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글로벌 정치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이에 국내 유가증권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성명을 통해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대선을 약 3개월 앞두고 재선 도전을 공식 포기한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는 것이 내 의도였으나 (후보에서) 물러나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의 의무를 다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 결정에 대해 이번 주 후반에 더 구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대선 후보로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조쉬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1순위로 부각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성명 발표 직후 당 대선 후보로 공식지지 선언을 했고, 기존 대선 선거자금 및 조직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재선 도전 포기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나라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동반 하락 속에 출발했고, 원·달러 환율은 소폭 상승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62포인트(0.17%) 내린 2,790.84에 개장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828.72)보다 0.74포인트(0.09%) 하락한 827.98에 거래를 시작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90.2원)보다 2.2원 내린 1388.0원에 출발했다.
바이든 대선 포기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어느 정도 될까.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이슈/이벤트 발생은 단기 트레이딩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6년 미 대선 당시 트럼프 지지율이 우위를 보이면서 글로벌 증시는 단기 변동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국증시는 11월 4일(대통령 선거 11월 8일) 저점으로 급반등세가 전개되었고, 코스피도 트럼프 당선 시점을 6.7% 하락 이후 상승반전이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2017년 트럼프 취임 이후에는 다수의 투자자들은 달러 강세, 올드 이코노미(Old Economy) 상승세를 전망했다”면서 “하지만 2017년 당시 달러는 약세였다. 2016년 12월 103.6p였던 달러화는 2018년 2월 88p까지 레벨다운됐다. 그리고 IT가 강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전개되었던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펀더멘털 흐름으로, 펀더멘털에 근거한 금융시장 추세와 다른 등락이 있다면 투자기회라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또 “낙폭과대 바이드노믹스 수혜주인 반도체, 자동차, 성장주(2차전지, 인터넷) 중심으로 코스피 2900선 회복 시도가 전망된다”면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난주 트럼프 트레이드로 인한 조정으로 인해 실적대비 저평가 영역에 위치했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2분기 실적 시즌 도래와 함께 지난주 급락을 극복하는 강한 반등세를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관련 리스크 발생 시 민주당 관련주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새 민주당 후보가 상대적으로 더 불리한 점은 화제성을 불러일으키며 구도가 정해진 것처럼 보이는 선거 결과에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는 경선 레이스 기간이 너무 짧다라는 것”이라며 “원래 일정은 전당 대회에 앞서 8월 초에 미리 온라인으로 후보 선출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례적인 상황으로 전당대회를 포함해 일정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황 연구원은 “주식시장 참여자 입장에서는 대선 레이스 변동성이 높아진 구간에서 이미 낮아진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트럼프 지지율을 따라잡을 리스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관련 상방 리스크 발생 시 전기차 등 민주당 테마주 비중을 줄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의 혼란이 지속되면서 변동성은 나타날 수 있지만 채권 시장 입장에서 바이든 사퇴는 마냥 나쁜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채권 시장은 트럼프 승리 및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승리했을 경우 수입품 관세 부과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와 감세에 따른 재정 적자를 우려하고 있다.
임 연구원은 “연준의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채권 시장은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을 크게 반영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연준의 인하 인후 그 다음 재료로 대선이 반영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바이든의 사퇴로 상/하원이 분리되는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스티프닝 압력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미 대선 결과가 핵심 변수는 아니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시장은 그의 공약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재정적자 확대와 인플레이션 전망을 토대로 장기금리가 상승했고, 무역 불균형 완화 및 제조업 강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공약을 근거로 달러화 약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트럼프 공약은 큰 틀에서 보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대선 결과가 금리와 환율 방향성을 결정하는 핵심변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결과에 외환시장 이목이 집중될 것”이라며 “9월 금리인하는 물론 연내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이어질지가 달러화 흐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주 원·달러 환율 전망치로는 1370~1410원을 제시했다.
박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은 연말까지 완만한 하락을 예상한다”며 “미 대선 불확실성 리스크 등으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미 연준의 금리인하와 엔화 강세 전환 등이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취약한 국내 내수 경기 흐름과 중국 리스크 등은 원화 강세폭, 즉 달러-원 환율 하락폭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윤수은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피캡슐 재활용 앞장서는 기업들...유럽연합의 정책 주목 (1) | 2024.07.23 |
---|---|
여성에 특화된 금융서비스, 미국 금융권 '활발' 한국은? (2) | 2024.07.22 |
금융권, 온실가스 감축 이행 속도 '거북이 걸음' (0) | 2024.07.18 |
국내 대기업· 지자체, AI스타트업 집중 육성..성과는? (1) | 2024.07.18 |
한수원, 프랑스 꺾고 24조 규모 체코원전 수주... 성공 비결은? (0) | 2024.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