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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사우디에서 'e스포츠 올림픽' 열린다...'스포츠 워싱' 비판도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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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OC 누리집

지난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올림픽에서도 e스포츠 경기를 볼 수 있게 될까. 파리에서 열린 제142차 IOC 총회에서 'e스포츠 올림픽'의 개최가 투표 결과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IOC는 24일 누리집을 통해 IOC가 올림픽 e스포츠 대회를 창설할 것이며, 첫 번째 대회는 내년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12년간 사우디에서 정기적으로 e스포츠 올림픽이 개최될 예정이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와 종목에 대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IOC는 오늘의 결정에 따라 앞으로 e스포츠 올림픽이 처음으로 개최될 도시, 시기, 종목, 예선 과정 등 세부 사항에 대해 조정하는 작업이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존 올림픽 대회의 조직 및 재정 모델과는 명확하게 분리된 새로운 전담 조직을 만들 것이라고도 밝혔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금은 IOC에 있어 진정한 새로운 시대이다. IOC 위원회가 올림픽 e스포츠 종목 신설을 확정하면서 우리는 디지털 혁명의 속도에 발맞추고 있다.”라며 “이는 올림픽 브랜드의 매력과 젊은이들 사이에서 올림픽이 상징하는 가치에 대한 또 다른 증거다. 사우디아라비아 올림픽위원회는 이 프로젝트에 e스포츠 분야에 훌륭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이 파트너십은 올림픽 헌장과 올림픽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IOC는 지난 2018년부터 e스포츠 종목을 시험해 왔고, 지난해에는 싱가포르에서 태권도, 양궁, 야구, 체스, 사이클 등 각종 운동 종목을 게임으로 옮겨 대결하는 ‘올림픽 e-스포츠 위크’를 시범적으로 개최하기도 했다. IOC e스포츠 위원회는 올림픽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e스포츠 커뮤니티의 이익을 증진하고, 양성 평등 및 젊은 관객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 올림픽 e스포츠 대회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고안하도록 지시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IOC의 태도는 e스포츠 도입에 주저하던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2017년 프랑스 올림픽위원회 회장 토니 에스탕게는 e스포츠가 폭력적인 콘텐츠를 포함할 수 있으며, 전통적인 올림픽 정신과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또한 e스포츠의 게임 밸런스가 특정 게임사의 패치와 업데이트에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와 지나친 상업화로 인해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e스포츠 올림픽이 실제로 치뤄질 경우, 총격전이나 폭력 등의 요소가 포함되어 올림픽 정신과 맞지 않는 기존의 인기 e스포츠 종목들은 제외되거나 수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지난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기존의 배틀로얄 총격전 방식이 아닌 스카이다이빙, 오프로드 레이싱, 사격 등 각종 현대 스포츠를 게임 내에 도입해 평화롭게 대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바 있다.

= 사우디 e스포츠 협회 누리집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지난 3일부터 총상금 6,000만 달러(약 828억 원) 규모의 ‘e스포츠 월드컵’을 개최 중이며, IOC와 협력해 e스포츠 올림픽을 개최함으로써 게임 분야의 글로벌 허브가 되기 위한 계획을 더 진전시킬 것으로 평가된다. 사우디는 게임 산업의 선봉장이 되어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고, 경제 다각화, 관광 부문 성장, 일자리 창출 등의 부가 효과를 통해 비전 2030을 달성할 계획이다 .

 

자신을 ‘비디오 게임과 함께 자란 첫 세대’라고 칭할 만큼 게임에 관심이 많은 빈 살만 왕세자는 게임 분야에 대규모의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는 e스포츠 월드컵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를 통해 ‘사비 게이밍 그룹’을 운영하며 2030년까지 게임 산업에 378억 달러(약 54조 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다만 사우디의 이러한 e스포츠 분야에 대한 투자가 ‘스포츠 워싱’이라는 의혹 역시 계속해서 따라붙는다. 사우디가 추진하고 있는 게임 진흥책은 이전에 각종 인권침해 의혹을 덮기 위해 축구와 골프를 활용하던 사우디의 ‘스포츠워싱’의 연장선으로, 각종 부정적인 의혹을 덮고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스포츠와 게임을 내세우고 있다는 주장이다.

 

문화 저널리스트 알바로 아르보네스는 스페인의 테크 매체 소프토닉에 게재한 글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가 IOC의 만장일치 투표의 배후에 있다는 사실은 이것이 전개된 속도를 완벽하게 설명한다. 또한 IOC가 이 아이디어를 승인하도록 하는 데 어떻게 성공했는지도 보여준다.”라며 “가능한 한 많은 중요한 이벤트를 인수하는 것은 그들의 국가와 정권을 정당화하는 방법이다.”라고 비판했다. 

 

또 “IOC가 잘 구성된 이벤트를 계획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IOC는 2023년에 이런 유형의 올림픽을 개최할 가능성을 연구하겠다고 방금 언급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이벤트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아직 확인해야 하지만 초기 뉴스는 우리를 낙관적으로 만들지 않는다.”라며 실제로 e스포츠 올림픽이 계획대로 열리게 될지의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사우디는 이러한 비난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9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포츠워싱에 대한 질문에 “스포츠 위싱을 통해 우리나라의 GDP가 1% 증가할 수 있다면, 나는 이를 계속할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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