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선방으로 지난해 부진을 털어낸 증권업계가 하반기에도 기세를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시 회복으로 실적 개선 추세가 계속될 거란 전망이 나오는 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위험요인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1분기 증권선물회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증권사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2조51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1분기 자회사로부터 1.7조원을 배당받은 영향으로, 해당 일회성 손익을 제외하면 오히려 16.9% 증가했다.
앞서 증권사들은 지난해 순익이 20%나 감소하며 불안한 성적표를 받아든 바 있다. 지난해 증권사 총 순익은 5조7960억원으로 2022년보다 30.1%나 증가했지만,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의 일회성 배당금 수익 2.2조원을 제외하면 오히려 20.2% 감소했다. 부동산 PF 리스크와 해외 대체투자 손실, 고금리에 따른 증시 침체 등의 악재가 겹치며 실적이 뒷걸음질 친 것.
하지만 올해 들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등의 영향으로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증권사들도 리테일 실적을 기반으로 지난해 부진에서 점차 빠져나오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이 2분기에도 실적 선방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신·미래에셋·삼성·키움·NH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의 상반기 순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한 1조5684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초부터 시작된 증시 상승세가 2분기 들어 한풀 꺾이고 ‘밸류업’에 대한 기대감도 모호한 상황이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유지할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부동산 PF 리스크 등 증권사를 둘러싼 불안요소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하반기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변수다. 금감원에 따르면,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분기 말 기준 8.7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9000억원 증가했다. 연체율 또한 17.57%로 전분기 대비 3.84%나 급등했다. 이는 전 금융업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2위 저축은행(11.26%, 전분기 대비 4.3% 증가)과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특히, 부동산 금융 비중이 큰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하반기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국내 증권사 중 올해 상반기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이 하락한 곳은 SK증권, 다올투자증권, 하나증권 등으로, 이 중 SK·다올투자증권은 모두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가 하향 이유로 꼽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SK증권 선순위채권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하면서 ▲수익성 저하로 인한 2개 분기 연속 순손실 ▲부동산 익스포저 관련 추가 대손비용 발생 가능성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나신평은 다올투자증권에 대해서도▲지난해 큰 폭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수익성 회복도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부동산 PF로 인한 추가 대손비용 발생 우려가 잔존하는 점 등을 이유로 선순위채권 등급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한 바 있다.
나신평은 “지난해 1분기부터 부동산익스포저를 중심으로 저하되기 시작한 (증권사) 자산건전성은 4분기 중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기조 하에 더욱 큰 폭으로 저하됐다”라며 “중소형사의 경우 브릿지론, 중·후순위 등 상대적으로 고위험 부동산PF 사업장 비중이 높아 대형사 대비 자산건전성 지표가 더욱 열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나신평은 이어 “부동산PF 투자환경의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부동산PF 사업성 평가기준 개편으로 인해 자산건전성의 추가 저하 가능성 및 대손비용 증가 위험이 존재한다”라며 “금융당국은 PF 사업성 재평가를 통해 상각·매각 등 신속한 처분을 유도하고 있으나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단기간 내 해소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 또한 증권사 수익성 및 건전성이 하반기 들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기평은 “증시환경이 회복된 점은 위탁매매부문 실적에 긍정적이나 실물경기 침체 및 PF 부실 우려에 따른 증시 불확실성이 내재된 점이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하반기 이후 예상되는 시장금리 하락과 기인식 채권평가손실 환입에 힘입어 채권운용수지는 개선되겠으나, 글로벌 자산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집합투자증권 등 PI투자 관련 손실 위험이 높아져 상품운용부문의 실적 개선을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평은 이어 “PF익스포저 중 브릿지론(6.9조원)의 대부분이 2024년에 만기 도래하는 가운데 이미 만기연장된 익스포저 비중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어, 중·후순위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일반 증권사를 중심으로 건전성 관리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라며 “5월 금융당국의 부동산PF 연착륙 방안 발표에 따라 PF사업장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며 투자자산 건전성 저하 및 대손비용 부담이 심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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