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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기차 지하주차장 화재 속수무책...유럽은 이미 '주차금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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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난 차량을 감식하는 경찰과 소방 관계자, 출처-뉴시스]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인해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사용을 제한해야 하는 것은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1일 아파트 지하 1층에 주차된 전기차에 불이 나면서 주변 차량 140여 대가 전소·손상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불은 8시간 20분 만에 불을 완전히 꺼졌지만, 화재로 인해 전기설비 및 수도배관도 녹아 14개 동 중 5개 동 480여 세대의 전기와 물 공급이 끊겼다. 

 

특히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신축 아파트 특성인 낮은 층높이를 갖추고 있어, 소방차 진입이 쉽지 않고, 연기 배출도 원활하게 되지 않아 화재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화재를 일으킨 차량의 배터리는 삼원계(NCM) 방식이다. 중국의 리튬인산철계의 배터리와 비교했을 때 같은 무게에 더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도록 충전되기 때문에 화재시 피해가 더 커진다.

 

이번 전기차 지하 주차장 화재를 계기로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해외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차를 지하에 주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지상에서 화재가 발생하여도 진압이 어려운데, 지하에서 화재 발생 시 대응이 어려워 이로 인한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하여 도입한 조치이다. 

 

한국화재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독일 쿨름바흐의 한 지하 주차장에서 내연기관차인 폭스바겐 골프에서 불이 나 주차장이 폐쇄된 사건이 있었다. 독일 쿨름바흐시와 레온베르크시는 이 사건을 계기로 2021년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주차를 금지하였다. 이 화재는 내연기관차에서 발생한 화재였지만 전기차에서 불이 났으면 더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주차를 선제적으로 금지한 것이다. 

 

2022년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화재를 진압한 소방관들이 지하 주차장의 전기 자동차 금지를 요구했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 심하게 손상되어 화재진압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기차 충전기 및 전기차 주차장을 지상으로 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의 상황상 지하에 충전설비를 배제하는 규제는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만 만일의 사고에 미리 대비하고 있어야 피해의 규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화재보험협회의 최명영 R&D 팀장은 '전기차 화재위험에 대한 오해와 진실' 웹진에서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를 리딩하고 있기 때문에 지하 주차장과 같이 구획된 공간에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효과적으로 화재를 제어 또는 진압할 수 있는 실증 연구나 시험을 계속 진행해야 한다”라며 “이를 통해 전기차의 화재가 어느 정도의 위험성을 갖는지 실증해보고 이를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미 민간아파트 차원에서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 특정차량의 지하주차장 출입을 통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18년에도 BMW 차량 연쇄 화재 사고가 발생하자 BMW 차량의 지하주차장 출입을 통제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2021년에 천안 불당 지웰시티 푸르지오에서 출장세차 차량의 LPG 통이 폭발하여 큰 화재가 있어났을때도 한동안 LPG 가스를 이용하지 않는 출장 세차 업체들마저 출입을 금지시킨 아파트 단지들이 있었다.

 

소방당국 및 지자체에서는 이미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예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실천하고 있다. 부산 소방재난본부에선 이미 지난해 전국 최초로전기차 충전주차구역을 지상에 설치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전기차 전용주차구역 소방안전가이드’를 건축심의에 적용하고 있다. 연기배출시설 등 설치기준을 맞추었을 경우엔 지하에도 설치할 수 있지만, 가급적 주차장 램프 인근 등 지상에 가까운 곳에 설치해야 한다. 충북소방본부도 소방청 가이드라인에 따라 성능위주 설계 때 전기차 충전주차구역 지상 설치를 유도하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 2월 ‘공동주택 지하 주차장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전기차 화재에 대응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화재 초기 진압을 위한 지하 주차장 소방차 접근 동선 확보, 전기차 주차구역 3면마다 방화구획 설치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산업계 역시 선제적으로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는 강남 무역센터·코엑스 지하 3층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를 애초 계획한 2028년보다 이르게 옥상 주차장으로 모두 이전할 계획이다. 국내외 유동 인구가 많은 코엑스 쇼핑몰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가져올 직·간접적 피해가 상당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5일 사내 게시판에 사업장의 ‘지하 전기차 충전소를 잠정 폐쇄한다’라고 공지했다. 이는 사업장 화재 발생 시 가져올 파장이 경영활동 전반에 미칠 것이라는 판단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어가기 위한 사전 조치”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애초에 사업장 건물 내부에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를 이용하는 외부 방문객들에게는 지상주차장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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