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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사건,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고요?'저자 정명희 "물티슈부터 끊으세요"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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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상점 곰손' 등에서 제로웨이스트 활동 중인 정명희 환경활동가. 사진=정명희 환경활동가 제공

지구환경이 각종 오염원으로부터 위협받으면서 폐기물을 줄이려는 ‘제로웨이스트’가 더욱 주목받는 세상이다. 제로웨이스트는 말 그대로 낭비가 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일회용품 쓰레기를 비롯한 환경파괴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개인이 환경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정명희 환경활동가는 ‘일단 물티슈부터 끊어라’라는 대답을 내놨다. 20대부터 녹색연합 등에서 오랫동안 환경 운동을 이어온 정명희 활동가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까지 환경문제의 일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제로웨이스트 가게인 ‘알맹상점’의 매니저로, 또 ‘기후위기를 건너는 일상생활기술’을 배우고 나누는 ‘수리상점 곰손’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미래 세대가 꼭 알아야 할 환경 역사 이야기를 담은 어린이 책 ‘환경사건,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고요?’을 발간했다.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 생태 복원, 친환경 무상 급식 조례 제정, 가습기 살균제 사건,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 제주도 남방큰돌고래 방류, 동물 살처분, 아마존 산불,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등 우리나라부터 전 세계의 환경 사건까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쉽게 간추려 담았다. 

 

<이코리아>는 22일 기후위기의 시대에 지구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정명희 환경활동가를 인터뷰했다. 

 

◇녹색연합에서 환경활동가로 오랫동안 활동하셨는데, 처음 환경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무엇이었는지요? 대학 전공이나 가풍 등의 영향인가요

 

어린 시절 바닷가 마을에서 자라며 자연과 가까이 산 영향도 있을 텐데요, 20대 무렵 떠난 인도여행에서 히말라야 산기슭에까지 버려진 쓰레기를 보고 큰 문제의식을 가졌습니다. 이후 여행에서 돌아와 그런 문제의식을 풀어가며 살고 싶다 생각했고 녹색연합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환경 사건,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고요?> 신간을 내셨는데요. 환경 역사 이야기를 담은 어린이 책입니다. 자녀가 두 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이들의 책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아무래도 아이들과도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자주 나누긴 해서 아이들은 평소에도 엄마에게 자주 듣던 이야기들이 책으로 나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글보다는 그림을 더 재밌어 하고요. 학교급식이 무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걸 당연하게 여겼는데, 많은 이들이 애쓴 결과라는 걸 신기해하기도 하고요. 

사진=가나출판사

◇제로웨이스트 가게 알맹상점의 매니저이면서 수리상점 곰손의 공동 운영자라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걸 제로웨이스트하고, 수리하시나요? 체감적으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분들이 늘었다고 보십니까

 

제로웨이스트는 하나의 지향입니다. 가능하면 생활의 모든 쓰레기를 줄이려 애쓰는데, 특히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쓰레기를 제로화 하려 노력합니다. 일회용 컵부터 일회물티슈나 일회용빨대 등등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다른 다회용품 대체품이 있는 것들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곰손에서는 우산, 핸드폰, 옷, 그릇 등 여러 가지를 수리하고 있습니다. 헌 우산을 기증받아 고쳐 팔기도 하고 고장 난 우산의 수리 의뢰를 받아 고쳐드리기도 합니다. 배터리 기능이 떨어지면 새 핸드폰으로 교체하기보다 배터리를 교체해 사용하도록 하고 있고 여러 소형 가전제품이나 장난감 등도 고칩니다. 손바느질이나 재봉틀로 여러 의루제품들도 수선하고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분들은 이전보다 줄어들고 있다고 보는데요. 쓰레기를 줄이려는 각종 법이 시행될 때엔 이런 실천들이 같이 늘지만, 법이나 규제가 느슨해지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수리상점 곰손’에서는 스스로 수리하고 수선하는 법을 배우며, 사회에 수리를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자리 잡도록 ‘수리권’ 활동도 펼치고 있다. 사진=정명희 환경활동가 제공

◇수리상점 곰손 공식 블로그 맨 윗 단에 #수리권이라는 말을 봤습니다. 수리할 권리라는 뜻인가요? 개념이 생소하네요.

