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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후변화로 계층간 건강불평등 심화, 보험사 역할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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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소득 대비 의료비 비율 비교.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노인 단독 가구의 의료비 비율이 높아, 취약계층의 의료비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보험연구원

 

기후변화로 인해 계층간 건강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보험사가 취약계층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26일 ‘기후변화와 건강 형평성’ 보고서를 내고 “기후 위험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저소득층을 위해 소액보험 상품을 공급함으로써 포용적 보험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모두에게 위협이 되지만, 모두에게 같은 수준의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노인, 영유아, 장애인, 저소득층, 노후주택 거주자 등 생물학적·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경우 상대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에 더욱 크게 노출돼있다. 

 

실제 고려대학교 연구진이 지난 2014년 발표한 ‘폭염으로 인한 기후변화 취약계층의 사망률 변화 분석’ 논문에 따르면, 서울시 25개구의 2000~2011년 기상·사망자료를 분석한 결과 열지수가 높아질수록 취약계층의 사망률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이 없는 노인의 비율, 독거노인의 비율이 높을수록 폭염과 같은 이상기후에 대해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변화로 인해 확산하고 있는 감염병 또한 취약계층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힌다. 최근 전 세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던 코로나19의 경우 초기 집단감염 사태로 피해를 본 것은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노약자나 콜센터·택배물류센터 등 밀집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었다. 자가격리나 재택치료가 어려운 노숙인, 아프다고 쉴 수 없는 불안정 노동자들도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더욱 취약했다. 

 

보험연구원은 “기후변화는 소외된 지역사회에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주는데, 특히 의료 자원에 대한 장・단기적 접근성을 감소시킴에 따라 건강 불평등이 심화되는 경향을 보인다”라며 “우리나라에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 위험이 저소득 취약계층 및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사회에서 불균형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난다”라고 지적했다.

 

보험연구원은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보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약계층을 위한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지자체 및 연구기관과 협업해 건강증진 서비스를 개발·제공할 수 있다는 것. 

 

실제 KB손해보험은 지난해 2월 인공지능기술 개발 전문회사 아크릴과 지역사회 취약계층의 건강증진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KB손보는 아크릴과 손잡고 지역사회 취약계층의 행동·건강·의료·보험금 지급 데이터 등을 결합해 취약계층을 위한 보험상품 및 서비스를 공동으로 연구하고, 지자체와 연계해 지역 취약계층을 위한 돌봄서비스 구축 등의 ESG 사업도 진행하기로 했다. 

 

보험연구원은 또한 보험사들이 기후 위험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저소득층을 위해 소액보험상품을 제공함으로써 포용적 보험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저렴한 보험료로 보장을 제공할 수 있는 지수형 보험이 대안으로 꼽힌다. 

 

지수형 보험은 사전에 합의된 재난 상황이 발생하여 트리거(Trigger)에 도달하는 경우 미리 정해진 일정액의 보험금 이 자동으로 피보험자에게 지급되는 보험이다. 손실 규모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일반적인 보험상품과 달리, 강우량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등 기후 관련 지표가 특정 조건에 도달하는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지수형 보험은 전통적인 보험상품과 달리 사전에 설정된 객관적 기준에 의해 보험금이 지급된다. 이 때문에, 손해에 대한 증빙 및 조사가 불필요해 시간·경비를 절감할 수 있고 빠른 보험금 지급이 가능해 기후위기에 좀 더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해외에서는 이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지수형 보험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록펠러재단은 지난해 5월 소액보험 스타트업인 블루마블 및 인도 여성노동조합과 제휴해 인도 여성 노동자를 대상으로 폭염 대비 지수형 보험을 출시했다. 이 보험상품은 평균기온보다 높은 폭염 상황이 3일 이상 지속돼 수입이 손실되면 이를 보상하는 지수형 보험이다. 

 

기후위기 심화에 따른 지수형 보험 시장의 성장은 보험사에게는 기회이기도 하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ReserchAndMarkets)은 폭염·홍수 등 자연재해 보상을 포함한 글로벌 파라메트릭 보험 시장 규모가 오는 2028년까지 214억 달러에 이를 것이며 연평균성장률은 9.6%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보험연구원 김경선·홍보배 연구원은 “보험회사는 기후변화에 대한 고객의 회복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위험 감소 노력에 따른 보험료 할인 혜택을 부여하는 등 혁신적인 상품 개발을 통해 새로운 시장 기회를 얻을 수 있다”라며 “보험회사는 지역자치단체, 연구 기관 등과 협력하여 건강 관련 보건 정책 마련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취약계층을 위한 보험 및 건강 증진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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