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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권, 온실가스 감축 이행 속도 '거북이 걸음'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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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 시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 추정치. 자료=한국은행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국내 금융권도 전 지구적인 탄소중립 노력에 동참하고 있지만, 자체적인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에도 아직 부족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 17일 ‘최근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 관리현황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을 측정한 결과를 발표했다. 금융배출량은 금융기관이 대출·주식·채권매입 등의 신용공급을 통해 각 경제주체의 온실가스 감축에 간접적으로 기여한 부분을 의미한다. 

 

다른 산업과 달리 금융업은 직접적으로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탄소 산업에 자금을 조달함으로서 기후위기를 악화하는데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제기구 및 주요국 금융 정책당국은 기후리스크 관련 정보 공시 의무화 등 다양한 조치를 통해 금융기관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관 또한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고탄소산업에서 저탄소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등 금융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은행권도 마찬가지로 글로벌 기후관련 규제 강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배출량 감축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개 국내 은행 중 13개 은행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했으며, 이 중 11개 은행은 2030년까지 배출량을 기준년(2019~22년) 대비 26~48% 감축하겠다는 중간목표를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 공시자료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은행은 ▲녹색금융 공급 확대 ▲신규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 중단 ▲고탄소 기업에 대한 여신 심사 강화 ▲금융배출량 측정 고도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은행권 금융배출량 감소 추세...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는 미흡

 

실제 국내 은행권의 금융배출량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한은이 기업대출·채권·주식 등 3가지 자산군에 대한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을 계산한 결과,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은 2021년 1.68억톤에서 2023년 1.57억톤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추정치에서 국내은행 금융배출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2.5%에서 21.9%로 하락했다.

 

문제는,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 감소가 은행권의 자체적인 노력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금융배출량 감소 원인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발전 및 요식업 기여도가 각각 24.4%, 21.5%로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배출 시멘트(2.0%), 화학(0.5%) 등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한은은 “이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발전 부문을 중심으로 감소하면서 스코프 2 탄소배출 비중이 높은 다수의 서비스업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한 데 따른 영향”이라고 해석했다. 

 

은행의 금융배출량 감축 속도가 느린 점도 문제다. 한은이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 감축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지난해 금융배출량은 목표배출량(1.46억톤)을 1190만톤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부가 지난 2021년 발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달성될 경우, 국내은행의 2030년 금융배출량은 2019년 대비 26.7∼26.9%(1219억∼1223억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은행권의 평균 목표 감축률 35%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은은 “은행들이 자체 설정한 중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NDC 달성 노력 외에 은행 자체의 추가 감축 노력이 동반되어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은행만 문제일까? 공적기금·민간보험 등 화석연료 자산 줄여야...

 

물론 국내 금융권에서 은행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시장의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이나 및 산업은행 등 공적금융기관과 보험업권 등 또한 기후위기 대응 노력이 미흡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 국내 금융권이 보유한 화석연료 금융 자산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지난해 6월 발표한 ‘2022 한국 화석연료금융 백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의 화석연료금융 총자산은 118.5조원으로 이 가운데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13.6%(13.9조원)에 불과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공적금융기관(60.8%, 61.8조원)였으며, 생명·손해보험사가 24.3%(24.7조원)로 뒤를 이었다. 

 

공적기관의 비중이 가장 큰 것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국전력 지분 32.9%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분석 상의 이유로 배제됐지만, 국민연금의 화석연료금융 규모도 16.8조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금융배출량 감소를 위해서는 은행은 물론 공적금융과 민간금융 전체가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일관된 감축 계획을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전 지구적으로 기후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인 만큼, 금융배출량 감축이 늦어질 경우 예상 밖의 손실을 입게 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은 “공시한 목표치와 실적치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은행의 경우 법적·평판 리스크에 노출되거나 글로벌 투자자금 이탈 등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에 직면할 수 있다”라며 “은행의 금융배출량 감축 노력이 저탄소경제 전환 촉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금융배출량 관리지표의 다양화, 기업의 녹색투자 유인 제고, 기후공시 및 녹색금융 표준화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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