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로 인해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여야가 납품대금 정산기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산기한 단축이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라며, 이커머스가 지급결제 기능까지 담당하는 현재의 판매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1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위메프·티몬 사태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업자 보호를 위해 대규모 유통업자가 판매마감일 기준 40일, (직매입시) 상품수령일 기준 60일 이내에 판매 대금을 지급하도록 정해두고 있다. 하지만 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이커머스의 경우 해당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아 판매대금의 정산 기한에 대한 규제가 모호한 상태다.
이 때문에 이커머스의 경우 정산주기 및 방식이 업체마다 제각각이다. 티몬과 위메프의 경우 매출이 발생한 뒤 대금을 정산할 때까지 약 70일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번 사태가 규제 공백에 따른 정산지연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판단 하에 이커머스의 정산기한을 대규모유통업자보다 짧게 설정하는 방향의 법률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의견을 반영해 정산기한 규제를 강화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이달 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이미 국회에는 이커머스의 납품대금 정산주기를 단축하는 내용의 법안이 다수 발의된 상태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커머스의 정산금 지급 주기를 구매확정일로부터 7일 또는 배송완료일로부터 10일 이내로 규정하고, 정산 지연 시 초과 기간에 대해 공정위 고시 이율로 이자를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또한 이커머스의 정산기한을 구매확정일로부터 5영업일 이내로 단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정부와 여야가 모두 정산주기 단축에 나선 만큼 입법 논의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산주기 단축이 티메프 사태의 재발을 막을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티몬·위메프 사태의 핵심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 오픈마켓(개인이나 소규모 업체가 입점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전자상거래 사이트) 등의 사업자가 PG(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의 역할까지 함께 수행하고 있는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일반적인 온라인 상거래의 경우 결제정보 송수신 및 대금 정산을 PG사가 모두 수행한다. 반면, 티몬·위메프 등의 오픈마켓에서 상품 구매가 이뤄진 경우, 판매대금은 ‘구매자→카드사→PG사→오픈마켓→판매자’의 경로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PG사는 ‘결제정보 송수신 및 오픈마켓에 대한 정산’만을 수행하며, ‘판매자에 대한 대금 정산’은 오픈마켓이 수행한다. 오픈마켓이 전자상거래 과정 중간에 끼어들어 ‘2차 PG’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만약 티몬과 위메프가 2차 PG의 역할을 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면, 애초에 정산 지연 및 대금 유용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어렵다. 신 연구위원은 “온라인 상에서 구매자와 판매자를 위해 지급결제업무를 수행하는 PG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결제자금 흐름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서는 안 된다”라며 “향후 유사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려면, 오픈마켓을 비롯 여타 사업을 영위하는 자가 PG와 같은 지급결제업무를 겸영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 연구위원은 PG사의 고유계정과 지급결제 계정을 분리시키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신 연구위원은 “PG의 고유계정과 지급결제 계정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PG 자체의 수익 악화 혹은 자금 유용 등으로 지급결제는 언제든 확실한 것이 아닌 확률적인 것으로 바뀔 수 있다”라며 “이번 사태의 재발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사업자와 PG의 분리, PG 내부의 계정분리라는, 이중의 분리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커머스의 정산기한을 일괄 단축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정산기한 단축으로 판매대금 유용 가능성이 낮아질 수는 있지만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근본적 해결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신 연구위원은 “온라인 상거래의 속성상 교환, 환불, 오배송, 오착송 등 역정산이 필요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정산기한의 일괄 단축이 반드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닐 수 있다”라며 “(사업자-PG, PG 내부 계정 등) 이중의 분리가 이루어진다면, 추가적인 규제 없이도 정산기한 단축은 저절로 달성될 개연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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