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기)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수주로 새로운 반등의 계기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르노 본사에서 르노의 전기차 부문 '암페어'와 전기차용 파우치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공급 기간은 2025년 말부터 2030년까지 총 5년이며 전체 공급 규모는 약 39GWh(기가와트시)다. 이는 순수 전기차 약 59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차량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특히 이번 LFP 배터리 수주는 글로벌 자동차 3대 시장 중 하나인 유럽에서 중국 기업의 주력 제품군을 뚫었다는 데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글로벌 LFP 배터리 중 95%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전기차용 LFP 배터리에서는 중국 CATL과 BYD가 점유율을 80% 이상 차지하고 있다.
LFP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철과 인산을 사용하고, 안정적인 화학구조를 가지고 있어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보급형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LFP 배터리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한국전력 경영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LFP 배터리의 올해 전기 승용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47%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고정형 배터리 중 LFP 배터리 비중도 84%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이러한 가운데 르노는 LG에너지솔루션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LG에너지솔루션의 르노향 LFP 배터리는 파우치 배터리 최초로 셀투팩(Cell To Pack, CTP) 공정 솔루션을 적용해 각형 CTP에 비해 무게당 에너지 밀도를 약 5% 수준으로 높게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셀투팩 기술은 모듈공정을 거치지 않고 배터리 팩을 조립하는 공정 기술로 최근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첨단 팩 디자인 기술이다.
또 열 전이 방지 기술을 적용해 안전성을 높이면서 전체 팩을 구성하는 부품을 줄이고 공정을 단순화, 제조 원가 절감도 가능하다.
배터리 셀은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며 르노의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다.
그간 삼원계 배터리 개발과 양산에 초점을 맞추던 K-배터리 업계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첫 전기차용 LFP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삼성SDI와 SK온의 LFP 배터리 양산 시기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고체 전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삼성SDI는 지난해 10월 콘퍼런스콜을 통해 “2026년 양산을 목표로 ESS용 LFP 배터리 소재를 개발하고 있으며, 라인 구축 계획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K온은 2023년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이듬해 인터배터리 2024에서 이석희 SK온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LFP 배터리 개발이 완료됐으며 2026년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즘으로 부진했던 한국의 이차전지 산업에 LFP배터리 수주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이차전지 수출도 바닥을 찍고 반등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6월 이차전지 수출은 7억4000만 달러로 올해 들어 가장 많았다. 이차전지 수출은 지난 4월 6억1800만 달러로 단기 저점을 형성하고 나서 5월 6억4000만 달러, 6월 7억4000만 달러로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업황 개선도 기대해 볼만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저가형 제품의 신규 수주 확보로 기술적 성과가 확인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 둔화 속에서도 르노와 신규 수주 공시(5년간 39GWh)는 긍정적 변화의 단초로, 수주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저가형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미드니켈, LFP)와 파우치 CTP 기술 확보가 유의미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저가형 대응에 따라 유럽연합(EU)의 중국 전기차 상계관세 부과에 따른 반사수혜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K-배터리가 해외시장에서의 향후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LFP 배터리 장착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3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중국의 CAT나 BYD는 NCM과 LPF 배터리 모두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NCM 한쪽 날개로만 경쟁하다보니 그동안 좀 불리했다”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LFP배터리 수주로) 양날개의 무기를 가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NCM은 거의 100%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LFP배터리는 고부가가치가 굉장히 적어 리사이클 비용이 떨어진다.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제작사의 책임이다. LFP 재활용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걸음마 단계이고, 우리나라가 처음 성공했다"면서 "향후 리사이클링에 있어 LFP 배터리가 불리한 점도 있어 양면적인 부분도 고려를 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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