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오일뱅크가 국내 최초로 지속가능항공유(SAF) 수출길을 열었다.
HD현대오일뱅크가 생산한 SAF는 일본 트레이딩 회사인 마루베니에 공급되어 ANA항공(전일본공수)에서 사용한다. 일본이 SAF를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탄소 배출 감축 목표에 따라 일본 정부는 자국 공항에서 항공기에 급유하는 연료의 10%를 2030년부터 SAF로 하도록 석유원매회사에 의무화했다. HD현대오일뱅크의 이번 수출은 이러한 정책의 영향인 것으로 파악된다.
SAF는 화석연료가 아닌 폐식용유 등의 바이오 기반 원료로 생산한 친환경 연료로서, 항공업계 탄소 감축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손꼽힌다. 이번에 생산된 제품은 HD현대오일뱅크의 기존 정유 설비에 석유 기반 원료와 동식물성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코프로세싱 방식을 활용한다.
HD현대오일뱅크는 기후변화,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하여 Renewable Energy 및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의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2030년까지 RE 및 친환경 사업 확대하고, 정유사업의 매출비중은 2030년 40%대까지 축소할 계획이다.
HD현대오일뱅크가 바이오항공유에 주목한 것은 높은 성장성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 바이오선박유와 항공유가 전체 시장에서 2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HD현대오일뱅크는 일본뿐 아니라 유럽 등지에도 SAF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EU는 내년부터 EU 27개국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에 급유 시 기존 항공유에 SAF를 최소 2% 이상 섞도록 의무화했다. 의무 비율은 점점 늘어나 2030년엔 6%, 2050년엔 70%까지 높아진다.
HD현대오일뱅크는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100만톤(t)의 바이오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친환경 국제인증제도인 ISCC 인증 3종(EU/CORSIA/PLUS)을 획득했다. 특히 바이오 기반 항공유, 디젤 등은 최종 제품에 대한 실제 수율을 적용한 인증을 마쳤고 바이오 항공유는 미국재료시험협회(ASTM) 품질 인증까지 획득했다.
ISCC EU는 바이오원료를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취득해야 하는 대표적인 바이오에너지 인증제도이고, ISCC CORSIA는 국제 항공 탄소 상쇄감축제도의 하나로 항공유 적격조건을 충족하는 항공유를 인증하는 프로그램이다. ISCC PLUS는 자발적시장(비규제시장)의 친환경 제품 인증을 뜻한다.
박진혁 HD현대오일뱅크 글로벌사업본부 상무는 “글로벌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수출로 세계 시장의 지속가능항공유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며 “바이오 납사, 바이오 경유 등 코프로세싱 방식의 바이오 연료 수출도 확대해 가겠다”고 밝혔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내년 유럽시장을 위해 품질인증까지 다 받아 놓은 상태”라며 “다만, 바이오항공유 단독공장 추가 건설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중에 있다. 현재 SAF의 수요가 크지 않아 기존공장을 활용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정부는 화이트바이오사업의 확장을 위해 기업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 저탄소 항공 연료 관련 기술을 조세특례제한법상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투자세액공제율을 1%에서 3%로 확대했다. 2월엔 신성장 사업화 시설인 바이오매스 에너지 생산시설에 항공유 생산시설을 추가하여, 임시투자세액공제 적용 시 정유 4사의 세액공제율은 6%로 확대했다.
그러나 정유업계에선 혜택이 아직 부족하다란 말이 나온다. 업계관계자는 “SAF는 일반 항공유에 비해 생산단가가 3~6배 정도 비싸기 때문에 기업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선 저탄소 항공 연료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세액공제율을 15%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갤런 당 최대 1.75달러 세금을 공제하고, EU는 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에서 받은 지불금으로 만들어진 혁신기금을 SAF와 같이 온실가스 감축 잠재력이 높은 프로젝트에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그린이노베이션 기금을 활용해 2026년 가동 예정인 석유화학 기업 이데미쓰고산의 생산설비에 2570억원을 투자해 SAF 원자재 공급망 구축을 돕고 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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