 

네. 수리할 권리입니다. 물건이 고장 나면 수리해서 다시 쓸 수 있는 게 기본이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고쳐 쓰고 싶어도 회사에서 부품을 충분히 오랫동안 갖고 있지 않는 경우도 많고, 아예 판매하면서 AS센터를 갖추지 않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수리비용이 너무 비싸 새 물건을 사는 게 더 경제적으로 이득일 때도 있고요. 이렇게 끊임없이 자원을 채취해 새 물건을 팔고 사는 방식은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생활방식입니다. 수리권은 물건을 고쳐가며 오래 쓰면서 탄소배출을 줄이고 자원도 절약하려는 사람들의 권리입니다. 

 

수리권 활동은 물건의 수리가 쉽도록 회사는 물건 판매 시 수리할 수 있는 부품을 오랫동안 보유하도록 하고, 물건의 무상수리가간도 충분히 갖게 하고, 새 물건을 사는 것보다 수리하는 게 더 싸도록 제도로도 보장하자는 운동이고, 이미 올해 유럽연합(EU) 등에서 법제화를 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제로웨이스트는 어떻게 실천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두 딸들이 잘 따라주나요? 

 

특별한 건 없어요. 생수 사먹지 않고, 배달음식을 시켜먹지 않아요. 식당에 가거나 아니면 용기를 갖고 식당에서 사 옵니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천 기저귀 쓰고 손수건이나 걸레 사용하는 걸 봐왔기 때문에 지금도 물티슈 잘 사용하지 않고요. 옷은 늘 물려주고 새 옷을 살 때는 여러 번 생각하고 신중하게 선택하고요. 

정명희 환경활동가.

◇환경운동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이 언제였나요? 또 가장 벽에 부딪힐 때는 언제입니까? 

 

크고 작은 변화가 만들어지는 순간이 가장 보람되죠. 이 책에도 나오지만 동강댐 건설이 백지화된 일이나 백두대간보호법이 만들어지고 친환경무상급식이 제정된 일 같은 것들도요. 시민들의 노력으로 만든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같은 법들이 정부가 바뀌면서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돼 버리는 것처럼, 정치나 경제적 이해관계로 환경문제가 후순위가 될 때 많이 답답하죠. 

 

◇너무나 사소하고 간단한 일인데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실천법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한 가지만 꼽자면 물티슈 사용을 말하고 싶어요. 우리나라 사람이 평균 하루에 11장  정도 쓴다고 합니다. 젖은 채로 버려지는 물티슈는 소각할 때 더 많은 열을 필요로 하고 플라스틱 재질이라 땅에 묻혔을 때 썩지도 않죠. 게다가 여전히 변기에 물티슈를 버리는 사람들도 있어요. 

 

물에 풀어지는 물티슈라고 변기에 버려도 된다고 나오는 제품도 있지만 분해조건에 따라 풀어지는 속도가 달라요. 변기에 버려진 물티슈가 하수관을 막기도 하고 하수처리장까지 흘러가 펌프 등 시설물의 기계 고장을 일으켜 사람들이 일일이 물티슈를 걷어내는 작업을 해야 해요. 대용량 물티슈를 사다놓고 물만 쏟아도 뽑아 쓰고 함부로 버리는 습관만큼은 꼭 바꾸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최근에 제가 '환경사건,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고요?'라는 책을 냈습니다. 30여 년간 일어났던 여러 환경사건들을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과거의 우리가 한 선택 때문에 지금 어떤 오늘을 맞이하고 있는지를 알게 해 주는 책입니다. 앞으로 지구와 우리에게 모두 이로운 선택을 하기 위해 이 책을 어린이들과 같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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