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청약’ 열풍의 원인으로 분양가상한제가 지목되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말 진행된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은 1가구 모집에 총 294만 4780명이 신청했다. 이는 지난해 있었던 동작구 ‘흑석 자이’ 무순위 청약 경쟁률인 82만 9804분의 1을 훨씬 뛰어넘은 것으로 로또 2등 당첨의 확률(135만 7510분의 1)보다 더 희박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특별공급도 114가구 모집에 4만183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352.5대 1을 기록했다.
이런 청약 돌풍이 부는 까닭은 ‘최소 10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에서 찾을 수 있다. 반포 래미안 원펜타스의 경우는 분양가와 시세가 최대 20억 원 차이가 나고, 동탄역 롯데캐슬의 분양가도 4억8200만 원으로 시세보다 10억 원 가까이 저렴하게 책정됐다.
청약홈 사이트가 마비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는 가운데 서민과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분양가상한제’가 오히려 시장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주택 분양가격을 ‘택지비+건축비’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 1999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고분양가 논란과 주택 가격 급등에 따른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투기수요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2000년 도입됐다.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서울 강남 3구의 경우, 소형 평형 아파트 가격이 17억 원 이상으로 무주택 서민이 ‘저렴한 가격’으로 내 집 마련을 돕겠다는 제도와 이미 멀어졌다.
또한 공공택지에서는 분양가상한제로 공사비를 100% 반영하지 못해 사업이 엎어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동부건설은 인천 영종 국제도시에 조성될 예정이었던 1300여 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사업을 취소했다. 높아진 공사비와 상한제가 적용되는 분양가 등을 고려할 때 사업성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서민의 내 집 마련이라는 취지와 달리 투기를 조장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말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가격을 통제하니 경제학적인 메카니즘으로 왜곡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 교수는 “분양가상한제는 신규 주택 공급을 막는 요인”이라며 “고물가에 공사비가 급격하게 상승한 상황에 건설업체들이 신규 공급을 줄이게 되고, 그러면 청약을 기다리다 지친 무자택 실수요자들이 결국 구축으로 몰려들어 구축 가격까지 상승하는 효과가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분양가상한제, 무순위 청약 제도가 투기를 조장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머니S에서 “로또 청약이 투자 심리에 자극을 줘 관심 없던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분양가가 너무 오르지 않게 제도를 운영해야 하는 건 맞지만 시세 대비 5~10% 정도 낮은 것이 적정하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계약 취소분에 대한 무순위 청약도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실수요자들이 살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폐지보단 제도의 보완을 제시하는 의견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분양가상한제는 청약 시장으로 수요 분산 등 일부 긍정 기능도 있다”라며 “전면 폐지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 건축비 대폭 현실화 등 일정 부분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분석했다.
정부 역시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여 분양가상한제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분양가 상한제 관리체계 개선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에 따른 분양가를 비교하고 재건축·재개발·공공택지 등 사업유형별 분양가를 분석한다고 밝혔다. 분양가 구성 항목인 기본형 건축비와 택지비, 건축·택지 가산비의 적정성을 검토하여 주택공급 여건을 고려한 제도 운용과 분양가 데이터베이스(DB)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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