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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달 표면서 발견된 지하동굴, 인간 거주 가능성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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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사베이

달 표면에서 수십 미터의 폭과 길이를 지닌 지하 동굴이 발견되며 세계 과학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탈리아 트렌토대 연구진은 1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달 표면을 레이더로 관측해 분석한 결과 ‘고요의 바다’ 지역에서 반경 100m 구덩이가 길이 30~80m의 동굴로 이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고요의 바다는 지난 1969년 인류 최초로 달 유인 탐사에 성공한 아폴로 11호가 착륙한 지역으로, 지구에서 육안으로 관측 가능한 지역이다.

 

연구팀은 미항공우주국(NASA)의 달정찰궤도선(LRO)에 탑재된 레이더 이미지 장비로 고요의 바다에 있는 구덩이 중 깊이가 가장 깊은 구덩이를 관측한 2010년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내놓았다.

= 네이처 천문한 누리집

발견된 동굴은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흐르며 생성된 것이다. 달 표면은 섭씨 127도에서 영하 173도까지 극한의 온도 변화를 보이며, 운석 충돌과 우주 방사선의 위험이 크지만 지하 동굴의 경우 표면에 비해 온도가 안정적이고 우주 방사선을 피할 수 있어 유력한 인간의 달 탐사, 거주 거점 후보지로 주목받는다.

 

로렌조 브루초네 트렌토대 교수는 이 동굴이 빈 용암 동굴일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러한 지형은 혹독한 달 환경에 대한 자연적 피난처로 미래의 탐험가들이 인간의 거주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브루초네 교수는 “달 동굴은 50년 이상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는데, 마침내 그 존재가 증명되어 너무 기쁘다.”라고 연구 소감을 밝혔다. 달 지하에 동굴이 존재할 가능성은 50여 년 넘게 이론으로 제기되어 왔지만, 접근 가능한 용암 동굴의 증거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는 것이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동굴 속은 달 표면에서 벌어지는 활동의 영향을 받지 않는 만큼 달의 형성과 달 화산의 역사에 대한 단서가 남아있을 수도 있으며, 달 탐사에 필수적인 얼음 등의 자원이 묻혀있을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다만 인류가 다시 달에 착륙하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동굴을 탐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와그너 애리조나 주립대 연구원은 인류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동굴로의 진입 그 자체라고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와그너는 “구덩이에 들어가려면 바닥에 닿기 전에 125미터를 내려가야 하며, 구덩이의 가장자리는 잔해가 쌓인 가파른 경사면이기 때문에 조금만 움직여도 아래에 있는 사람에게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출입이 가능하더라도, 탐사를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영국 최초의 우주 비행사 헬렌 샤먼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새로 발견된 동굴은 달 기지 건설에 적합한 곳으로 보이며 20~30년 안에 인간이 달 동굴에서 거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하면서도, 동굴이 너무 깊어 우주인들은 로프나 제트팩, 리프트 등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NASA의 아르테미스 2호 로켓 = NASA 누리집

한편 이번 발견으로 세계 각국에서 진행 중인 달 기지 건설 계획이 탄력을 받을지도 주목된다. 유럽우주국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예정된 민간 기업과 정부의 달 탐사 계획은 100여 개에 달하며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국은 달 기지 건설 계획을 각자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항공우주국(NASA)의 주도 아래 2026년 달 유인 착륙, 2030년까지 월면 기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진행 중이다. 한국을 포함해 일본, 호주, 캐나다, 영국, 브라질 등 30여 개 국가와 민간 우주 기업들이 대규모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아르테미스 1호의 무인 시험 비행이 성공했으며, 내년에는 아르테미스 2호에 4명의 우주인이 탑승해 달 궤도를 여행할 예정이다. 이후 아르테미스 3호를 통한 유인 달 착륙을 거쳐 달의 남극 지역에 영구적인 거점을 만드는 것이 NASA의 최종 목표다.

= 유럽 우주국 누리집

유럽 우주국(ESA) 역시 2030년까지 달에 지속 가능한 거주지를 건설하는 '문빌리지' 계획을 진행 중이다. 특히 문빌리지 계획은 건축 자재를 지구에서 수송하는 대신, 달의 흙을 활용해 3D 프린터로 구조물을 건축하는 등 자재를 현지에서 조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2021년 국제 달 연구기지 건설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함께 달 기지 건설 계획을 진행 중이다. 중국은  국제 달 연구기지(ILRS) 건설을 전담할 국제기구를 설립했으며 방글라데시, 이란, 몽골, 파키스탄, 페루, 태국 등이 가입된 ‘아시아-태평양 우주협력 기구(APSCO)’가 이에 합류한 상태다.

 

또 러시아와 중국은 10년 후 달 기지에 원자력 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 3월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는 달 탐사선 루나-26과 루나-27을 2027년, 2028년에 발사할 계획이며 중국의 경우 2028년에 발사할 '창어 8호'를 통해 달 기지 건설을 위한 기술 테스트와 자원 활용 가능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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