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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같은 리밸런싱인데 SK와 다른 두산...시장 신뢰도는?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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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사진=SK그룹, 두산그룹 제공
 

SK그룹과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보는 주주들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리밸런싱 추진 과정에서 지분 가치 정도를 인정하는 합병 비율이 주요 쟁점이 되면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20분 기준 두산에너빌리티는 전 거래일 대비 5.65% 내린 1만6690원에 거래 중이다. 두산밥캣은 전 거래일 대비 8.58% 하락한 3만62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의 주가는 각각 16.38%, 27.62% 하락했다. 

 

지난달 11일 두산그룹이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인적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내용의 지배구조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양사의 주가 약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게다가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개장과 동시에 급락하고 있는 것도 주가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두산그룹의 개편과 관련해 두산밥캣 주주에게 불리하게 책정된 합병 비율을 놓고 논란이 제기됐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상장 폐지한 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구조 개편을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현재 '에너빌리티-밥캣-로봇틱스'인 구조를 '에너빌리티-로보틱스-밥캣'으로 바꾸겠다는게 골자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은 1대 0.63으로 두산밥캣 1주를 두산로보틱스 0.63주로 교환해준다는 의미다.  두산로보틱스는 연결 기준 작년 연간 매출액이 530억 원으로, 순손실 규모는 159억 원에 달한다. 반면 두산밥캣은 지난해 매출 9조7590억 원, 영업이익 1조3899억 원을 기록했다.이에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두산밥캣 주식을 내주고 적자 기업인 로보틱스 주식을 받아야 하는 주주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두산 합병에 실망한 외국인들은 즉각 두산그룹 관련 주식 처분에 나섰다. 개편 발표 다음 날인 12일부터 22일까지 외국인은 두산에너빌리티 422억 원, 두산밥캣 1942억 원을 내다팔았다. 두산밥캣의 외국인 기관투자자 테톤캐피탈의 션 브라운 이사는 지난달 23일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 포럼에서 “날강도 짓”이라며 “공시를 보고 너무 격분하고 실망해서 지분을 대부분 장내 매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4일 주주들에게 충분한 합병 관련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두산로보틱스가 공시한 합병과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두산 주요 계열사 3사의 대표들이 4일 주주서한을 내며 설득에 나섰다. 두 회사의 합병 비율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금감원까지 경고 사인을 보내자 뒤늦게 주주 소통에 나선 것이다. 

 

이들 3사는 각사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사업구조 개편안을 두고 불거진 주주가치 훼손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또 향후 사업구조 개편 목적 및 구상에 대해 주주들과 소통해나가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서한을 통해 “이번 사업구조 개편과 관련해 주주들에게 충분히 사전 설명을 드리지 못해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스캇 박 두산밥캣 대표는 “주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각각 밝혔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주주 여러분들의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3사 대표들은 주주서한에서 “이번 사업구조 개편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의사에 따라 최종 결정되는 것”이라며 “사업구조 개편이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성장을 동시에 충족할 좋은 기회라고 믿고 있으며 미래 성장 모습을 감안해서 현명한 의사결정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관건은 주주 신뢰 회복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이 30%, 소액 주주가 63.4%를 갖고 있어 소액주주 의견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또 주가(1만6690원)가 회사가 설정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2만890원) 이하로 떨어진 상태여서, 반등하지 못하면 대규모 주식 매수 청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 규모가 두산에너빌리티가 준비한 6000억 원을 넘어서면 합병이 무산될 수도 있다. 

 

주주들은 5일 서한을 받게 되며, 다음 달 2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사업구조 개편안을 승인받을 예정이다.

 

반면 SK그룹도 최근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두산에 비해 합병 비율에 대한 주주들의 반응은  다르다.

 

SK그룹은 지난 17일 SK이노베이션이 SK E&S를 흡수합병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리밸런싱 계획을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 밑으로 그룹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SK E&S를 넣어 재무 안정성을 보완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SK이노베이션과 비상장 계열사 SK E&S는 합병 비율 1대 1.19로 결정됐으며, SK E&S 보통주 100주를 갖고 있는 기존 주주는 SK이노베이션 주식 119주를 받을 수 있게 된다. SK이노베이션 자산가치는 주당 24만5405원이지만 그에 비해 낮은 기준시가를 합병가액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E&S의 합병 비율이 1대 2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이 피해를 볼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SK가 최종적으로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합병 비율을 정하며 소액주주들로서는 당초 예상보다는 조건이 개선됐다.

 

SK와 두산그룹의 이번 리밸런싱에 대해 증권가 반응도 온도차가 있다. 

 

SK그룹의 이번 합병 비율에 대해 증권가의 분석은 대체로 합리적이라는 의견이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도 “합병 비율이 시장에서 예상했었던 1대 2보다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유리한 방향이다. SK E&S 흡수합병은 SK이노베이션에 매우 긍정적”이라며 “신주 발행으로 인한 주주가치 희석보다도 E&S가 가져올 기업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SK E&S의 기업가치는 대략 6~7조원으로, 이는 신주발행으로 인한 주주가치 희석율인 35%를 상쇄한다는 분석이다. 

 

반면 두산그룹의 이번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매수청구권이 과도하게 행사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특히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의 동의가 중요한데, 이는 연결손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자회사가 분할돼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는 두산밥캣이 1조5000억 원, 두산에너빌리티 6000억 원으로 초과 청구 시 이사회를 통한 변경 또는 계약 해제할 수 있다”며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주가 하락 시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두산밥캣의 상장폐지가 승인될 경우, 이 지분을 인수하는 두산로보틱스를 MSCI에 편입하는 수시변경이 발표될 것”이라며 “관건은 주식매수청구권인데 두산에너빌리티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편이라 존속부문 기업가치 감소에 기타 주주들이 반대하면 지배구조 개편이 무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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