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삼성화재, 5개 보험상품 약관대출 중단... 왜?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5. 27.
728x90

 

 

삼성화재가 일부 상품에 대한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가계대출 풍선효과 및 부실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보험사들의 약관대출 축소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서민의 급전창구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화재는 지난 24일 “안정적인 보험계약 유지를 위해 일부 상품의 보험계약대출 운영을 중단하게 됐다”라며 무배당 삼성80평생보험, 무배당 유비무암보험 등 상품 5종에 대한 약관대출 운영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해당 상품에 대해서는 해약환급금의 30%까지 약관대출이 가능했으나 다음 달 26일부터는 신규·추가 대출을 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이미 대출을 받은 경우, 만기일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약관대출은 가입한 보험의 해지환급금 일정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신용등급조회 등 심사 절차가 없고, 수시 상환해도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으며, 연체되더라도 신용도가 하락하지 않아 1금융권 이용이 어려운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활용돼왔다. 

 

삼성화재가 약관대출을 중단하는 이유는 리스크 관리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27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순수 보장성 상품 5개에 대해서 약관대출을 중단한 것”이라며 “순수 보장성 상품은 나중에 계약이 끝나더라도 환급금이 없기 때문에,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대출한 사람이 상환을 하지 않게 되면 위험 리스크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약관대출은 보험권에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챙겨야 할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가계대출 문턱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보험사 약관대출을 찾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 생명·손해보험사의 약관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71조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말(68조원) 대비 4.4%, 2021년 말(66조원) 대비 7.9%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는 약관대출은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금리 측면에서도 카드사 등 다른 금융사에 비해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약관대출은 보험계약에 적용된 예정이율에 가산금리를 더해 금리를 산정하는데, 삼성화재 약관대출 금리(연동형)은 지난 3월 기준 4.25%로 같은 기간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4.85%)보다 0.60%포인트 낮았다. 

 

물론 약관대출은 고객의 보험료를 담보로 대출을 하는 것인 만큼 보험사 입장에서도 위험부담이 적고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 하지만 최근 약관대출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보험사 입장에서도 잠재적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특히 지난해 새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되면서 계약유지율 관리가 중요해졌다는 점도 약관대출 문턱이 높아진 이유로 꼽힌다. 새 회계제도 도입 후 보험사들은 보유한 보험계약이 창출할 미래이익의 현재 가치를 보여주는 보험계약마진(CSM)을 확대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CSM을 확대하려면 신계약체결은 물론 기존 계약의 유지도 신경써야 한다. 고금리로 인해 서민들의 지갑 사정이 나빠지면서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약관대출 규모가 커질 경우 계약유지율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

 

삼성화재뿐만 아니라 다른 손해보험사도 약관대출 한도를 줄이는 추세다. 앞서 교보생명은 지난해 1월 카카오페이·토스 등 대출중개 플랫폼을 통한 약관대출 판매를 중단했으며, 현대해상 또한 지난해 보장성 보험의 약관대출 한도를 기존 60%에서 만기에 따라 0~60%로 차등 적용하는 방식으로 변경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서민들의 급전 창구가 막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약관대출은 본인이 미래에 받을 환급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인 만큼 취약차주들의 생계형 대출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약관대출 문턱이 높아진다면, 취약차주가 긴급히 자금이 필요할 때 이를 마련하지 못하거나 금리가 더 높은 다른 금융기관을 찾게 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보험권은 올해 초 약관대출 금리를 인하하며 상생금융 실천에 나선 바 있다. 삼성화재 또한 지난 1월 29일 2000년 5월부터 2009년 9월 가입한 금리연동형 상품에 대해 가산금리를 기존 2%에서 1.5%로 0.5%포인트 인하했다. 취약차주의 이자부담을 낮추기 위해 약관대출 금리를 인하한 반면 대출 문턱은 높이는 것은 상반된 조치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만 삼성화재는 이번 약관대출 중단은 이전부터 계획된 것으로, 최근 경제상황이나 상생금융과는 별개의 조치라고 선을 그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지난 2022년부터 (약관대출 한도를) 줄이기 시작하면서 예정된 절차였다”라며 “최근 경제·금융상황에 따라 특별히 한도를 줄이거나 대출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화재는 기존 60%였던 무배당 80평생보험과 유비무암보험의 약관대출 한도를 지난 2022년 50%, 2023년 30%로 두 차례에 걸쳐 하향한 바 있다. 계약만료 시 해지환급금이 없는 순수 보장성 상품인 만큼, 리스크 관리를 위해 단계적으로 약관대출 중단을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취약차주의 급전 창구가 막힐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모든 상품에 대한 약관대출을 중단한 게 아니라 5개 상품에 대한 것만 중단했다”라며 “5개 상품에 대한 대출 규모는 당사 약관대출 전체의 0.8%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임해원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