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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증가세, 정부·보험업계 대책 마련해야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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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중구 시청역 교차로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인도 돌진사고 현장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발생한 역주행 사고로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운전자가 가입한 보험사에서 보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사망 보험금만 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증가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시청역 사고 운전자가 가입한 자동차보험 운용사인 DB손해보험은 지난 2일부터 대책본부를 꾸리고 피해 규모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으나, 급발진 여부와 관계없이 보험금 지급은 절차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보험사가 우선 피해 보상을 진행한 뒤, 급발진인 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보험사가 제조사에 구상권을 청구하게 된다. 

 

보험업계에서는 시청역 사고와 관련해 지급될 보험금이 약 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총 9명으로, DB손보는 이들의 장례비 및 위자료, 상실수익액 등을 보상해야 한다. 

 

상실수익액은 교통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후유장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경제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액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배상하는 것을 말한다. 사망자 수도 많고 연령대가 30~50대로 정년까지 남은 기간이 많은 만큼, 상실수익액 규모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상실수익액은 피해자의 현재 소득과 나이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만큼, 지급되는 보험금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09~2013년 지급된 자동차보험 사망보험금 중 최고 지급액은 12억5589억원으로 최저 지급액(2000만원)과 약 63배 차이가 났다. 

 

◇ 교통사고 5건 중 1건은 고령 운전자

 

한편, 이번 사고의 가해 차량 운전자의 나이가 68세로 알려지면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19년 3만3239건에서 지난해 3만9614건으로 6375건(19.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는 22만9600건에서 19만8296건으로 감소했는데, 이에 따라 고령 운전자가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4.5%에서 20%로 5.5%포인트 늘어났다.

 

사망사고 또한 마찬가지다.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은 2019년 3349명에서 2023년 2551명으로 23.8%나 감소했지만,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망은 같은 기간 769명에서 745명으로 3.1%밖에 줄어들지 않았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에서 고령 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5년간 23%에서 29.2%로 6.2%포인트 증가했다. 

 

65세 이상 운전자 교통사고 및 사망사고 추이. 자료=도로교통공단

 

◇ 손보사, “운전교육 이수, 면허 자진반납 시 보험료 할인”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에 대한 보험업계의 대응도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향후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인 만큼, 보험사도 적극적으로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 

 

실제 국내외 보험사들은 운전교육을 이수하거나 면허를 반납한 고령 운전자에게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 미국 캘리포니아주 보험사들은 주 정부가 마련한 고령 운전자 개선 과정을 이수한 55세 이상 운전자에 대해 3년간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손보사들이 도로교통공단에서 실시하는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고 인지기능 검사에서 적정 수준 이상을 충족한 고령 운전자 에 대해 최대 5%의 보험료를 할인해주고 있다 .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을 유도하는 특약도 나왔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2022년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자진 반납하면 대중교통 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상해를 최대 1000만원까지 보장해주는 특약을 출시했다.  

 

고령 운전자의 운전 습관이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앱이나 장치를 개발한 보험사도 있다. 일본 손해보험사인 손보재팬은 운전 중 건강 이상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벨트에 장착한 장치를 통해 운전자의 호흡과 맥박, 자세 등을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아이오이닛세이도와손해보험은 지난 2016년 고령 운전자의 안전운전 여부를 점수화해 본인 및 가족에게 알려주는 앱을 개발해 가입자들에게 제공했다. 

 

다만 보험사가 제공하는 혜택만으로는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를 완전히 예방하기는 어렵다. AXA손해보험(악사손보)가 지난해 운전면허 소지나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5세가 넘으면 면허를 반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22.9%에 불과했다. 반면, 반납할 생각이 없다는 응답은 45.8%로 두 배에 달해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에 대한 거부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운전면허를 반납할 경우 이동권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을 유도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을 민간 보험사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송림 국회입법조사처 행정안전팀 입법조사관은 지난해 발표한 ‘고령자 운전면허 관리제도의 해외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현행과 같이 고령자 면허관리가 유지 또는 취소 방식(All or Nothing)으로만 운용된다면, 고령운전자의 이동권 보장과 안전운전 관리가 모두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라며 “신체·인지기능 등 저하로 일반면허가 부적합한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시간, 지역, 속도, 보조장치 등 다양한 제약을 부과한 조건부 면허를 발급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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