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안을 공식 발표하기도 전에 개혁안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에 세대간의 갈등 양상도 일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국민연금의 고갈시점은 2055년이다. 이는 5년 전 전망과 비교해 2년 앞당겨졌다. 국민연금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개혁은 필수불가결하다.
19일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연금개혁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개혁안은 ‘보험료율 세대별 차등 인상’과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 ‘출산·군복무 크레딧’ 도입을 핵심으로 한다. 대통령실은 개혁안을 통해 기금 고갈 시점을 현행 예상 시점인 2055년보다 30~40년 이상 늦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혁안의 ‘보험료율 세대별 차등 인상’은 연령과 관계없이 9%의 요율을 일괄 적용하는 현재의 형태에서 나이 든 세대일수록 상당 기간 보험료를 더 내는 차등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만약 보험료율을 13~15% 인상하기로 하면 장년층은 매년 1%포인트씩, 청년층은 0.5%포인트씩 인상하는 방식이다. 세대의 형평성을 갖춰 젊은 세대의 불만과 불안을 줄이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정부의 개혁안을 두고 찬반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젊은 층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은 보인다.”라며 “다만, 장년층 내에서도 비정규직이나 영세 자영업자 등이 있기 때문에, 차등 인상안을 추진할 경우 맞춤형 보완조치가 따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반면에 중장년층의 불만이 예상되고, 세대를 나누는 기준도 불명확해 세대 간 갈등만 유발할 것이라며 반대의 의견도 나온다.
자동 안정화 장치에 대해선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선진국에서 도입한 방법인 만큼, 우리나라 역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양재진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이 안정화 장치를 도입해 자동으로 소득 대체율을 낮추든지 수급 연령을 뒤로 미루고 있다. 따라서 이런 방향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동 안정화 장치는 경제 상황에 따라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같은 모수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이다. 상황이 안 좋아지면 연금 지급액을 낮추는 등 연금의 안정성을 자동으로 보장한다. 스웨덴, 독일, 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70%가 도입하고 있다.
다만, 재정 안정 효과는 입증되었으나, 소득대체율이 낮아질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노후 보장이라는 국민연금 본연의 기능이 훼손될 수 있어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오 정책위원장은 “서구는 지난 30년 동안 강력한 연금개혁을 통해 연금재정 안정을 달성했다. 그렇기에 자동안정화 조치가 유의미할 수 있었지만, 한국의 국민연금은 미래 재정 불균형이 아직 크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국민들의 노후 소득에 대한 불안감도 장애물이다. 지난 4월 국회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의 시민대표단 설문 조사에서도 ‘소득대체율을 지금보다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수를 차지해 자동안정화장치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이루어질 지는 미지수다.
국민연금 개혁은 여·야의 입장차로 인해 2007년 이후로는 한 번도 이뤄지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선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로 합의 직전까지 갔다 결국 소득대체율 1%포인트 차이로 협상이 무산됐다.
이번 개혁안 통과에 대해서도 전망이 제각각이다. 이번에도 여야는 물론 전문가들까지 입장이 크게 갈리는 상황이라 최종합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소득대체율보다 오히려 합의에 수월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오 정책위원장은 "소득대체율은 여야 모두 민감한 사안이어서 1%의 차이에도 합의되지 못했지만, 차등보험료 든 다른 방식은 구조개혁의 맥락이 있는 것이어서 오히려 합의가 수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가운데 "합의가 늦어질 수록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뿐" 이란 말도 나온다. 몇몇 누리꾼은 “지금의 경제난을 헤쳐 나갈기 위해선 모든 세대가 힘을 합쳐야 할 것 같은데, 너무 쉽게 세대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라며 “소득대체율, 보험료율, 수급 개시 연령의 차원에서만 논의되니 세대갈등만 조장된다.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설득을 통해 세대 통합이 되도록 도와야한다.”라고 말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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