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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밸류업 핵심은 '소액주주 보호', 일본의 해법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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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감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의 진정한 ‘밸류업’을 위해서는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입법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 전부터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추진해왔다. 실제 지난 2022년에는 물적분할한 자회사의 상장(쪼개기 상장)으로 인한 소액주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공시 및 상장 심사를 강화하고 주식매수청구권 도입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고, 지난해에는 배당받을 주주를 먼저 정한 후 배당액을 확정하는 ‘깜깜이’ 배당절차를 개선해 투자자들이 배당액을 확인한 뒤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발표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에도 배당 상향,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강화하고 일반주주와의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계획을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은 지배주주에 치우친 기업의 편향적 의사결정 구조인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지난 12일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가 공동 주최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세미나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 상충에 따른 주주간 부의 이전 및 n분의 1 원칙 붕괴”라며 “상법 개정을 통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간 이해가 충돌하는 자기거래 상황에서 미국과 유사한 수준의 완전한 공정성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 상충 문제를 해결하고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의 목표가 국내 증시에 대한 저평가를 해소하는 것이라면 해당 방안이 제시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제다.

 

한국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롤모델이 된 일본의 경우 지난해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지침을 발표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일본의 소액주주 보호 및 그룹 경영에 관한 가이드라인 발표’ 보고서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해 12월 소액주주 보호 및 그룹 경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모자회사 및 지분법 적용 관계회사의 공시제도 확충방안을 마련했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상장 자회사는 소액주주 보호 관점 및 모회사와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공시해야 하며, 모회사도 자회사 소액주주와의 이해상충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감독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해야 한다. 

 

또한 상장기업은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상충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독립 사외이사의 적절한 관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정비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은 독립 사외이사가 이해상충이 의심되는 지배주주와의 거래를 심의할 때 소액주주의 관점에서 사안을 검토·감독하고, 이해상충 리스크를 둘러싼 상황에 대해 지배주주 및 일반주주와 꾸준히 소통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여밀림 선임연구원은 “도쿄증권거래소의 발표는 각 회사와 그룹 전체에 걸쳐 소액주주 보호에 대한 관점을 세우고 이해상충이 생기지 않도록 구성원의 역할 및 실효적 대응 방안을 강구하라는 점이 특징”이라며 “국내에서도 소액주주 보호에 관한 법적ㆍ정책적 논의가 진행중임에 따라 회사, 주주, 정부 등 이해관계자와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국내 실정에 적합한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에서는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이 밸류업 논의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법은 기업의 이사가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

 

문제는 재계의 반발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일반주주가 포함될 경우 대주주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어려울뿐더러 각종 소송 리스크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11일 이사 충실의무 관련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며 “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외에 주주까지 확대하는 것은 해외 입법례에서 찾아볼 수 없고 주식회사의 기본원리인 자본 다수결 원칙 및 회사와 이사 간 위임관계 훼손 등 우리나라 회사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모범회사법에 명시적으로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규정돼 있으며, 영국, 일본 등도 판례나 지침을 통해 소액주주 이익을 보호하고 있는 만큼, 해외에서 유사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6일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에서 “현재 기업지배구조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의 이해상충에 취약하고, 기업의 성과와 주주가치가 괴리되기 쉽다”며 기업 지배구조 원칙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선하기 위한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재계의 반발 속에 진행 중인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 논의게 어떤 결론을 맺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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