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미국에서 메타·아마존·퀄컴 등 빅테크 최고경영자(CEO)와 연쇄 회동을 했다. 이번 빅테크들과의 만남을 통해 인공지능(AI) 협력 확대 및 메모리·파운드리 사업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행보로 읽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서부 팔로알토의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자택으로 초청받아 단독 미팅을 가졌다고 13일 밝혔다.
지난 2월 저커버그 CEO 방한 때 삼성의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두 사람이 회동을 가진지 4개월 만이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과 저커버그 CEO가 AI·가상현실·증강현실 등 미래 ICT 산업 및 S/W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며 ”두 회사가 AI 분야로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저커버그 CEO는 2월 방한 당시 “삼성은 파운드리 거대 기업으로서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들이 삼성과 협력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재용 회장은 12일(현지시각)에는 시애틀 아마존 본사를 방문해 앤디 재시 아마존 CEO를 만났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 전영현 DS부문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한진만 DSA 부사장, 최경식 북미총괄 사장 등이 배석했다.
이 회장과 재시 CEO는 생성형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 현재 주력 사업에 대한 시장 전망을 공유하며 추가 협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아마존은 지난 3월 AI 데이터센터에 향후 15년간 1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AI 기업 앤스로픽에 4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최근 'AI 주도권' 확보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자체 AI 반도체 ‘트레이니움’을 만들어 쓰고 있으며, 여기에는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된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는 미국 새너제이에 위치한 삼성전자 DSA에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 겸 CEO를 만나 AI 반도체, 차세대 통신칩 등 새롭게 열리는 미래 반도체 시장에서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이번 미국 출장기간 중에 퀄컴 뿐만 아니라 글로벌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기업들과도 연이어 만나 파운드리 사업 협력 확대 및 미래 반도체 개발을 위한 제조기술 혁신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삼성전자는 전했다.
이재용 회장은 미국 동부(뉴욕과 워싱턴) 일정에 이어 서부에서의 빅테크 CEO와의 연쇄 회동을 가지며 2주가량의 미국 출장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 회장은 미국 출장 일정을 마치며 “삼성의 강점을 살려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12일(현지시간)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를 개최하고 AI 시대를 주도할 파운드리 기술 전략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최시영 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AI를 중심으로 모든 기술이 혁명적으로 변하는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AI 구현을 가능하게 하는 고성능·저전력 반도체”라며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에 최적화된 GAA(Gate-All-
Around) 공정 기술과 적은 전력 소비로도 고속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광학 소자 기술 등을 통해 AI 시대에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원스톱(One-Stop) AI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파운드리 포럼은 미국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 위치한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DSA) 사옥에서 개최됐으며, 르네 하스 Arm CEO와 조나단 로스 Groq CEO 등 업계 주요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메모리,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사업 모두 영위하는 삼성전자가 올해 내세운 파운드리 전략은 바로 ‘빠른 속도’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의 시스템 반도체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이를 패키징하는 '통합 AI 솔루션'을 통해 AI 칩 개발부터 생산에 걸리는 시간을 20%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AI 칩은 고객 맞춤형 요구가 늘면서 반도체 생산의 전 과정을 수행하는 삼성전자만의 강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AI 제품 수주 규모는 작년 대비 80% 이상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8년 AI 칩 관련 매출이 지난해보다 9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또 오는 2027년까지 2나노 공정에 '후면전력공급'(BSPDN)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후면전력공급 기술은 반도체 전력선을 웨이퍼 앞면뿐 아니라 뒷면에도 추가해 성능과 전력효율을 개선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기존 목표대로 2027년에 1.4나노 반도체 양산을 예고했다. 대만의 TSMC도 2027년 1.4나노 양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파운드리를 독립 사업부문으로 출범시켰다. 다만 1위 TSMC와의 격차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11.3%에서 올해 1분기 11%로 하락하며 TSMC와의 격차가 오히려 커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초미세 경쟁에서 선회한 배경에 대해 파운드리 사업에서 초격차 전략이 더는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연구원은 14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은 그대로 가야 되는 것이고, 다만 그간 좀 더 빠른 미세공정 발표로 인해 결국 마케팅으로 이어지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이에 실리를 노려 당장의 수익성이 있는 부분에 더 중점을 둔다고 봐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또 “(삼성전자 파운드리 포럼을 통해) 삼성전자에서 타겟팅하는 시장 자체에 변화를 주지 않았나 보여진다”며 “엔비디아나 퀄컴 등 첨단 공정을 사용할 수 있는 기업은 좀 한정적이다. (삼성전자의) 원스톱 서비스라는 건 결국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지 않는 기업들까지 다 삼성 측의 고객으로 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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