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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이슈 재부상, 옥스퍼드대 교수의 발언 주목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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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여부를 두고 최근 다시 국내 게임업계에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2019년에 게임 중독을 ‘게임 이용 장애’로 규정하고 ‘ICD-11’이라는 정식 질병코드를 부여한 것이다. 질병코드가 부여되면 각국 보건당국은 관련 통계를 작성해야 하고,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예산을 편성할 수 있게 된다.

 

당시 WHO는 게임 이용 장애를 “게임에 대한 통제력 손상, 다른 관심사나 일상 활동보다 게임이 우선시될 정도로 다른 활동보다 게임에 대한 우선순위 증가,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게임 행동 패턴”으로 정의했다. 또 WHO는 게임 장애에 질병 코드를 부여함으로서 이 장애의 발병 위험과 관련 예방 및 치료 조치에 대한 보건 전문가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 효과를 밝혔다.

 

정부는 2019년부터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체계(KCD)에 게임이용장애를 포함할지 여부에 대해 논의해 왔으며, 정부와 업계 내에서 WHO의 질병코드 도입 여부를 두고 지금까지 팽팽하게 찬반 의견이 맞서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통계법에 따라 오는 2026년 1월에 ICD-11의 국내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국무조정실은 17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여부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질병코드 도입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코드 도입으로 게임 중독에 대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치료 방법이 연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국제 기준에 맞춰 게임중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도입된다면 게임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반면 반대하는 측에서는 질병코드 도입으로 초래될 사회적 낙인 효과로 게임이용자와 게임산업 종사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퍼질 수 있으며 국내 게임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022년 발간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연구'에 따르면 질병코드가 도입되면 2년간 게임산업에 8조 8천억 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8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의 ICD-11의 국내 도입 여부 결정 시한이 다가오며 정치권과 업계, 전문가들의 반대의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박종현 국민대 교수는 1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WHO 게임이용장애 등재 쟁점 연속토론회에서 “질병코드 등재는 단순한 통계 작업이 아닌, 국가가 정책적으로 재정을 소모해 예방해야 할 질병을 규정하는 것이다.”라며 “국민 의사에 반해 행정부처가 자의적으로 결정하거나 국제기구 기준을 따르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질병코드가 도입될 경우 게임 제작·창작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축과 게임 이용자층이 잠재적 중독자 집단으로 규정돼 게임이라는 문화 콘텐츠에 대한 향유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을 막기 위한 법안도 발의되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16일 통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세계보건총회는 각 회원국이 세계보건총회의 국제질병분류를 가능하면 따르도록 권고하고 있을 뿐으로, 현행법이 이를 반드시 따르도록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향후 게임 관련 질병코드가 도입될 경우 게임산업 규모 및 매출액 감소로 국내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게임산업 통계에 대한 심층분석과 게임산업의 전반적인 실태 등을 파악하여 국제표준분류의 반영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라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또 "이에 따라 동 법안은 한국형 표준분류를 작성할 때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참고하도록 하되,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 절차를 통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이와 유사한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지난해 2월 이상헌 전 의원은 게임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인정할 경우 관련 규제와 낙인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통계청이 국내표준분류를 작성할 때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참고’만 하도록 하여 국제표준분류의 기속성을 약화하고, 국내표준분류 작성 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수렴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아 통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국내 통계를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작성하지 않을 경우 국가 간 통계비교 가능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에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으며, 이후 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다. 

 

한편 국내의 경우 현재까지 ICD-11에 등재된 질병이 KCD에 등록되지 않은 사례가 없어 국내 게임 질병코드 도입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해외의 경우 국가 실정에 따라 특정 코드를 도입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앤드류 쉬빌스키 옥스퍼드대 교수는 지난 5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된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에서 영국의 경우 WHO의 코드가 국가 의료 체제나 실정과 맞지 않는 경우 도입하지 않은 사례도 다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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