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에 관심을 가지는 여성 금융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관심과 필요를 충족시키는 맞춤형 자산관리(WM)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아직 보험 외의 여성 특화 금융상품을 찾아보기 어려운 만큼, 여성 특화 금융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투자 열풍’ 덕에 다양한 금융상품에 대한 여성 투자자의 관심은 급격하게 높아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주식을 소유한 여성 개인투자자 수는 지난 2019년 말 기준 241만명에서 지난해 말 670만명으로 3배 가까이(178%)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남성 투자자 증가율(371만명→733만명, 97.6%)을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여성 투자자가 남성 투자자에 비해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전체 개인투자자 중 여성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39.4%에서 47.8%로 8.4%포인트 증가했다.
다만, 이를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나고 보유한 자산 규모 또한 확대되면서, 금융서비스에 대한 여성 소비자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20일 ‘최근 글로벌 금융회사의 여성 특화 자산관리(WM) 서비스 확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 확대와 베이비붐 세대의 보유 자산 이전 추세에 힘입어 여성 부유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라며 “자산관리(WM)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최근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여성 고유의 성향과 요구 사항을 반영한 전략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3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전 세계 자산의 약 33%를 여성이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10년간 베이비붐 세대의 보유 자산 100조 달러 중 약 30조 달러가 여성 배우자에게 이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Mckinsey) 또한 미국 여성의 금융자산이 베이비부머 남성 배우자로부터의 대규모 부의 이전, 사회적 지위 향상 등으로 인해 2020년 10조 달러에서 2030년 30조 달러까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성이 보유한 자산 규모가 커지고 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면서 금융권에서도 여성 고객 유치는 사업 확장을 위한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맥킨지는 베이비부머 여성을 장기고객으로 유지할 경우 약 33%의 추가 수익이 창출되고, 밀레니얼세대 등 젊은 여성 고객을 확보할 경우 매출성장률이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글로벌 컨설팅 기업 캡제미니(Capgemini) 또한 지난 2022년 발간한 ‘자산관리 트렌드 2023’ 보고서에서 “여성은 전 세계 부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성장했지만, 자산관리 기업들은 여전히 여성의 필요가 무엇인지 제대로 판별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부에 대한 여성의 통제력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금융사들은 반드시 여성 고객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금융사들은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지난 2017년 UBS 유니크(Unique) 프로그램을 도입해 여성의 생애주기와 재정목표 등을 반영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또한 지난 2021년부터는 여성 창업가 프로젝트(Project Female Founder)를 런칭하고, 초기 단계의 여성 창업가를 위해 자금조달 및 멘토링 등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핀테크 기업 엘레베스트(Ellevest)는 여성 특화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여성의 생애주기 및 특성에 따른 맞춤형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엘레베스트는 여성의 높은 기대수명, 낮은 임금수준, 위험회피성향 등을 반영한 알고리즘을 통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또한 이사진과 직원 중 여성 비율이 70~80%에 달하고 최고경영자(CEO) 또한 여성으로 남성 위주의 기존 금융업계와 차별화된 구성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보험업계를 제외하면 아직 여성 고객을 위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찾아보기 어렵다. 금융사의 의사결정을 이끄는 이사회 및 고위 임원 중에서도 여성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한국금융연구원 주영민 연구원은 “여성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여성 창업 비중도 증가하고 있어 금융시장에서 여성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의 금융회사들은 여성 기업가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며 “여성 고객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고객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여성 재정자문가 확충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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