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최대 20년까지 피해주택 거주권을 보장하고, 피해자 기준을 보증금 7억원까지 확대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23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전세사기특별법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경매로 낙찰 받은 뒤 피해 세입자에게 감정가와 낙찰가의 차익을 돌려주거나, 피해자에게 장기 공공임대하는 안을 담고 있다.
해당 주택에서 계속 살 수 있게 하거나, 전세가에는 못 미치더라도 감정가만큼은 보전해 주겠다는 취지이다.
피해자들이 LH가 제공하는 공공임대 주택에서 살기로 결정한다면 10년 동안 거주 기간이 보장되고, 연장을 원하면 일반 공공임대주택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10년 동안 추가로 살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 경매 차익을 받고 퇴거하거나, ‘전세임대주택 제도’를 활용해 민간 임대에 거주하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전세임대주택 제도는 전세금 지원 한도액 범위 내에서 LH가 해당 주택 소유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한 후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사업이다.
대항력이 없는 이중계약 사기 피해자에 대해서도 전세사기 특별법이 적용된다. 기존 세입자가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않은 상태에서 새 임대차계약이 체결돼 새로운 세입자는 보증금만 떼이고 입주하지 못하는 피해사례가 지속적으로 드러나자 피해자 인정범위를 확대했다.
또 전세사기 특별법을 통해 지원하는 피해자 기준도 보증금 7억 원까지 확대했고, 전세 사기 피해자 인정 요건인 임차보증금 한도를 종전 ‘3억 원 이하’에서 ‘5억 원 이하’로 상향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추가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국토교통부 장관이 6개월마다 전세사기 실태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국토위에 보고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번 합의 처리는 22대 국회 첫 사례이고, 21대 국회 임기 말인 지난 5월 이태원 특별법 수정안 합의 처리 이후 처음이다.
관련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22일 기준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총 2만949명이다. 이처럼 피해자 인정범위를 확대할 경우 피해 대상은 내년 3만6000명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여야가 합의 의결한 개정안은 피해자들의 요구가 일부 반영되었지만, 여전히 우려되는 점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다가구주택의 경우 경매에 반대하는 세대가 1세대라도 있으면 매입이 쉽지 않게 된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지난 21일 성명서를 통해 “경공매가 시시각각 개시되고 피해자들의 고통이 하루하루 커지고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더 늦기 전에 특별법 개정안이 합의된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피해 구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피해자들이 요구한 경매차익이 발생하지 않는 피해자들에 대한 최소보장 방안이나 경매가 종료된 피해자들에 대한 LH 매입 등 소급 적용, 다가구주택 매입 동의율 완화, 다세대 공동담보 추가 안분 배당, 외국인 지원 확대 등에 대한 요구는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지금 관건이 매입 동의율이 문제가 아니라 그걸 팔았을 때 배당을 받느냐 못 받느냐의 문제다. 개정안에는 6개월마다 실태조사를 진행해 개선한다는 내용이 반영되었는데, 좀 더 관계당국과 이해관계자들 간에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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