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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리 인하' 깜빡이 킨 한국은행, 변수는?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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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이후 처음으로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1년 반째 동결된 기준금리가 조만간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물가가 안정세로 접어든 만큼 금리인하의 조건이 갖춰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반면, 부동산 가격 상승 및 가계부채 폭증에 대한 우려가 먼저 해소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0일 한국은행은 이달 11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공개했다.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금리인하에 대한 논의가 지난해 2월 기준금리가 동결된 이후 처음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실제 일부 금통위원들은 이번 회의에서 최근 물가가 안정세로 접어든 점을 언급하며 금리인하를 검토할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금통위원은 “통화정책의 1차 목표인 물가가 안정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며 오랜 기간 유지된 고금리 정책의 성과”라며 “물가상승률 하락 추세가 지속된다면 미약한 내수 경기를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만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도 “물가의 경우 농산물 가격 하락 등에 기인해 대체로 전망경로에 부합하는 뚜렷한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또한 전월 대비 상승률의 3개월 이동평균 기준으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및 근원물가 상승률의 둔화가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어 물가 관점에서는 금리 인하의 필요조건이 상당히 충족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4%, 근원물가상승률은 2.2%로 통화정책의 목표인 2%에 수렴하고 있다. 소비자의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의 경우 이달 들어 2.9%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대로 하락한 것은 지난 2022년 3월 이후 처음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내수 부진이 이어지자 경기회복을 위해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한은이 통화정책 기조를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한은도 금리인하 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여유를 찾게 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현 상황은 물가상승률 안정 추세에 많은 진전이 있었던 만큼,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을 전환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최근 급등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은 변수다. 실제 7월 금통위 의사록에는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우려하는 위원들의 목소리가 가득 담겨있다. 한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외환시장과 구조조정 및 부동산 가격 안정의 두 가지가 전제돼야 한다”라며 “금리 인하가 경제의 구조조정 노력을 되돌리거나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금통위원도 “환율 상승, 가계부채 증가 및 주택가격 상승 등 현재의 여건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의 완화가 가져올 리스크는 더 커졌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해당 위원은 “가계대출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 정부의 정책대출 공급 등으로 예상을 상회하는 증가세를 보였고, 아파트 매매 및 전세 가격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라며 “주택가격 상승은 가계부채 증가뿐 아니라 주거비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소비의 제약과 함께 물가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가계부채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6조3000억원 증가하며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주담대 증가폭은 지난 3월 5000억원까지 감소했지만, 이후 3개월 연속 확대되며 다시 6조원대에 진입했다.

 

통화정책 완화가 부동산 경기를 자극할 위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물가 안정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 시점은 시장의 기대보다 더욱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 또한 11일 기자회견에서 “대다수 금통위원은 현재 당면한 물가, 금융안정 상황을 고려해볼 때 지금 시장에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으며, 특히 이런 기대를 선반영해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가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3분기 내 기준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류진이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서 기자회견과 통방문 모두 수도권 중심 주택가격의 가파른 상승세와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경계감이 강하게 드러났다”라며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민간주체들에게 충분히 반영된 상황에서 가계대출은 6~7월 이미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류 연구원은 이어 “‘하반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적용’이 9월로 연기되면서, 2단계 적용 전 자금 조달을 앞당기려는 수요가 6월 말~7월 초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욱 가팔랐던 원인 중 하나”라며 “이러한 흐름이 8월에도 이어질 것을 감안하면 대출 수요가 몰릴 8월에 실제 인하를 단행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선택이며, ‘금융안정’ 목표를 위해 8월보다 10월 인하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 또한 “한은 총재는 물가만 고려하면 금리인하를 논의하는 게 적절하다고 언급했지만, 물가둔화에도 불구하고 서울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대출에 대해 경계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상반기 은행권 주담대 대출 규모가 26.5조원 증가하는 등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9월 스트레스 DSR 실행을 앞두고 막차 대출 수요로 8월까지 가계대출이 증가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은의 8월 인하는 어렵다”라며 가계대출 및 외환시장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11월은 돼야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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