의 장기화로 밸류에이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27일 보고서를 통해 “HD 현대일렉트릭을 최선호주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나 연구원은 “매출액 100% 전력기기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서 사이클 확장에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며, 미국에 변압기 생산공장을 보유했기 때문에 실적 차별화 요인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한 영업이익률 변동폭이 더 큰 중전기기 생산을 하고 있다. 사이클이 확장하는 시기에는 대형 변압기 비중이 높은 업체가 수혜를 더 볼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LS일렉트릭에 대해 “(KOC전기)인수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늦어도 3분기부터 연결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며 “북미 초고압 송전설비 수요 증가에 대응한 설비 투자와 신규 업체 인수 등이 확인된 점이 긍정적이며 향후 해당 부문의 매출 성장이 빠른 속도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효성중공업의 전력기기는 호황이라고 평가하면서 “미국법인은 생산이 안정화되었다.북미 리쇼어링, AI/데이터센터 관련 전력 수요 증가 수혜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미 호황에서 현지 공장 진출이 늦었던 점이 차이이지만 호황의 장기화로 성장은 담보되어 있다”며 “그룹의 지배구조 재편도 성장 전략과 주요 의사결정의 속도를 당길 것이다.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력산업의 이번 확장 사이클은 적어도 2029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의 주가 상승에도 여전히 전력기기 업체들이 저평가돼 있다”고 평가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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